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심리)분석을 통해 현실을 직시하고 치유하며 나만의 꿈을 이루다.
2화 : 내 안의 만다라를 만나다.
2021년 2월 20일 꿈
#1. 미국의 한 호텔
꿈속의 3월 8일.
나는 가족(석범)들과의 미국 여행을 끝내고 이제 집으로 돌아가기 하루 전날이다.
나는 급히 대학교 친구인 민서에게 연락을 한다.
민서는 강릉여고를 졸업할 때만해도 이름만 아는 정도의 친구였는데, 함께 같은 대학을 진학하면서 절친이 되었다.
결혼을 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 현재 ‘메타(과거 페이스북)’의 코딩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미국에 민서가 있었지만, 괜히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숙소를 따로 정해 가족들과 미국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석범이가 3월 1일에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면서 그냥 체크아웃을 해버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찌어찌 며칠을 더 묵었는데, 남은 하루는 더 이상 연장이 되질 않고 오도가도 못하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 버렸다.
호텔 직원은 현 상황에 대해 나에게 분명히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내가 영어가 짧아서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영어 공부 좀 많이 해놓을걸.'
창피하고 나한텐 아무 말도 없이 지 멋대로 체크아웃한 석범이가 괘씸하다.
(실제로 석범이는 나의 가족이 아니다. 막내 작은 아빠로, 나에게 그는 평생 이기적이고 안하무인인 나쁜 사람으로 이미지 메이킹이 돼 있다.)
‘역시 그러면 그렇지... 니가 남을 배려할 사람이 아니지...’
혼자 석범이를 원망하면서 민서에게 SOS를 쳤다.
민서가 남은 비용을 고스란히 지불한 후에야 나는 민서네 가족과 남은 하루 일정을 보내게 된다.
#2. 미국의 민서네 집
민서네 집은 첫 방문이다.
살인적인 산호세 지역의 물가를 고스란히 보여주듯 집이 그리 넓진 못하고 맞벌이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침 오늘 민서는 이화여대 미국 캠퍼스, 졸업날이라고 한다.
(참고로 나와 민서는 이화여대를 졸업했고, 실제로 아직 민서 집에 가 본 적이 없다.)
일단 우리는 졸업식에 들러야 했다.
나는 민서가 졸업 가운과 모자를 쓰고 거대한 강당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본다.
미국 이대는 강당부터 스케일이 어마어마하다.
문이 지잉- 열리고 사람들 박수를 받으며 민서가 들어간다.
안에는 과별 졸업인지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소규모 졸업을 앞둔 사람들로 분위기가 따뜻하고 좋다.
순간 약간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민서는 미국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넓은 세상에서 졸업을 또 하는구나... 뭐 이런 생각.
나는 민서 남편과 강당 바깥쪽에 있는데, 그녀의 남편은 오늘 나를 가이드 하기 위해 이틀 밤을 꼬박 새워야 할 상황이었다.
“미안해요. 괜히 저 때문에 무리해야 하시는군요.”
“아니에요. 뭐 맨날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거라... 괜찮습니다.”
민서 남편이 내 맘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괜히 더 미안해진다.
#3. 미국 자연사 박물관 정원
졸업식이 끝나고 나는 민서네와 자연사 박물관에 놀러온다.
(실제의 난 미국은 물론 자연사 박물관을 가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꿈 속의 자연사 박물관은 박물관 주변으로 넓고 깨끗한 강으로 둥글게 둘러 싸여 있었다.
마치 자연사 박물관이 강에 둘러 싸인 섬처럼 느껴진달까?
그리고 강 주변으로는 감촉 좋은 흙길이 산책하기 좋게 나 있었다.
무엇보다 눈앞으로 펼쳐진 어마어마한 강물과 윤슬이 장관이다.
평소 강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자연사 박물관의 주변 풍경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반짝이는 물결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도 잠시, 물이 너무 맑아서 물 안을 들여다보는데...
우와~~~!
기본 팔뚝만한 엄청 큰 물고기들이 강 속에 가득하다.
물고기들이 맑디맑은 강물 속에서 정말 자유롭게 노닌다.
내가 들여다보고 있는 순간에도 물위로 팔딱팔딱 뛰어오른다.
당장이라도 나에게 달려들 것 같다.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처럼 가깝고 생동감 느껴진다.
물 반, 고기 반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걸까?
정말 기막힌 풍경이다.
둥글게 난 흙길 위를 계속 걷는데, 그 위로 물고기들이 뛰어올라 팔딱인다.
