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떠먹듯이 일러준다’의 어원, 유래
어떤 일이나 무엇인가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그것을 듣고 행해야 하는 사람에게 매우 자세히, 그리고 세심하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 것을 가리켜 ‘떡 떠먹듯이 일러준다.’, ‘떡 떠먹듯이 알려준다.’라고 한다. 여기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떡’이라는 음식과 그것을 먹는다는 뜻을 가진 ‘떠먹다’라고 할 수 있다. ‘떡을 뜨는’ 과정이 매우 세밀하고 섬세하다는 뜻인데, 그런 행위, 혹은 상황과 과정이 어떻길래 누군가에게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일러줄 때 이런 표현을 쓰게 된 것인지가 궁금해진다.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짚어봐야 하는데, 먼저 ‘떠먹다’부터 살펴보자.
‘떠먹다’는 ‘뜨어+먹다’가 줄어서 된 말이다. 이 표현은 어떤 물건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린다는 뜻을 가진 ‘뜨다(뜨어, 떠서)’와 입을 통해 음식 같은 것을 배속으로 들여보내는 것을 의미하는 ‘먹다’가 합쳐진 다음에 ‘뜨어’가 ‘떠’로 바뀐 형태로 되어있다. 동사인 ‘뜨다’라는 말은 아래에 있는 물건을 위로 들어 올린다는 뜻을 기본으로 하는데,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다는 어감이 강하게 들어가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들어 올려야 하는 물건이 무거워서일 수도 있고, 깨지기 쉽거나 부서지기 쉬운 것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떡 떠먹듯’에서는 떡은 부서지기 쉬운 것이므로 매우 조심해서 들어 올려야 한다는 어감을 지닌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떡이라는 것은 조심해서 들어올려야 제대로 먹을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것이 바로 이 표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떡’은 과연 우리 음식 문화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어떤 종류의 떡을 지칭하는 것일까?
곡식 가루를 찌거나, 그 찐 것을 메 같은 것으로 치거나 손으로 빚어서 일정한 모양을 가진 것으로 만든 음식을 떡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문화권에서 주로 만들었던 음식이었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여러 종류의 떡을 생활 속에서 다양한 용도로 오래전부터 식용했던 것으로 나타난다. 떡의 주재료로 쓰이는 쌀은 밥할 때보다 재료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함부로 만들어 먹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지 떡은 기념이나 경사스러운 일이 있어서 하는 잔치나 신과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면서 함께 즐기는 명절 같은 행사에 주로 만들어서 먹었다. 그만큼 떡은 귀한 음식으로 여겼다. 특히 신에게 올리는 제사에는 반드시 떡이 쓰였는데, 다른 것은 둥근 그릇에 담아도 이것은 반드시 네모나게 잘라서 네모난 그릇이나 틀에 네모난 모양으로 켜켜이 쌓아 담아서 올리는 것이 특징이다. 음양 이론에서 네모는 땅을 나타내는데(天圓地方), 땅에서 나는 것이면서 신에게 올리는 상징적인 음식, 혹은 祭物이면서 인간의 정성을 대표하는 것이기 반드시 네모나게 잘라서 높게 괴어 올린다. 이런 관습이 남아서 지금도 시루떡만은 반드시 네모나게 잘라서 담는 풍습이 있다고 보면 된다. 제사 음식 중에서 떡을 가장 높게 쌓아 놓는 이유도 정성이 신이나 하늘에 닿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면 된다. 시루떡을 만드는 도구인 시루는 청동기 시대의 것이 발견되었던 만큼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떡은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음식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떡 떠먹듯’이라는 표현을 낳게 한 주체가 바로 시루떡이기 때문에 이 말 또한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루떡은 끓는 물에서 나오는 김(蒸氣)을 이용해서 쌀가루 같은 것을 시루에 넣어 쪄서 만들어낸 떡이다. 시루는 물을 끓이는 도구인 솥의 위에 올려놓고 떡, 쌀 등을 쪄내는 둥근 질그릇으로 아래에서 올라오는 김이 통할 수 있도록 바닥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다. 