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
주변을 보면 이러한 사람들이 있다. 하루 종일 떠들어도 지치지 않는 입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한 말을 하는 사람에 대하여 콩글리쉬 표현 투머치토커(too much talker)라 부르는 신조어가 있다. 투머치토커의 과한 말과 더불어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상대방의 말을 끊는 사람의 행동을 오버토킹(Over Taliking)이라 한다.
미국 플로리다에서 심리 치료사로 활동 중인 캐롤린 루벤스타인(Carolyn Rubenstein)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과한 입담, 오버토킹의 행동이 ‘ADHD’의 징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동에게만 보일 것 같은 ADHD가 성인에게도 나타나며, 최근 성인 ADHD의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2023년 한 기자는 성인 ADHD 환자들과 인터뷰 중 환자들은 자신의 ADHD 증상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였는데, “정신 좀 차리고 이야기를 들을까 하면 상대의 말이 끝나 있다.”, "업무에 필요한 준비물을 빠트려 출근하는 도중 집으로 되돌아갔다.", "식당 아르바이트, 학원 강의 등의 일을 충동적으로 시작했다가 일의 배분을 맞추지 못한대서 일정을 소화하지 못해 그만두었다" 등으로 충동성과 부주의에 대한 호소를 하고 있었다.
ADHD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의 약어이며, 핵심 증상으로는 주의력 결핍(부주의)과 과잉행동-충동성이다. 집과, 밖에서 손과 발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좌불안석이며, 일이 체계화되어 있지 않고, 집중력이 지속되지 못하고, 일상적인 활동을 잊어버린다. 가정 내외 모두 지나치게 산만하다. 작업에 몰두하지 못하고 지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데, 반항심과 이해력이 부족함 때문이 아니다. 조용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차례를 기다리지 못한다던가, 앞서 루벤스타인 박사가 언급했던 오버토킹의 행동이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어린 아동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점차 성장하면서 그 증상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부적응적 행동 특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ADHD로 진단된다.
성인 ADHD는 아동기 때에 진단되지 못하고 유지되면서
성인기에 접어들어 진단되는 것이며, 성인 ADHD와 아동 ADHD의 결정적인 차이는 '보호자의 부재'에 있다.
아동은 미성년으로서 부모로부터 그리고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게 된다. 그러나 성인은 어떠한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스스로를 변호해야 한다. 따라서 일상에서 겪는 고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ADHD는 지능 수준에 비해 일의 능률이 떨어지며 일을 함께하는 주변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남들에게는 자신이 덤벙대거나 일을 대충 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으며, 본인 스스로에 대한 불신감, 자책을 넘어선 자기 비난 등은 낮은 자아존중감을 비롯해 어떠한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자기효능감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결국 심각한 우울증까지 갈 수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America Psychiatric Association: APA)에서 발행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의 5판, DSM-5에서는 ADHD를 주의력 결핍형, 과잉행동-충동형, 혼합형 등 세 하위 유형으로 나뉘며, 증상은 심각도에 따라 세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ADHD의 원인은 생물학적 요인, 부모의 성격과 양육방식 같은 심리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1989년에 로버트 굿맨(Robert Goodman) 박사와 짐 스티븐슨(Jim Stevenson)박사의 과잉행동에 대한 쌍방향 연구를 통해 ADHD가 생물학적 요인과 관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의 연구에 따르면, 형제자매 중에 과잉행동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형제자매들이 ADHD를 나타낼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배가량 높았다. ADHD를 나타내는 아동의 친부모는 양부모보다 이 장애를 지닐 확률이 높았다. 또한 ADHD와 품행장애를 함께 나타내는 아동의 친부모는 일반인 보다 알코올 중독 및 반사회적 성격장애를 나타내는 비율이 더 높다. ADHD가 유전적 요인을 받는 것을 보여주지만, 어떤 것이 유전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신경 전달 물질에 의한 기능장애로 노르에피네프린과 도파민이 관여한다는 주장도 있다.
암페타민과 같은 흥분제가 ADHD 아동의 부주의 및 과잉행동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점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흥분제가 노르에피네프린 및 도파민의 신경전달 물질에 영향을 주어 ADHD가 치료됐다는 의미이다.
심리사회적 요인에서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아동 심리학자 ‘브루노 베텔하임(Bruno Bettelheim)’의 취약성-스트레스 이론이 대표적이다.
그에 따르면 아동의 과잉활동적인 기질과 부모의 잘못된 양육방식이 결합하여 발생한다고 주장하는데, 예컨대 아이가 과잉활동적이고 요구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감정의 기복이 심하면 부모로 하여금 자주 화나게 만들 수 있다.
아이의 이런 요구와 행동에 따라 부모가 인내심을 잃고 화를 낼 경우,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지시에 잘 따르지 않게 될 것이며 부모는 아이에게 더욱 부정적이고 거부적으로 반응하게 되어 서로의 관계는 악화된다.
임상 신경 심리학자인 러셀 바클리(Russell Alan Barkley) 박사의 1985년도에 시행했던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아이에게 더 많은 명령을 내리고 처벌을 하면, 아이의 과잉행동이 증가하고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아동이 유치원 또는 학교에 입학한 뒤에 교사의 지시나 요구에 대하여 부정적일 뿐만 아니라 학교의 규칙을 위반하게 된다.
또한 1990년 그의 연구에 따르면 아동이 흥분제를 통해 과잉행동이 감소하였고 이러한 행동 변화에 따라 부모의 자녀를 향한 명령 및 처벌이 감소하였다는 사실로 보아 부모와 아동 간의 관계는 양방향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ADHD는 약물 및 상담을 통해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약물치료가 효과적이기도 하지만 여러 부작용을 낳기에 이것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강화와 처벌을 통해 바람직한 행동은 증가시키고 문제행동은 없애는 '행동치료'와 생각이나 문제 해결 방식을 함께 변화시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 치료'가 효과적인 심리치료이다.
미국 에커드 칼리지 연구팀에 따르면 6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10가지 영역의 창의력 테스트를 시행하였으며, 이 들 중 절반인 30명이 ADHD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연구 결과 ADHD가 있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보다 창의력 점수가 더 높게 나왔으며, 브레인스토밍과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내는 활동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창의성이 실제 생활에서 활용 가능하지에 대한 여부는 밝혀진 바는 없으나, 위대한 업적을 남긴 아인슈타인, 모차르트, 윈스턴 처칠,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빌 게이츠 등 과거 ADHD 증상을 보였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이들을 보자면 ADHD가 있다 하여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며 창의성과 예술성에도 두각을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렇듯 치료를 통해 주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히려 ADHD에 따른 에너지로 인해 풍부한 상상력과 탁월한 창의성 그리고 과잉활동성이 직업적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기도 하니 큰 상실감에 젖어 자존감이 떨어진 채 우울하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전문가를 통해 약물치료와 더불어 심리 치료를 받으며 긍정적으로 승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