기분이 너무 좋다.
계속 걷고 있는데, 한쪽에 수족관처럼 돼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 같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다.
그리고 벽 한쪽에 지시 상황이 적혀 있다.
[물고기를 잡지 마세요.] 라고.
난 순간 팔딱거리는 물고기를 잡고 싶었던 맘이 죄책감으로 느껴진다.
그러면서 드는 궁금증.
‘왜지? 왜 물고기를 잡지 말라고 그러지?’
푯말 아래 작은 글씨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노동자들의 일거리를 나눠줄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의미구나...
내가 생각이 짧았다 싶다.
#4. 박물관 건물 안
나는 박물관 바깥 산책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와 이런저런 전시와 퍼포먼스들을 구경한다.
볼거리가 가득한 그곳에서 내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다.
어떤 중년 아줌마가 페이스페인팅을 해준다.
어떤 손님이 페이스페인팅을 하는 걸, 난 옆에 서서 구경한다.
얼굴에 물감이 그려진다.
난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집중해서 지켜본다.
처음엔 도대체 무슨 그림인지 감이 안 잡혔는데, 한 순간 알아챈다.
“짱구 엉덩이!”
내가 맞췄다.
순식간에 그려낸 그림이 짱구 엉덩이라니...!
재밌기도 하고 아무 부담없이 슥슥 남의 얼굴에 그림을 잘 그려내는 아줌마가 신기했다.
밖으로 나오려는데, 일행 중 한명(민서 아니고 다른 일행이 있었는데 누군지는 모르겠다)이 자기도 하고 싶다며 아줌마에게 얼굴을 맡긴다.
난 일행이 ‘참 호기심 많네...’ 생각하며 재밌게 구경하는데, 아까보다 그림이 어렵다.
얼굴 한 면은 수많은 뭔가, 다른 한쪽은 혼자 있는 뭔가.
내가 화가에게 무슨 그림이냐고 물으니, 5가지로 해석될 수 있는 심오한 그림이란다.
그 중 하나가, 발레리나 한명과 수많은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뭐라뭐라 더 설명을 이어갔는데, 해석의 여지가 많은 추상적인 말을 해서 내가 잘 못 알아듣는다.
나는 혼자 나머지 4개의 의미를 더 생각해본다.
한 명의 리더와 대중들? 뭐 기타 등등
문득 그 아줌마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쓴다는 걸 깨닫는다.
한국 아줌마가 미국까지 와서 그림을 그리고 있구나...
꽤 실력자에 심오한 아줌마구나...
밖으로 나와서 돌아가는 길을 둘러본다.
말로만 듣던 자연사 박물관을, 이렇게 둘러봤구나...
좋았는데, 문득 더 열심히 보고 느낄 걸 그랬나? 왠지 아쉬움이 남는다.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난 목적지향적인 사람이다.
다양한 사람들 간의 관계 안에서 행복을 느끼기 보다는, 내가 원하는 어떤 목적을 정해 놓고 그걸 향해서 질주하는 그런 피곤한 유형의 인간.
난 내가 그런 사람이라는 걸 마흔이 넘어서야 알게 됐다.
내가 바라는 이상형이 아니고, 무지 못 마땅해도,,, 그게 나다.
그래서인지 이루고 싶은 꿈은 내게 아주 소중했고, 때문에 밤마다 꾸는 꿈의 대부분은 일과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다.
이번 꿈도 내 글과 관련된 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꿈을 꿀 무렵 나는 글의 대중성과 예술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지 못했는데, 이 꿈을 꾸고서야 비로소 알게 됐다고 할까?
흔히들 영화나 드라마는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물론 종종 영화를 하는 사람들은 드라마를 더 하급으로 보기도 하지만.
희한하게 내가 쓰고 싶은 글은 대중성과 예술성 그 중간에서 헤매고 있었다.
드라마를 종합예술로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드라마 안에 예술 혼을 불어넣기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은 말한다.
‘데뷔 전엔 대중성에 충실한 글을 써 일단 데뷔를 하고, 그 후에 너의 예술혼을 불어넣으라’ 고.
난 충분히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글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아이디어(소위 아이템)는 기가 막힌데, 좀 어렵다고.]
도대체 뭐가 어렵다는 걸까?
얼마나 더 쉬워야 사람들이 좋아할까?