시루 유물은 청동기 시대부터 시작하여, 철기시대의 것, 고구려를 중심으로 한 삼국시대의 것 등 매우 다양하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는 원시 농경사회 시대부터 시루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쌀가루 같은 것을 재료로 해서 시루떡을 만들 때는 재료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맨 아래에 짚이나 수크렁으로 만든 시루밑을 깐다. 시루의 바닥과 둘레가 맞는 솥을 골라 물을 붓고 그 위에 얹은 다음에 김이 새 나가지 못하도록 솥 전과 시루 바닥 사이에 반죽한 밀가루를 붙이는데, 이것을 시루번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루는 높이가 25센티, 지름이 45센티 정도 크기인데, 시루를 앉힐 때는 떡 재료가 달라붙지 않도록 해야 하므로 한 켜는 쌀가루를 넣고 그 위에는 팥, 콩 등의 가루를 뿌리는데, 이것을 고물이라고 한다. 그 위에 다시 쌀가루를 한 켜 놓고 같은 방법으로 계속해서 반복하여 여러 층이 되도록 만든다.
떡이 다 익으면 이제부터가 가장 중요한 작업이 된다. 왜냐하면 이 떡은 신이나 하늘이나 조상에게 올려야 하는 신성한 것인 데다가 그것을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깊이가 상당하면서 둥근 모양으로 되어있는 시루떡을 그 모습 그대로 꺼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매우 까다로운 데다가 난이도가 상당해서 아무나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이 작업은 가정에서는 팔과 손의 힘이 좋은 아버지가 주로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균형 감각, 신중한 몸놀림, 정성을 다하는 마음, 도구의 능숙한 활용 등이 한 치의 어그러짐도 없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이렇게 할 때만이 비로소 시루의 떡을 온전하게 꺼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루떡이 제사 음식의 대표성을 띠는 것은 땅에서 나는 곡식(쌀)을 재료로 하고 있다는 점도 있지만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이 가장 큰 노력과 정성을 들여서 만들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 전체를 가리켜 ‘떡을 뜬다.’라고 하는데, 한 켜 한 켜를 그 모습 그대로 정성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이 작업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주로 얇고 넓적한 모양으로 된 주걱인데, 모양을 상하지 않게 떠서 올리기에 가장 적합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떡을 무사히 떠내고 나면 이번에는 둥근 모양의 떡을 네모나게 자르는 일이 남는다.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네모난 모양의 떡은 땅에서 나오는 모든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대표 음식이어서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자리를 잘라내고 네모난 모양으로 만든 떡은 편틀 위에 여러 층으로 가지런하게 쌓는데, 이것은 ‘떡을 괸다’라고 한다. 떡을 가지런하게 잘 괴지 못하면 여러 층으로 쌓은 것이 무너지면서 모양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이것 역시 상당히 어려운 일 중의 하나이다. 그런 이유로 인해 이 작업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같은 성인의 집안 남성이 주로 맡아서 한다. 요즘은 전자동으로 된 기계로 시루떡을 찌므로 아예 네모난 틀에다 넣어서 모양을 잡는데, 이 역시 전통적인 문화 관습이 남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떡을 뜨는 과정이 이처럼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작업이기 때문에 무엇인가에 대해 자세하면서도 상세하게, 그리고 쉽게 설명해 주는 것을 가리켜 ‘떡 떠먹듯이 일러준다(가르쳐준다)’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일상 언어에서는 주로 ‘떡 떠먹듯이 가르쳐 줘도 그것 하나 제대로 못 하느냐?’라는 식의 문장으로 형성된다.
이 표현은 선인들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낸 음식에 대한 지혜를 일상의 언어로 확장하여 여유가 있으면서도 듣는 사람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하는 재미있는 우리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세태의 변화에 따라 이러한 것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