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다운 서점의 위기, 당신의 서점은 안녕하신가요

상하이 중수거에서 본 서점의 미래와 위기

by 장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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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서점의 종말'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선 경고가 아니었습니다. 아마존과 징동 같은 거대 이커머스의 할인 공세에 동네 서점은 물론 대형 서점들까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죠. 책은 이제 사는 것이 아니라 클릭하는 것이 되었고 서점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그저 비효율적인 재고 창고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여기, 그 조용한 종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존재가 있습니다. 바로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중수거(钟书阁, Zhongshuge)'입니다.


중수거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곳을 서점이라 부르기 망설였습니다. 거울로 마감된 천장과 바닥은 공간을 무한히 확장시켰고 거대한 원형 서가는 마치 판타지 영화 속 마법사의 도서관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죠. 이곳은 책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압도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중수거는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는 찬사와 함께 중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책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초현실적인 공간을 체험하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습니다. 서점의 미래는 경험에 있다는 강력한 증거였죠.


하지만 지금, 이 화려함의 대명사였던 중수거에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워졌습니다. 베이징, 선전 등 주요 도시의 매장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재정난과 위기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걸까요?


중수거의 눈부신 성공과 최근의 위기는 서점의 미래에 대해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서점의 미래, 중수거 미리보기

생존 전략 #1. '공간'을 '콘텐츠'로 만들다

생존 전략 #2. 서점이 아닌 '랜드마크'가 되다

딜레마의 시작: 아름다움만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그래서, 서점의 진짜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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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전략 #1. '공간'을 '콘텐츠'로 만들다

중수거의 창립자 진하오(金浩)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서점 주인이었습니다. 온라인 서점과의 가격 경쟁에서 참패한 그는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는 법을 원점에서 다시 고민해야 했습니다. 그의 답은 단순했습니다.


"온라인이 절대 줄 수 없는 것을 주자."


그가 선택한 무기는 바로 공간 그 자체였습니다. 그는 디자이너 리샹(李想)과 손잡고 책이 아닌 책으로 가득 찬 공간을 디자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2013년 상하이 쑹장구에 문을 연 '중수거 1호점'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압도적인 시각적 충격입니다. 중수거에 들어선 사람들은 책을 고르기 전에 스마트폰부터

꺼내 듭니다.

image.png 출처: China Services Info

이 디자인들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강력한 콘텐츠였습니다. 중수거는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책이라는 오브제로 가득 찬 초현실적 공간을 체험하는 콘텐츠였던 것입니다.


생존 전략 #2. 서점이 아닌 '랜드마크'가 되다

중수거의 공간 전략이 성공하면서 흥미로운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서점을 '웨이보'와 '샤오홍슈(小红书, 중국판 인스타그램)'에 경쟁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것이죠. 중수거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 없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국 전역의 핫플레이스가 되었습니다.

image.png 출처: 上海热线

백화점과 쇼핑몰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중수거를 입점시키기만 하면 그 자체로 엄청난 트래픽이 보장되었기 때문입니다. 중수거는 책을 파는 상점이라는 정체성을 넘어 그 도시의 문화를 상징하는 랜드마크이자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약속을 잡을 때 "백화점 앞에서 보자"가 아니라 "중수거 앞에서 보자"고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전략은 완벽해 보였습니다. 서점은 저렴한 임대료나 지원금을 받으며 프리미엄 상권에 입점하고 쇼핑몰은 서점이 끌어모은 트래픽으로 이익을 얻었죠. 중수거는 '서점+카페+문화상품'이라는 공식을 통해 수익 모델을 다각화했습니다. 이것이 2010년대 중후반 중수거가 제시한 서점의 미래였습니다.


딜레마의 시작: 아름다움만으로는 책을 팔 수 없다

화려한 성공 뒤에는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2020년 팬데믹이 닥치자 트래픽에 기반한 중수거의 모델은 치명타를 입었습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2024년 3월, 베이징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의 중수거가 돌연 폐점했습니다. 뒤이어 선전, 시안 등의 매장도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창립자 진하오는 언론을 통해 운영난으로 인해 일부 매장을 축소하고 있다고 사실상 위기를 인정했습니다.


원인은 복합적이었습니다. 우선, 방문객과 구매자는 같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책은 사지 않는다는 비판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화려한 디자인은 책을 고르고 읽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되었고 방문객 대부분은 독자가 아닌 관광객이었습니다.

image.png 출처: Frame Magazine

다음으로 높은 운영 비용 쇼핑몰의 임대료 지원이 끝나자 막대한 공간을 차지하는 서점의 운영비와 인건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습니다. 또한 중수거는 어떤 책을 파는가보다 어떻게 보이는가에 집중했습니다. 전문적인 큐레이션이나 독서 커뮤니티보다는 디자인과 카페 매출에 의존했죠.


경험과 사진이라는 무기는 강력했지만 서점이라는 본질, 즉 책의 판매와 콘텐츠가 뒷받침되지 못하자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서점의 진짜 미래는?

중수거의 이야기는 실패담이 아닙니다. 이것은 서점의 미래를 향한 가장 과감하고 아름다웠던 실험의 과정입니다. 중수거는 죽어가던 오프라인 서점의 심장에 '공간 경험'이라는 강력한 충격 요법을 가했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서점에 가고 싶어 한다는 것을 증명해 냈죠.


지금, 중수거는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겪으며 지속 가능성을 다시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점의 진짜 미래는 아마도 중수거가 보여준 '경험'과 전통적인 서점이 강점을 가졌던 '콘텐츠'의 결합일 것입니다.

image.png 출처: Retail Design

사람들을 압도적인 공간으로 끌어들이되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깊이 있는 큐레이션, 활발한 저자 강연, 그리고 끈끈한 독서 커뮤니티로 그들을 머무르게 해야 합니다.


중수거는 서점의 미래가 '얼마나 아름다워야 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제 중수거, 그리고 세계의 모든 서점은 '얼마나 단단해야 하는지'를 증명해야 할 두 번째 시험대 위에 서 있습니다.


Reference

[기사] '最美书店'钟书阁深圳首店关门,创始人承认“遇到困难” (21世纪经济报道, 2024. 03. 14)

[기사] 钟书阁北京首店停业,网红书店的“流量魔咒” (中国新闻网, 2024. 03. 27)

[기사] “中国最美书店”钟书阁,为什么“不香了”? (澎湃新闻, 2024. 03)

[웹사이트] X+Living (Wutopia Lab) - Zhongshuge Design Portfolio (Designer: Li Xiang)

[매거진] "The Spectacular Rise and Sudden Fall of China’s Most Beautiful Bookstore" (That's Magazine, 2024.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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