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풀청 green blue Mar 20. 2024

돈 주고 글쓰기 수업 들어야 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종이에 쓰는 일이 많이 줄었다. 어릴 적 편지 꽤나 쓴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짝사랑하는 소녀처럼 답장 없는 편지를 계속 쓸 순 없었다. 그렇게 키보드 생활에 익숙해져 가던 어느 날, '나 혼자 산다'에 2년 일기가 나왔다. 종종 일기를 썼지만 몇 개월 쓰고 말거나 겨우 한 권을 채우면 끝이었다. 그런데 2년 일기는 한 권으로 2년을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즉시 쿠팡에서 일기장을 구매해 예쁘게 글씨도 쓰고 잠들기 전 짧은 문장을 써내려 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점차 빼먹는 날이 많아졌고 어느 때는 한 달을 통째로 쓰지 못했다.



9월 17일. 일기는 첫 장으로 돌아왔다.

지난 일기를 다시 읽어보니 나는 항상 화가 나 있고 슬퍼하며 자책하는 날이 많았다. 지난 1년을 이렇게 살아왔단 생각에 마음이 아팠고 나만 보는 일기임에도 솔직하게 적혀 있는 게 없었다. 때론 누군가로 지칭하거나 그날의 분위기만이 기록되어 있었다. 글 쓰는 게 어려웠던 걸까?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던 걸까? 그렇게 나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로 결심했다.


수업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이론과 요령.

결과부터 말하자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 10분, 20일간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했다. 이걸 왜 돈 주고 하냐는 주변의 말도 있었지만 잘한 결정이었다. 잘 쓰든 못 쓰든 글 쓰는 행위 자체가 행복했고 꾸준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다시 이론과 요령을 얻기 위한 글쓰기 수업을 찾아다녔고 한겨레 수업 중 하나를 신청했다. 매일 글쓰기 숙제도 있었기 때문에 앞선 경험들의 종합 수업이었다. 하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내가 원하는 요령은 얻지 못한 듯하여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수업이 종료되면 제가 얻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수업을 통해 저에게 남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장문의 문자에도 선생님은 성심성의껏 솔직하게 답변을 해주셨다. 그중 나의 무지를 깨닫고 나 자신을 알게 해 준 말이 있다.



"모두 저마다 다르기에 각자가 찾아가는 길이 있겠죠. 의미를 풍성하고 깊이 느끼는 사람은 2-3강만으로도 많은 것을 느끼고 변화합니다. 못 느끼고 못 얻는다면 조급하거나 실용만 중시하거나 독서인문력이 부족하거나 기타 다른 이유가 있겠지요."



정말 온몸을 두들겨 맞은 사실이었다. 나는 항상 조급했고(노력에 비해 빨리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욕심), 실용만을 생각했으며(글은 하루아침에 잘 쓸 수 없다. 배움을 통해 글 쓰는 습관, 글 취향을 깨달음) 독서인문력이(일주일에 한 권 읽는 걸 가지고 많이 읽는다 생각) 턱없이 부족했다. 수업 마지막 날 숙제로 '수업을 마무리하며' 글을 썼다. 그동안의 배움을 토대로 솔직하게 썼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보고 '아차' 싶었다. 나를 제외하고 글 쓰는 습관, 내면의 변화 등 소소하고 작은 변화에 대해 솔직 담백하게 써내려 갔다. 끝까지 나는 실용만을 중시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글쓰기 수업을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단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독서량을 늘리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 그리고 글 쓰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었다. 만약 배움에 대해 주저하고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당장 시작! 하라 말하고 싶다. '이 돈 주고 배워야 돼?'라는 생각이 든다면 안 배워도 된다. 하지만 배움이 필요해 거기까지 찾아간 당신이라면 배워야 하지 않겠나?

쇼핑은 구매하고 필요 없으면 반품할 수 있다. 하지만 배움은 반품이 필요 없다. 어느 하나라도 나에게 남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던 하루의 글로 마무리하겠다.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어릴 적 해리포터 시리즈 외에는 읽은 책이 없을 정도였다. 강제로 한 달에 1권 읽기를 약 2년간 했음에도 매해 2,3권씩 빠졌다. 그래도 1년에 몇 권씩 읽는 게 어디냐며 독서를 계속해나갔다. 

그리고 우연한 계기로 책과 가까워지게 되었다. 좋아하는 카페 옆에 시립도서관이 있었고 그 도시의 시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친구에게 부탁해 대여증을 만들고 책을 빌렸다. 그곳은 내가 보았던 도서관과 달랐다. 층고가 낮고 책장 간격이 좁으며 케케묵은 책 냄새로 가득하지 않고 1층부터 4층까지 가운데가 뻥 뚫렸으며 오디오북 체험 등 하나의 큰 서점 같았다.

그렇게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즐거워졌다. 점차 동네서점을 찾아가게 되고 북토크가 있으면 신청을 해 참여도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이런 내 모습이 낯설었지만, 변화된 모습이 반갑고 좋았다. 앞으론 독서 외에도 글쓰기, 독서모임 참여 등을 꾸준히 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30대의 퇴사를 응원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