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서 생각하기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지 반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나는 잘 쉬었고, 또 쉬지 않을 수 없었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세 달을 멈춘 채 지냈으니까.
움직일 수 없던 그 시간 동안, 마음만은 끊임없이 움직였다.
‘이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질문이 하나 생기면, 생각은 열 가지 스무 가지로 퍼졌다.
작아진 월급을 감수하고 다시 취직을 할까.
몸이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단순 노동이라도.
아니면, 마음을 쏟아 약자들을 돕는 일을 해볼까.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작고 조용한 혼술 가게를 열어볼까.
혹은, 전혀 새로운 기술을 배워 창업이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볼까.
머릿속이 북적였다. 마음은 무겁게 흔들렸다.
그때 문득, 하나의 마음이 명확히 떠올랐다.
“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
KFC의 창업자가 80이 넘어서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직 늦지 않았다’는 위로를 조심스레 꺼내보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뚝딱뚝딱 조물조물,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걸 좋아했다.
돌아보면 내가 가장 즐겁고, 또 물질적으로 여유로웠던 순간은 항상 '무언가를 창조하고 있었을 때'였다.
그래서 시작하기도 전에 이름부터 지었다.
"Made for 0.1%"
0.1퍼센트의 사람만을 위한 제품
앞서가고 싶은 마음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라도 결심을 굳히고 싶었다.
내가 만든 건 특별할 거라는 믿음을, 이름에 담고 싶었다.
요즘 나는 용접, 목공, 도장 같은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무엇을 만들면 좋을까?
어떤 디자인이 좋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을 하고, 스크랩을 하고, 상상해 본다.
하지만 그 상상 사이에 자꾸만 끼어드는 질문이 있다.
"지금 이 나이에… 가능할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다.
과연 나는 뜬구름을 잡고 있는 걸까.
어머니 말대로, 그냥 대형면허나 따서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소박하게 사는 것이 맞는 걸까?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마음속에서 뭐가 꿈틀거린다.
무언가를 만들고 싶은 갈망.
그 조용한 열정이 나를 다시 앞으로 밀어낸다.
‘작품이 돈이 된다.’
이 한 줄의 믿음을 품고, 나는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발이 무겁고 두려울까.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
나처럼 무언가 시작하기 두려웠던 분은 없었나요?
혹은, 같은 고민 속을 지나오신 분은 없을까요?
나는 지금, 정중히 묻고 싶다.
이런 나에게 따뜻한 조언 한 마디,
혹은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는 응원의 말 한 줄이라도
들려줄 수 없을까요?
나는 지금, 뜬구름을 잡는 게 아니라
어쩌면…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