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고시생을 아시나요?
“슬초('슬기로운 초등생활'이라는 교육 플랫폼)에서 브런치 작가되기 프로젝트를 한다고?“
사실 그전에도 다음에서 운영하는 블로그 같은거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작가신청과 승인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이내 포기했었다. 블로그에도 꽤 많은 이웃이 있는 신랑이 네이버 블로그에는 본인이 너무 드러나고 쉽게 노출되는 점이 꺼려진다며 브런치로 환승하는걸 목격하기도 했다. 그래도 큰 관심은 없었다. 부부사이에도 상대방의 핸드폰은 보지 않기로 하는 불문율이 있듯이 서로의 블로그에는 안들어가는게 왠지 예의(?) 일거 같아서이다.
나 역시도 글을 쓰고 싶어서 블로그를 잠깐 하기도 했었다. 아이들과의 여행이나 독서록 같은 글들도 몇 편 올렸었다. 시작은 쉽지만 꾸준하게 쓰기란 정말 어려웠다. 몇 편 쓰고 나니 소재가 고갈된 느낌이고 일상에 바쁘고 글 쓸 여력이 없다며 접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켠에는 아쉬운 뭔가가 항상 있는 듯했다.
그러던 중, 내가 자녀교육에 있어서 멘토로 삼고 있는 이은경선생님이 ‘브런치 작가되기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서 신청할까 말까 몇번의 고민끝에 클릭을 눌러버렸다. 평소에는 소심하지만 결정할 때는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뭐라도 강제로라도 하면 안하는 것보단 남는게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시작한 브런치… 자기소개 글부터 막힌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뭘 좋아했더라?
특별한 삶을 산 것도 아닌데 목차까지 만들어서 쓸 거리가 있을까? 처음부터 막막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잡힌다. 이은경 선생님이 브런치 플랫폼을 수시로 드나들며 다른 작가의 글들을 많이 읽어보라는 팁을 주셨다. 브런치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와는 다른 세계 사람 같았다.
글쓰기는 시작도 못한채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브런치 플랫폼에 접속해서 그 날 올라온 글들을 쭉 읽어본다. 재미있는 글은 같은 작가의 다른 글이 궁금해져서 목차의 처음부터 끝까지 눌러보며 정주행 하기도 한다. ‘아~ 나도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글을 쓴다고? 민낯의 나를 드러낼 수 있을까?‘ 에서 점점 ’나도 한번 쓸 수 있을거 같은데?‘ ‘나도 비슷한 경험있었는데 이런 것도 글로 쓸 수 있구나~‘ 하면서 근거없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 일단 써서 내보자! 브런치 까짓것 안되면 될 때까지 n수생 하면 되지~
나한테 언제부터 이런 도전정신과 전투적 성향이 있었던가?
브런치 합격소식을 기다리는 것은 그 옛날 대학 합격발표나 군대간 남친에게 첫 편지를 기다리는 것 못지 않게 떨렸다.
안되도 괜찮다고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브런치앱과 메일함을 수시로 드나들었다.
우와~ 나 진짜 브런치 고시에 합격한거야?
서점에 가서도 평소에는 자녀교육서나 자기계발서 코너에 주로 머물렀던 평소의 내모습과는 달리, 에세이류로 얼른 달려가서 매대에 올려져 있는 신간 에세이와 베스트 에세이들은 어떤 제목을 달고 있는지 빠르게 매의 눈으로 스캔해본다. 아~ 저건 내가 먼저 썼어야 하는 주제인데… 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하고 딱봐도 멋져보이는 책은 부러움과 질투를 가득 담아 그자리에서 후루룩 일어보기도 한다.
일을 하면서도 '방금 있었던 일을 에피소드로 만들어서 글로 올리면 괜찮을거 같은데?' 나도 모르게 자꾸 글소재를 찾는다. '앗, 이건 사진 찍어둬야겠다. 글 올릴 때 첨부자료로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자꾸 쓸거리를 모아두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마치 글을 쓰기 위해 일상을 사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나를 보며 “무슨 베스트셀러 작가 나셨네~ ”하면서 남편이 코웃음을 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속으로 외친다
"어쨌든 나 브런치 작가 된거 맞잖아~"
<그림출처: 픽사베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