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동네에는 한국인이라고는 우리 네 식구 밖에는 없었고 한인식당은 물론 한인식품점도 없었다. 한식 재료를 구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한국 음식은 거의 먹을 수가 없었고 난 늘 아버지가 운영하시던 햄버거 가게에서 햄버거로 식사를 해야만 했었다. 가끔 엄마가 멕시코 고추를 말려서 빻은 후에 양배추로 김치를 만들어 주셨는데 그 조차도 너무나 맛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한식보다는 양식을 더 먹고 한국어보다는 스페인어를 더 많이 쓰면서 살아가던 어느 날, 아버지가 교회를 가자고 하셨다. 한국에 살 때도 가지 않던 교회를 파라과이까지 와서 가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가지고 나는 이민 온 지 거의 1년 만에 한인교회를 갔다. 늘 파라과이 현지인들만 보다가 많은 한국인들을 보니 너무나 반가웠고 한국말이 여기저기서 들리니 너무나도 좋았다.
파라과이 아버지의 햄버거 가게
예배가 끝났고 교인들은 식당에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음식들이 전부 한식이 아닌가.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김치와 불고기를 보면서 나는 비로소 내가 외국에 살고 있구나 하는 현실을 다시금 느꼈다. 언제 또 먹을지 모르는 불고기와 김치를 나는 맘껏 먹었고 다시 우리 가족은 한국인은 딱 4명인 우리 동네로 돌아왔다. 그 후로 나는 매주 일요일이 너무나 기다려졌고 교회 가는 날이 너무나도 행복했었다. 그렇게 나의 이민 교회 생활은 시작되었고 나는 세례도 받고 청년부에도 들어가고 성가대에도 서게 되었다. 지금은 한국식품점도 많아지고 한국 물건들도 많이 들어와 있고 한국식당도 많아서 한식을 접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지만 그 시절에 나를 교회로 전도한 것은 결국 김치와 불고기가 한셈이었던 것이다. -LIFE IN PARAGU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