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제2장] 기록: 업계 트렌드

공유할 때 비로소 커지는 가치

by 건축학도
Pay it forward


실리콘밸리에는 어떠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행을 베푸는 문화가 있다. 바로 'Pay it forward' 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이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문화다. 이러한 선행은 또 다른 선행을 낳고, 함께 성장해 건강한 조직을 만들어갈 수 있다. 나는 일할 때 소위 ‘One Team’ 마인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직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때 그 시너지를 바탕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나 역시 조직의 일원으로서 좋은 아이디어나 자료, 정보를 얻으면 주변과 먼저 알리는 편이었다. 그렇게 약 10년간 매 주말마다 업계 트렌드 스터디를 하다 보니 이를 뉴스레터처럼 주변 지인들에게 정기적으로 공유하게 되었다. 누군가에게 배움을 얻었기에 다시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나 마케팅(광고) 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업계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트렌드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 마케팅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매주 업계 트렌드와 이슈를 정리해 정기적으로 회사 조직 내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처음엔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게 되었다.

매주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누는 일은 이제 내 삶의 중요한 루틴이 되었다. 그리고 이 루틴은 내가 현업에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약 10년간 업계 트렌드와 정보를 주변에 공유하면서 동료들과의 협업이 원활해졌고, 서로의 아이디어가 결합되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공유.JPG 매주 월요일마다 업계 주요 이슈를 정리해 주변에 공유하는데, 이는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



사용자, 고객 그리고 트렌드


앞에서 말했듯이 광고·마케팅·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업계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상대해야 하는 주요 대상이 사용자(User) 또는 고객(Customer)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빠르게 소통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사용자와 고객들은 점점 더 트렌드에 민감해지고 있다. 결국, 그들도 하나의 문화와 트렌드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기에 그 변화와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참고로, 사용자와 고객의 정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사용자(User): 서비스나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구매 여부 관계없음) → 서비스 경험에 초점

고객(Customer):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한 사람 (사용 여부 관계없음) → 구매 행위에 초점

EX) 게임기를 사준 부모는 고객, 게임을 하는 아이는 사용자


업계 트렌드를 꾸준히 정리하면서 느낀 점은 트렌드는 일시적인 유행과 달리 비교적 긴 호흡을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관성이 존재하며 그 안에서 소비 행태도 점진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사용자(및 고객)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우리의 주요 타깃층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는지, 어떤 요소에 강하게 반응하고 공유하는지 등을 모니터링을 하고 그에 맞춰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사이트에서 고객의 검색 & 액션 패턴을 모니터링하면 보다 신속한 마케팅 및 UX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활용한 성공적인 마케팅 사례는 칸 광고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한, 각 업계의 주요 기업들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 트렌드를 수치화한 리포트를 발행하곤 하는데 이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결국, 사용자와 고객의 심리는 트렌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이러한 리포트를 활용하면 미처 놓치고 있던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요소를 정량적으로 표현할 수 없으며, 데이터를 맹신하면 잘못된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즉, 주어진 데이터를 보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Bias)할 경우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 따라서 현장에서 실제 사용자와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들의 경험과 스토리를 파악하며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UX 디자인 설계 과정에서도 질적 조사(정성적)와 양적 조사(정량적)를 병행하는 이유다.



업계트렌드.jpg 우리는 다양한 매체에 노출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트렌드 또한 빠르게 변화할 수 있다.



공유할 때 비로소 커지는 가치


깃허브(Github)와 특허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공유’다. 깃허브는 오픈소스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이 서로의 코드를 공유하고 협업하며 발전시켜 나가는 공간이다. 특허 역시 자신의 기술을 보호받는 동시에 그 정보가 세상에 공개되어 사회 기술 발전에 기여한다. 이처럼 깃허브와 특허는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혁신을 이끌어 사회를 더 이롭게 만든다.

과거에는 정보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곧 경쟁력이었다. 나만이 알고 있는 지식이 가치의 원천이었고, 독점하는 것이 유리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는 점점 투명해지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용자들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빠르게 공유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행동 양식을 반영해 이제는 앱(App)과 웹(Web) 환경에서 공유(Share) 버튼은 없어서는 안 될 기능으로 자리 잡아 직관적으로 눈에 띄도록 설계된다. 사용자들의 공유하는 액션들은 자연스럽게 트렌드 흐름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조직 내에서도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자연스럽게 팔로워(Follower)들이 생겨나고,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용기를 내어 공유에 동참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지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공유할수록 그 가치가 커지는 순간이다. 나 또한 업계 트렌드를 공유해 오면서 이러한 선순환을 경험했고 이는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업계트렌드2.jpg 과거에는 폐쇄성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공유가 곧 경쟁력이 된 시대다.



보게 만들다


초년생 시절, 매주 월요일이면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 사무실 화분에 물을 줘야 했다. 일종의 당번 개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늦게 출근해 허겁지겁 물을 주고 있던 나를 본 이사님이 분무기를 건네받으며 한마디 하셨다.


