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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닌 Nov 02. 2023

굿생 챌린지

갓생보다는 굿생

굿생 챌린지의 홍보물에서 Ka.망베르가 활약했다. Ka. 망베르는 각종 국경일과 사회이슈들을 소개해주는 고양이인데, 해외 대학을 자퇴한 후 생선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중이다.



 굿생 챌린지란? 어제 야근하면서 급하게 만든 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이니까 당연히 책 읽는 독서 프로그램을 만들기야 한다만, 책만 빽빽하게 읽게 하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다. 기왕이면 책도 읽고 재미도 보고 간식도 챙기면 몇 배로 좋지 않은가.(생기부까지 연결하는게 베스트긴 하다)


 요즈음 갓생~ 갓생~ 하는데 대체 어떻게들 새벽 5시, 6시부터 일어나서 운동하고 공부하고 출근해서 일까지 하는지 내 입장에서는 이해가 도통 안 가는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으로 살면 됐지 뭐하자고 신처럼 살기 위해 노력한단 말인가. 그냥 어떤 날은 좀 잘 살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는게 우리네 삶이 아닌가. 그러면서 틈틈히 책도 한 권 씩 읽어주고, 날이 좋으면 산책이라도 하면서 건강도 챙기고 그만큼만 해도 충분히 좋은 삶이라고 본다.


 그래서 갓생보다는 굿생을 살아보자는 취지로 <굿생 챌린지>를 만들었다. 검색해보니 어떤 단체에서 이미 진행한 바가 있어서 개념을 살짝 빌려보자면 '나 스스로 바른 생활이 루틴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고, 작은 것부터 선한 영향력을 실천하는 생활'이라고 한다. 딱봐도 갓생보다는 쉬워보인다. 




  프로그램 내용을 간략히 설명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등교일 10일 중 미션을 성공할 때마다 학교도서관에 와서 인증하고 스탬프를 찍는다. 우리의 목표는 굿생이므로 실패해도 대단히 괜찮다. 그럴때에는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일을 기대하기' 위해서 별도의 스탬프를 따로 찍어준다. 물론 귀여운 것들로 골라놨다. 미션 5개를 성공하면 매점 이용권 3천원권을 증정하는데, 만약 더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만의 미션을 만들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굿생의 기준에 따라 미션을 만들고, 3일동안 달성하면 특별미션까지 달성하게 되는데 생기부에도 적어주고 매점 이용권을 5천원권으로 올려서 준다.


 기승전 고양이에 이어서 이야기해보자면 스탬프는 작고 뽀짝한 미니 고양이 다이어리에 찍어준다. 물론 깨끗한 소장본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별도의 스탬프용지를 준비해 줄 수 있다. 나처럼 고양이를 좋아하는 학생을 위한 세심한 배려라고 생각하는데 아까 프로그램을 신청하러 온 학생이 '이 곳은 고양이에 지배당했나요?' 라고 물어서 살짝 민망하긴 했다. 근데 그렇다 해도 나쁠 건 없지 않나? 오히려 좋지.


 미션은 살아가면서 꼭 하면 좋은 것들로 채웠다. 예를 들자면 감사일기 쓰면서 일상에 감사하는 마음 가지기. 산책하면서 건강하게 살기. 친구에게 장점 한 가지 말해주면서 건전한 인간관계 맺기. 책 한 권씩 읽으면서 책 읽는 습관 들이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막상 하면 좋은 것들을 가득 담아보았다. 참여하는 친구들이 스스로 이렇게 살면 좋지 하고 납득할 수 있는 목록을 추리느라 나름 고민을 해본 결과물인데, 다행히 반응도 좋아서 내심 뿌듯해하는 참이다. 홍보하자마자 6시간만에 참여 인원 선착순 20명이 다 차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굿생 챌린지 중 가장 추천하는 활동은 사실 감사일기다. 정말로 TMI지만 감사일기를 꾸준히 써오고 있다. 올해 4월쯤에 시작했는데 빠뜨리는 날이 있을지언정 벌써 8달째 꾸준히 써오고 있는 셈이다. 오프라 윈프리를 계기로 널리 알려진 일기의 한 형식인데, 하루동안 일어난 일 중 감사한 다섯가지를 일기에 적는 것이다. 주제가 있으니 일기를 쓸 때 뭘 쓰지 고민할 필요가 없고 하루를 돌이켜보며 좋은 일들을 떠올리는 계기가 되어 긍정적인 인식으로 스스로의 삶을 바라보게 해준다. 


 아무리 엉망진창인 하루였다 하더라도 꼭 하나의 좋은 일쯤은 있기 마련이다. 나쁜 일에 비하면 아주 작아서 눈에 띄지도 않고 스스로도 금방 잊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감사일기를 쓰면서 가까스로 떠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걸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하루가 괜찮아진다. 당연하지만 너무 힘든 날에는 안 괜찮을 수도 있다. 잠들기가 괴로울 수 있다. 그래도 최소한 자고 일어나서 일기를 다시 읽어볼 때쯤에는 정말로 괜찮아진다. 


 물론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이므로 책읽기도 추천한다. 괜히 폼나는 거 읽겠다고 벽돌책을 집어들지 않아도 된다. 이건 마치 헬스장 가서 멋짐을 추구하기 위해 갑자기 무게를 높게 쳐버리는 현상과 같다. 결말은 병원행뿐이다. 책은 다행히 당신을 병원으로 보내지는 않겠다만 당신의 정신은 상당히 고통받고 말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스스로 책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인식해버리는 일이다. 도서관학 5법칙에 따르면 모든 책은 그만의 독자를 가진다. 즉 당신에게도 당신만의 책이 있다. 꼭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데 산책도 좋고... 주변 사람과 잘 지내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 어차피 다 좋은 것들이니 그냥 되는 날에 하면 된다. 안 되는 날은 그냥 안 하면 된다. 그럴 수도 있는거지.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갓생이 아니라 굿생이다. 단 하루의 허투름도 용납할 것 같지 않은 갓생 말고 그냥 굿생. 아무리 떠올려도 잘한 일이 하나도 없는 날에도 까짓거 자신에게 귀여운 스탬프 하나정도 찍어주는 나날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만들때는 항상 나를 먼저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해봐서 좋은 일들은 남에게 추천해도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조언의 3법칙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정말 상대방을 위한 일인지 생각해본다. 둘째, 상대방에게 해당 조언이 적절한 상황인지 살펴본다. 셋째, 어떻게 조언하면 진실된 메세지만이 전달될지 고민한다. 실제로 조언의 3법칙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그냥 내가 평소 생각하던 거니까 어디가서 검색해보지 않길 권한다. 하여튼 내가 해봐서 좋은 일들을 학생들에게 해주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짜서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부디 이 글이 조언의 3법칙을 지키지 못하는 꼰대 선생의 강요처럼 보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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