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건 Oct 28. 2023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드라마, 심리학으로 바라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완벽한 상사 ‘영준(박서준)’과 그에 못지않은 완벽한 비서 ‘미소(박민영)’ 영준의 딱 맞춰진 슈트처럼 스케줄, 업무, 동향 등 그가 해야 할 일들이 차질 없게 9년간 비서 수행을 해 왔다. 어느 날 갑자기 ‘미소’가 사직서를 내며 영준은 당황하고 마는데…     


등장인물: 김미소(김비서: 박민영), 이영준(이성현: 박서준), 이성연(이영준: 이태환)  

   



1. 김미소(박민영)

드라마,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 특이하다면 그의 성격, 정체성을 비추어 볼 수 있다.

비서의 직업 특성상 직장 상사를 보좌하는 역할이기에 공적인 자리에서 항상 웃음과 친절로 바이어들을 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소라는 이름은 장면 중에서 그녀가 어떠한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2. 김비서(박민영)

드라마 제목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왜 그렇게 지어졌을까? 초중반부에서 김미소는 ‘김비서’로 가장 많이 불렸다. 만약 ‘영준(박서준)’이 김미소와 사적으로 친밀하였다면 사석에서라도 이름으로 불렀겠지만, 공적으로 조심스럽게 대했음을 알 수 있으며, 또한 김미소 역시 9년이라는 시간 동안 김미소라는 인생보다는 김비서로서의 삶이 가득했음을 말이다.



장면 중에 김미소가 하루 밖에 안되는 짧은 휴가를 가지게 되어 오래간만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 커피숍에서 친구들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다가 가방을 떨어뜨리게 되었는데, 이때 가방 안 물품은 온통 자신이 모시는 상사의 물품으로 가득하였다. 가방은 사람이 물건을 보관하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가방 속은 어찌 보면 사람이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 그리고 타인이 쉽게 침범하지 못하는 프라이버시 공간으로 개인의 고유한 영역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김미소의 가방은 이마저도 침범 당했기에 그만큼 자신의 고유한 공간이 없었음을 엿볼 수 있다.     





3.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이란 김비서와 같이 다른 사람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직업의 종사자들이 미소 만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슬픔과 분노와 같은 부정적 정서를 발산하지 못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것을 말한다.


마코토 교수에 의하면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경우 언제나 미소를 짓고 있어야지만이 자신의 고용상태가 지속되고 안정될 것이라는 생각하기에, 김미소의 경우 김비서로 오랫동안 비서 수행을 하려면 미소가 필수적이었다.

미소가 필수인 감정노동자들의 경우,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으로 인해 식욕 감퇴, 성욕 저하, 불면증, 잦은 회의감 등의 증상을 동반하며 심각한 경우, 우울증과 여러 정신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4. 미소와 영준의 PTSD

김미소는 어린 시절 유부남이었던 남자친구로부터 버림받아 정신적으로 충격받은 여성에게 유괴를 당했었다. 유괴되었던 장소에는 자신보다 4살 나이가 많은 한 남자아이가 있었으며 그가 영준이었다. 영준은 발목에 케이블 타이로 묶여있어 도망치지 못했다. 영준은 미소가 유괴된 사실로 울고 있을 때, 카라멜을 주며 달래주었다.

밤이 되어 그 여성은 자신의 아픔과 괴로움으로 인해 자살을 하였고, 둘은 충격을 받아 놀랬으며, 영준 또한 매우 무섭고 두려웠음에도 미소가 충격을 받을까 봐, 저것은 큰 거미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게 되었다. 영준은 유괴의 사건으로 인하여 케이블 타이와 눈을 감으면 그날의 일이 떠올라 고통과 불안에 휩싸이는 상태에 이른다.   


  

영준과 미소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단된다.

영준과 미소는 유괴 당시 목숨의 위협과 타인의 죽음의 끔찍한 일을 경험하였다. 이는 개인에게 있어 심각한 충격을 줄 만한 사건이며 이는 심리학 용어로 외상 사건이라 한다. 이미 종료된 외상 사건이라 할지라도 현재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문제이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다음과 같은 증상으로 나타난다.     



첫째, 침투 증상(intrusion symptoms)으로 외상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자꾸 의식에 침투하여 재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가령 이러한 것이다. 영준이 눈을 감게 될 경우 시야가 차단되어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데, 과거 캄캄한 공간에 유괴되었던 일들이 불현듯 떠올라 공포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케이블 타이를 볼 때, 실제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flashback)을 하고 강렬한 심적 고통에 휩싸이게 된다.  


둘째, 외상 사건과 관련된 모든 자극을 피한다.

외상 사건을 다시 경험하는 것은 매우 고통스럽기 때문에 관련된 기억과 생각을 떠올리지 않으려 애써 노력하며, 관련 대화를 회피할 뿐만 아니라 관련된 사람과 장소, 단서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영준의 경우 유괴 경험과 관련된 미소를 곁에 두는 것만으로도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셋째, 외상 사건과 관련된 인지와 감정에 있어서 부정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외상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기억해 내지 못하거나 외상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를 왜곡해서 받아들여 자신이나 타인을 책망한다.

이러한 연유로 영준은 성연으로부터 책망을 받게 된다. 과거 영준의 원래 이름은 성현(둘째)이었다. 성연은 성현의 재능과 부모님의 사랑을 성현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질투심에 재개발 구역 주택단지로 끌어들이며 살살 그를 자극한다. 그로 인해 그날 유괴를 당하게 된 것인데, 그 사건으로 인하여 성연(첫째)은 죄책감에 휩싸여 실제 그 사건이 일어난 것 같은 해리 반응을 일으켰고, 동생의 유괴사건의 충격으로 인해 동생이 겪었던 일을 자신이 겪은 것으로 기억이 왜곡되고 만다. 성현은 가족의 평화를 위해 해리성 기억상실증에 걸린것으로 연기하며, 이름은 성현에서 영준으로 개명된다.

 

마지막 각성과 반응성의 현저한 변화이다. 과민과 주의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사소한 자극에 크게 놀랜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거나 쉽게 잘 깨는 수면의 곤란을 나타낸다.

다행히 영준은 주의 집중을 못 하지는 않으나, 수면을 취하지 못해 수면유도제를 처방받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네 가지 유형의 증상들이 1개월 이상 나타나서 일상생활에 심각한 장해를 받을 경우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이 작품을 보게 되면 영준은 나르시시즘의 결정체로 비치면서도 이성적이고 냉철한 완벽주의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격 이면에는 외상 사건의 아픔이 존재하였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계속 줄 만큼 힘겨움에도 겉으로 티를 내지 않고 꿋꿋이 버텨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상태에 있던 영준은 과거에 함께 사건을 겪었던 김미소를 만나 사랑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여러분들에게 주인공 이영준의 이 대사를 들려 드리고 싶다.     



"영준이 이 녀석 오늘도 여김 없이 멋있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