화분 물 주는 것도 그렇고, 뭐든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해


업무에 지칠 때면 가끔 그때의 상황을 떠올린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도 화분과 같다. 꾸준히 물을 주지 않으면 점차 메말라 결국 굳어버린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물을 주어야 수분을 유지하며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다. 내게 업계 트렌드 정리는 그런 ‘꾸준한 물’ 같은 존재였다. 매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배운 지식과 정보도 있지만, 어느 순간 몸소 깨우친 것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요약하는 법'이었다.

업계 트렌드를 정리하려면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업무 중 자연스럽게 접하는 기사나 정보들은 가급적 바로 읽고 따로 노트에 저장해 둔다. 또한, 미리 구독해 둔 뉴스레터와 리포트(PDF 파일 등)는 모아 두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보고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복되는 정보들도 생기는데 이것들은 별도로 구분하여 카테고리별로 정리하고 핵심 내용을 요약한다.

사실 초창기에는 요약본이 아닌 내가 읽은 기사 링크와 자료를 그대로 공유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내용이 점점 많아지고, 기사들은 하나하나 클릭해서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동료가 의견을 제시했다.


한 줄로 요약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좋은 피드백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기사는 ‘한 줄 요약’, 내용이 조금 많으면 ‘세 줄 요약’ 정도로 압축해서 공유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바쁜 와중에도 필요한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

나는 종종 ‘읽게 만드는 것’과 ‘보게 만드는 것’의 차이를 이야기하곤 한다. 한 영역에 너무 많은 정보 혹은 텍스트가 많으면 본능적으로 귀찮음이 들고,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는 선택적으로 볼 수 있도록 구성하면 사람들은 핵심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이는 PPT 슬라이드든 서비스 디자인이든 마찬가지다. 정말 보여주고 싶은 것을 심플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효과적인 정보 전달 방식이라고 몸소 깨우치게 되었다.

추가로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나는 아래의 요소들을 먼저 체크하는 편이다.


폰트 사이즈 : 중요한 건 크게, 그렇지 않은 건 작게

폰트 두께 : 중요한 건 Bold, 그렇지 않은 건 Light or Medium

폰트 색 : 중요한 건 포인트 컬러

폰트 명암 : 중요한 건 밝게, 그렇지 않은 건 살짝 어둡게


당연해 보이지만 생각보다 훈련이 필요하다(정확히는 보는 눈). 디자인도 그렇고 덜어내는 것은 늘 어렵다.



앞서 'Pay it forward' 문화를 언급했지만, 사실 처음에 업계 트렌드를 정리하고 공유하는 일은 제법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개인 시간을 투자해 정리하고 이를 동료들에게 공유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넘게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베푼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되돌아오는 긍정적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순환 덕분에 작게는 내 주변 동료부터 나아가 내가 속한 조직까지 더 건강한 문화로 발전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먼저 선행을 베푸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한 번쯤 용기를 내서 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주변 도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스스로 먼저 움직이게 되는 원동력은 결국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한 번은 '나만 알고 있는 정보는 곧 경쟁력인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극비사항을 제외하고). 물론, 좋은 정보나 자료를 혼자만 알고 있으면 개인적인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오히려 서로 돕고 공유하는 것이 무기가 되는 케이스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결과물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공유를 통해 함께 성장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더 건강한 조직 문화가 만들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업계 트렌드를 정기적으로 정리하고 공유하는 이 취미는 내게 있어 귀중한 자산이자 커리어가 되었다.



TIP!

마케팅 트렌드를 정리해 주는 정기 뉴스레터를 구독해 보자. 실제로 찾아보면 다양한 뉴스레터가 있으며, 반드시 내가 속한 업계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구독하는 마케팅 뉴스레터라면 하나쯤 구독해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관심 키워드를 검색해 보자. 다양한 채팅방이 존재하며, 이곳에서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어 빠르게 트렌드를 파악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더불어, 마케팅 이슈와 트렌드를 정기적으로 정리해 리포트 형태로 제공하는 곳들도 있다. 아래는 대표적으로 많이 참고하는 사이트로 제안서나 보고서 작성 시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좋다.


[참고 사이트]

- 나스미디어

- 메조미디어

- DMC미디어

- 인크로스

- 카카오비즈니스


2013년.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스터디 목적으로 업계 소식과 트렌드를 정리해 블로그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하루는 이사님께 정리한 내용을 사내에도 공유해 보겠다 제안하였고 10년이 넘은 지금도 이 루틴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뉴스레터나 리포트가 많지 않던 시기였다. 그래서 취합하고 정리하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되었지만, 매주 정리하고 공유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생기고 꾸준히 트렌드 파악을 할 수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업계 트렌드를 공유하면서 그 가치는 더욱 커졌다. 한 번은 우연히 한 광고주의 중요한 실시간 뉴스를 동료 담당자보다 먼저 알게 된 적이 있었다. 마침 그 동료가 고객사와의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어, 미팅 전에 해당 소식을 전달해 주었다. 덕분에 실제 미팅에서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고 서로의 긍정 에너지가 조직 내에도 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8화[제2장] 기록: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