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중독자인가? 이 질문이 당신에게 불쾌함으로 다가왔다면 사과를 드린다. 나는 중독자이다. 카페인중독자이다. 커피를 끊으려 혼자 몇 번이나 시도를 했었다. 매번 실패하였다. „커피 한 모금“의 유혹은 정말 대단하다.
커피를 끊으려 심지어 독일 정신과 의사를 찾아갔다. „나는 커피를 어떻게 끊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오고 커피를 안 마시면 생활이 안 돼요. “ 독일에서 정신과 진료 예약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병원 예약이 힘들다는 독일의 명성에 걸맞게 정신과 전문의 몇 곳은 아예 예약조차 받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환자를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요. “ 겨우 한 곳에 사정사정을 해서 받은 예약은 3개월 후였다. 예약을 기다리는 3개월 중에도 나는 매일 커피 한잔을 마셨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나의 신체적 금단현상은 대단하다. 커피를 안 마신 다음날 오후부터 진통제 복용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없는 두통이 사나흘 계속된다. 몸살감기를 앓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근육통이 심하다. 어깨를 중심으로 팔다리가 아프다. 구토증상이 심해서 엉금엉금 기어 화장실을 들락날락한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나거나 누구를 방문해서 잠을 집에서 자지 않을 경우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렇지 않다면 믹스커피라도 챙겨간다.
이러한 신체적 금단 증상은 일주일 후이면 나아지기에 참을 수 있다. 내가 3개월을 기다려 정신과 의사 선생님을 찾아갔던 이유는 커피를 끊고 3주 후쯤 나타나는 심리적 금단증상, 즉 우울증 때문이다. 얼굴은 무표정하게 축 늘어지고 무덤덤하게 아무런 자극도 없는 상태… 그러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나의 세상은 다시 생기로 가득해진다. 의미 없던 책 한 구절은 갑자기 살아 꿈틀거리며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회색이던 내일은 갑자기 갖가지 알록달록한 색을 띠고 내 심장은 거기에 반응하며 기대감으로 뛰기 시작한다.
나의 이야기를 듣던 의사 선생님은 그저 웃기만 했다.
„하루에 커피 얼마나 마셔요? “
„한잔이요.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자들이 금단현상 때문에 알코올이나 마약을 해야 하는 것처럼요. “
„정말 딱 한잔만 마셔요? “
„네. 저는 통제된 커피 마시기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하루에 몇 잔이나 마시게 되니까요. “
„나는 커피 안 마시지만 하루에 커피 한두 잔 마셔도 괜찮아요. 환자분이 커피에 예민하네요. 환자분이 마시기 싫으면 우울증이 안 나타날 만큼 아주 천천히 커피양을 줄이세요 “.
어떻게 천천히 줄이라는 조언도 없었다.
„6개월 후에 다시 오세요 “
의사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인사를 했다. 그 후 그는 7주간의 휴가를 떠났다고 한다. 나는 커피 없이도 나의 뛰는 심장을 느끼고 생기를 느끼고 행복을 느끼고 싶을 뿐이다.
나는 오늘 아침 커피 한잔을 마시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오늘 밤 나는 깊은 잠을 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