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요즘 백종원이라는 이름이 유독 자주 언론에 오르내린다.
빽햄 품질 논란부터 시작해, 프랜차이즈 운영 방식,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갈등, 그리고 더본코리아의 상장 후 주가 하락까지…
많은 이들이 실망했고, 분노했고, 또 실체를 알고 싶어 한다.
이 논란의 중심엔 한 사람이 있었다.
영화감독이자, MBC PD 출신의 김재환.
그는 다큐멘터리 *‘쿼바디스’*와 ‘족벌 두 신문 이야기’ 등을 통해 사회의 깊은 문제를 조명해 온 인물이다.
이번에도 그는 거대한 이름 앞에 질문을 던졌다. 왜 아무도 묻지 않았는가, 백종원의 영향력은 정말 공정한가?
처음엔 나도 큰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유튜브 프로그램 매불쇼에서 김재환 감독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진행자 최욱은 욕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또 백종원이라는 거대한 상대가 향후 문제 삼을 수도 있는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방송을 이끌어갔다. 그 모습이 인상 깊었다.
김재환 감독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싸우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백종원으로 인해 고통받았다는 수많은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나섰고, 또 제2, 제3의 비슷한 구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는 누구의 편을 들고 싶진 않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하게 느낀 건 있었다.
백종원은 방송을 통해 사익을 추구해 왔고,
김재환은 감히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꺼내며 고된 싸움을 시작했다는 것.
이건 내 나름의 객관적 판단이다.
그 방송을 보며, 오래전 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브라질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던 시절,
당시 브라질 한국 총영사가 교민 위에 군림하려 하던 행태를 고발하려 1년 넘게 추적한 적이 있다.
<관존민비(官尊民卑), 관리를 높게 보고 일반백성을 낮게 보는 것, 또는 그런 사고방식>
나는 그 실체를 밝히고자 수많은 증언자를 만나고, 자료를 모으고, 한국 정부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권력 앞에선 늘 그렇듯, 증언을 약속하던 이들은 하나둘 연락을 피했고, 제보를 넘긴 정부 기관은 결국 자기 식구를 감싸기 바빴다.
그 총영사는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나는, 남은 것은 허탈감과 후회뿐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재환 PD의 싸움이 남 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진실이 무엇인지, 누가 거짓인지 나는 모른다.
직접 취재한 것도 아니고, 백종원이라는 사람을 개인적으로 알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진실은 밝혀져야 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앞에 선 사람들은 너무 자주 혼자였다.
그 혼자였던 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 한구석이 저리다.
그리고 지금, 계란으로 바위를 치고 있는 그 사람을 보며
조용히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