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가족
⭐⭐⭐⭐
감독 : 오세호
출연 : 김환희, 김리예, 김민규, 백현진, 안지혜
개봉 : 2024년 11월 20일
영알못 아줌마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9남매, 다둥이 집안에서 17년 만에 갖게 된 자기 방을 고수하고 싶어 하는 소녀 우담(김환희)의 성장 과정과 가족애를 밝고 따뜻하게 담은 영화입니다.
17살 '우담'의 독백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옛날 사람들은 그랬다며
아기가 어떻게 생기는지 답하기 민망할 땐
황새가 아기를 보따리에 물어다 준다 했다고
근데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만약 우리 집을 담당하는 황새가 말을 할 수 있었다면
분명 이랬을걸
"저출산 시대에 귀한 집을 맡게 되어서 영광입니다만,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닙니까? 과도한 업무량으로 인해 파업하겠습니다."
근데 있잖아 '황. 새. 사. 절'이라고 먼저 써놓고 싶은 건 나였거든!
남매들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행동과 그들 사이에 흐르는 교감을 느껴보세요, '가족이어서 참 좋다'라고 마음이 하는 소리가 들릴 거예요. 대가족을 꿈꾸던 저에게는 마냥 부럽기만 한 티격태격 시끌벅적 일상의 모습들이었답니다.
10대 소녀의 임신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소 가볍게 다루고 있어서 현재 사회의 흐름이 이런 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보다 싶어 좀 놀라웠고요, 또 그런 이야기의 진행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던 나 자신도 신기했네요.
나도 안다.
우리 집이 시대 흐름에 완전히 뒤처지고 있다는 거
전래동화 같은 황새 얘기 때문이 아니라
60년대 스타일의 이 가족계획을 말이다.
21평 집에 11명의 사람이 부대끼는
실로 불가능한 인구밀도 덕분에 나는 일찍이 깨달았다.
'타인은 지옥'이라는 것을.
그니까 누가 우리 엄마 아빠한테 한번 물어봐 줄래
내일 종말이 와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처럼
삼시 세끼 쉬지도 않고 계속 그 짓을 해댄 이유를 말이다.
<'우담'의 독백>
자기 방을 지키고 싶은 우담이 '황새 사절'이라고 외치며 '타인은 지옥'이라는 독백으로 시작했던 영화는 '그때 그 방에는 너를 초대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친구 경빈과 함께 할 미래를 꿈꾸며 마무리되는데요.
사실 21평에 11명이 산다면 영화 속 가족처럼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화기애애하게 지낼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생각이 들면서 영화가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는 해요. 하지만 감독이 꿈꾸고 우리가 꿈꾸는 가족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마음이 풍성해지는 일상'에 가치를 두는 사회, 나만을 위하기보다는 '다 함께 살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를 꿈꾸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비록 현실은 반대로 차갑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따뜻한 관계의 온기를 그리워하는 '내'가 있지 않을까요.
갈수록 인구가 감소되고 있는 요즘 이 영화가 젊은 커플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질 용기가 생기도록 국가에서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는 것이 우선이겠지만요.
늦었지만 취소할게.
너라는 위대함을 믿으라고 했던 거.
우리는 위대함이랑은 좀 안 어울리는 듯.
하지만 대단한 사람이 못 되어도
언젠간 각자 방 하나씩은 꾸리게 되지 않을까?
크진 않아도 참 아늑하고 안전해서
그 안에 작고 위대하지 않은 사람 하나 더 함께 할 수 있는.
그때 그 방에는 너를 초대할 수 있을까?
황새가 물어오는 게 아기만은 아닌가 봐.
안녕, 내 룸메이트
<자기만의 방을 지키기 위해 좌충우돌하던 우담의 내면이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독백>
다둥이 집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일상 속에 함께 동화되어 울고 웃다 보니 어느새 영화는 끝났고 마음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습니다.
가족과 개인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고,
'우담과 경빈'을 통해 청소년기의 갈등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과정을 담아낸,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을 '자기만의 방'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