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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너에게

by 날마다 하루살이

예전에 과외했던 아이의 엄마에게서 너를 소개받았어. 외모에 자신 없는 아이라고 설명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들었어. 그런 면이 공부하는 데는 어떤 영향도 주지 않기 때문이야. 처음 널 만났을 땐 왜소한 체구에 그 나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잘 웃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아마 외모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했어. 난 아무렇지 않게 다른 아이와 널 똑같이 대하려 했지만 조금 더 배려하고 조심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던 거 같아.

그 또한 차별이라면 차별일 수 있겠지.


그런데 공부를 하면서 너의 불편한 구석이 조금씩 튀어나왔어.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다짜고짜 "왜요?"를 갖다 붙이는 거야. '왜'란 질문이 좋은 질문인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 가령 '고체는 부피가 변하지 않는다'란 정의에도 "왜"를 갖다 붙이는 거야. 과학에서 배우는 정리 하나하나 모두 토를 달고 받아들이지 않고 의문을 제기하는 거야. '드라이아이스는 액체 상태가 없이 고체에서 바로 기체로 변해'라고 하면 자기는 물처럼 액체로 변한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경우도 있었어.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지경까지 이르게 되자 난 더 이상 너와 함께할 수 없는 뜻을 엄마께 전했지.


걱정스러운 마음을 가득 품고 마주한 너희 엄마는 내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며 오히려 내게 죄송하다는 말을 했어. 잘못된 생각인 줄 알지만 '왜 저런 엄마에게서 저런 딸이 태어났을까..'라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도 했었단다.


그 뒤로 넌 다른 학원을 다닌다고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내게 오고 싶다는 의사를 엄마에게 전했다는구나. 너와 나의 두 번째 인연이 시작된 거야. 조금은 걱정스러운 맘으로 널 다시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했어. 처음 공부를 다시 시작하는 날, 난 공부에 앞서 당부사항을 전했지.

"○○아.. 네가 의문을 갖는 것들이 있잖아. 책에 쓰여있지만 네 생각과 다른 내용. 그런 것이 있을 때는 그냥 받아들이고 외우는 걸로 할 수 있겠어?"

"네~"


첫 수업을 무사히 마쳤어. 예전처럼 질문에 질문을 물고 늘어지지 않았지. 다행이었어. 돌아온 첫 만남이 어색하지 않길 바라며, 너를 환영한다는 뜻으로 준비한 작은 선물 하나를 건넸어.


"○○아, 선생님이 선물 하나 준비했어.

선생님이 쓰는 데 너무 좋아서.. 이거~"

"저도 이거 알아요. 좋아요~"


평소 좋아했던 제품이라고 말해주다니! 네 마음에 들길 바랐는데 잘 되었다 싶었어. 네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기분까지 환해지는 거야. 무엇보다 네가 웃는 모습을 보았다는 사실이 내게 무척 흥미로웠어. 너도 웃을 수 있는 아이였구나...


너와 공부하는 시간이 많이 편해졌어. 아는 것을 정확히 풀고 모르는 것을 잘 기억했다가 질문을 해. 좋은 관계로의 전환은 일단 성공한 것 같으니, 너와 유의미한 결과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야.


요즘 서울로 병원 다니느라 바쁠 텐데 열심히 공부해 줘서 고맙고, 내게도 웃는 얼굴 보여줘서 고맙다. 언젠가 네가 초등학교 때 날 도서관에서 만난 것을 기억하고 엄마께 얘기 전했다고 했지. 내가 골라 준 책을 읽었다고. 수없이 첫아이와 도서관을 드나들며 책을 권해줬던 유일한 한 아이가 너였다는 거야. 인연의 끈은 또 이렇게 연결되었구나.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네가 한 단계 발전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어.

너를 다시 만나서 기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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