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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계 Nov 03. 2024

양치질의 유래, 어원

양치질의 유래, 어원     


음식을 먹은 뒤 이(齒)에 붙은 것들을 없애거나 입에서 냄새가 난다고 생각될 때 이를 닦고 입안을 가시는 것을 양치질이라고 한다. 한자로는 이를 관리한다는 뜻을 가진 養齒로 적는데, 원래는 조선 시대부터 버드나무의 가지라는 뜻을 가진 양지(楊枝)가 잘못 전해져서(訛傳) 이렇게 되었다는 주장이 상당히 널리 퍼져 있다. 얼핏 보기에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올바른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조선 시대의 기록을 보면 양치, 혹은 양치목(養齒木), 양치목장(養齒木匠), 양치장(養齒匠), 양치목인(養齒木人) 등의 표현이 16세기 초기(1505년)인 연산군 때의 기록에서 이미 등장하고 있어서 상당히 오랜 과거부터 양치라는 말이 널리 쓰였던 것으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에는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장인(匠人)은 모두 천민이었기 때문에 양치목을 만드는 사람들 역시 천민이었고 주어진 일만 하도록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이를 닦는 도구로서 양지(楊枝)라는 표현은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 양지에서 양치로 잘못 전해졌다는 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양치목으로 이를 닦을 때 쓰는 약(齒藥)으로는 속새를 썼다(養齒所入木賊 三斤十二兩 -양치하는 데에 들어가는 것은 속새인데, 3근에 12냥이다). 여러해살이 야생식물인 속새(木賊)에는 규산염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을 약재로 사용했다. 이 속새는 일반적인 약재로도 썼다. 엽전 1냥이 지금의 7만 원 정도이니 3근에 12냥은 엄청나게 비싼 값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버드나무 가지가 이를 닦는 데에 쓰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주장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버드나무로 만든 솔 같은 것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양지로 부르지 않고 양치목이라고 했으므로 양지가 양치로 바뀌었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양지라는 이 닦는 도구와 그 말은 과연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버드나무 가지이면서 입안을 청소하는 도구인 양지라는 것은 인도에서 시작되어 불교의 전래와 함께 동쪽으로 전해져 온 것이기 때문이다.      


양지는 인도에서 승려가 이를 깨끗이 하고 입안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필수 생활용품 중의 하나였다. 승려가 목탁을 두들기면서(托鉢) 보시를 받거나 설법하는 행위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 앞에서 입을 열고 말해야 하는데, 입냄새가 나면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입냄새를 없애는 것이 대단히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버들 같은 나무의 잔가지를 꺾어다가 잘근잘근 씹어서 입안을 청소하면서 그 가지의 끝을 솔처럼 만들어서 이를 닦는 데에 썼는데, 이것이 불교의 전래와 함께 중국으로 들어왔고 楊枝로 번역이 되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버드나무 가지는 부러지기보다는 쪼개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번 씹으면 잘게 쪼개지면서 솔처럼 된다는 것이다. 생활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고 할 수 있다. 인도의 대승 승려는 18가지 물품을 가지고 다니는데, 이 중에 양지 같은 도구가 반드시 들어 있었다고 한다. 부처께서도 버들가지를 씹어서 구취(口臭)를 없애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이것을 하면 다섯 가지 이로운 점(五德)이 있다고도 했다. 첫째, 소화가 잘된다. 둘째, 차갑거나 뜨거운 침을 없앤다. 셋째, 맛을 잘 구별할 수 있다. 넷째, 입냄새가 없어진다. 다섯째, 눈이 밝아진다 등의 좋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버들가지를 칫솔로 쓰기 위해서는 아주 가늘어도 안 되고 너무 굵어도 안 되며, 너무 길지도 너무 짧지도 않아야 한다. 긴 것은 손가락 12마디 정도이고 짧은 것은 8마디 정도라고 한다. 이것으로 사용하는 나무에는 우담바라 나무, 아시타(阿修他) 나무 등을 쓰기도 하는데, 이것이 없으면 뽕나무처럼 흰 즙이 나오는 나무를 쓰면 된다고 했다. 복숭아나무, 회화나무, 버드나무 등은 들판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므로 이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입안 청소 도구로 쓰는 나무는 쓴맛과 매운맛이 나는 것이어야 하며, 씹으면 부러지지 않고 줄기를 따라 부스러져서 솔처럼 되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이처럼 여러 나무를 입냄새 제거와 치아 관리 도구로 썼는데, 그 이유는 인도에는 버드나무가 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이런 방법이 불교가 동쪽으로 전래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으로 들어왔고, 그곳에 아주 흔한 나무 중 하나인 버드나무 가지(楊枝)로 통합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양지를 도구로 하는 칫솔질이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옛 문헌 어디에도 양지(楊枝)가 이를 닦는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 내용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양지를 이용하여 이와 입안을 청소한다는 표현은 있는데, 이것은 양치라는 말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양지는 버들가지라는 명사이고, 양치는 이를 닦는다는 동사로 표현의 구조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관리한다는 뜻을 가진 양치(養齒)라는 말은 조선 초기부터 여러 문헌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양지가 양치로 잘못 바뀌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 될 수밖에 없으며, 음운 변화상으로도 어떠한 근거도 찾을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이를 닦는다는 뜻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은 양치라는 표현이 될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양지라는 말이 일본에 전파되어서는 이쑤시개라는 뜻을 가진 ‘요지’로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나이가 지긋한 분들 가운데 이 말을 사용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한편, ‘-질’은, “어떤 도구를 나타내는 일부 명사의 뒤에 붙어서, 그 도구를 수단으로 하여 하는 일”이라는 뜻을 더해주는 접미사이다. 그러므로 양치질은 칫솔 같은 도구를 이용하여 이를 닦고 입안의 냄새를 없애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양치질의 어원과 유래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게 된다. 양치질의 유래는 인도의 승려에게서 시작된 것이며, 어원은 ‘나뭇가지를 씹어서 입냄새를 없앤다, 나뭇가지를 씹어서 입안을 청소한다’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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