이 무렵, 특별히 더 고민했던 것 같진 않았는데, 이 꿈을 통해 내 고질적인 고민이 ‘이 꿈 어디쯤’에 담겨 있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배경을 가지고 이 꿈을 한 번 들여다 보면 좋겠다.
미국은 나에게서 먼 곳, 나에게 생소한 곳. 즉 무의식에 가깝다.
때문에 미국으로의 여정은 무의식 깊숙한 곳에 내제된 내 글의 방향성에 대한 여정이다.
특히, 가족도 아니면서 가족처럼 나온 막내 작은 아빠(석범)와 민서는 나의 그림자다.
꿈속에서 그림자는 보통 일상적으로는 발현되지 않는, 숨겨진 나의 인격을 의미한다.
이 둘의 공통점은 ‘세속적 면모’라는 것!
석범은 나의 진화되지 못한 세속적 모습이고, 민서는 훨씬 분화된 세속적 그림자다.
나의 이득에 좀 더 초점을 맞춘 현실적인 모습을 지닌 나의 그림자.
또, 영어, English는 ‘Engel'이 어원으로 천사의 언어라는 뜻이기도 하단다.
천사의 언어로 시작되는 이 꿈은 무의식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인 것이다.
즉, 이상이 아닌, 세속적인 부분과 타협을 해야 하는 상황이, 이 꿈을 꾸게 된 동기다.
다행이 꿈속에서 민서, 세속적 그림자의 나는 조급하고 나 자신을 믿지 못했던 내가 그런 나 자신으로부터 꽤 괜찮게 졸업을 한다.
조급함과의 졸업을 함으로서 나는 성장하고 통찰을 얻는다.
나의 페이스로 걸어가야겠구나...
그러면서 나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온다.
[자연사 박물관]
< 뉴욕 자연사 박물관 >
내게, 자연사 박물관이 상징하는 것은 인류의 모든 역사, 지식, 지혜가 모인 집합체다.
내가 자연사 박물관을 방문했다 함은, 내 삶의 모든 것을 모아 놓고, 인류의 모든 지혜가 모아진....
즉, 우주와 나의 만다라 안으로 들어왔음을 의미한다.
내 무의식의 코어인 만다라 주변엔 물고기가 가득하다.
수많은 팔뚝만한 싱그러운 물고기들이 펄떡인다.
물고기는 무의식에 가까운 창조성이다.
가끔은 뻐끔거리는 물고기처럼 모든 것을 집어삼키기도 하지만, 그 날것의 물고기는 창조성을 낳기도 한다.
그런 날것의 창조성이 지금 내 안에 가득하다.
그렇지만 그걸 손으로 함부로 잡아서는 안 된다.
수족관에 외국인 노동자(아니무스 : 내 안의 낯선 남성성=친밀한 남성성이 될 때까지 분화시켜야 한다)로 분류과정을 거쳐 잡아야한다.
나는 창조성을 낳을 물고기(내 안의 자원)를 뒤로하고 내 안(만다라, 자연사박물관)으로 들어온다.
참고로 만다라는, 내 안의 나, 내면,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융은 무의식의 의식화 과정을 통해 형성된 통합적 인격이라 했다.
그 안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엔 중년의 아줌마가 페이스페인팅을 하고 있다.
중년의 아줌마는 나의 뮤즈 같기도 하고, 내 안의 능숙한 재능이기도 하다.
페이스페인팅을 한다는 건, 나를 표현하는 뭔가, 즉 일종의 페르소나일 수 있다.
나의 페르소나엔,
짱구 엉덩이 같은 웃기고 재밌는 대중적인 면도 있고,
발레리나와 호두까기 인형 같은 5개로 해석되는 심오한 면도 있다.
중년 아줌마는 무의식의 언어가 아닌, 한국어도 할 수 있는 아줌마였고,
짱구도 그릴 줄 알고, 심오한 그림도 그릴 줄 아는 그런 능력자였다.
내 안에 그런 뮤즈가 있는 것이다.
뮤즈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나의 일면일지도 모른다.
내 무의식은,
내가 가진 유능한 자원을 믿지 못하고 내 능력을 의심하는 나를 위해,
날 내 안의 깊은 곳까지 여행을 시켜주었다.
작가 권리연.
날 것 그대로의 창조성이 가득한 나를 믿어 보자.
지금 잘 가고 있는 거다.
맑디맑은 물속에서 힘차게 튀어 오르는 창조성 가득한 물고기를 날 것으로 막 잡지 말고.
잘 분류해서 멋들어지는 정찬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