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인정하는 법

by sereno

대학생 시절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알바를 했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집에서 가까웠고

다른 곳보다 시급을 많이 줬다.


근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여기서 일하는 친구들 대부분

파워 E였고, EEEE만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대문자 I였던 나에게 닥친 시련

첫 번째, 엄청 큰 목소리로 "안녕하세요. 환영합니다." 외치기

두 번째, 생일축하 요청이 오면 "생일축하~~~ 노래는~~ " 탬버린 흔들면서 노래 부르기

세 번째, 닉네임으로 자기소개를 하며 주문받기

네 번째, 기념일 행사마다 코스프레하기

.....

나에게 도망칠 이유가 너무나도 많았지만

왜 인지 그때의 나는 끈질기게 다녔다.


단순 반복의 단기 알바만 해보다가

이렇게 손님을 직접적으로 상대하고

많은 크루들과 일하는 일을 처음이었다.

그래서 친구들과 친해지는 법

일을 능숙하게 하는 법 등

나는 모든 게 어리숙했다.


커피머신 마감을 해야 하는 날이었다.

트레이에 담긴 커피가루를 털어내고 다시 기계에 넣는데

제대로 딱 맞게 들어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힘을 주어 밀어 넣었는데

이상함을 감지했다.

트레이 모서리 부분이 깨진 것이다.

그 현장의 목격자는 나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생각하지 못했다.

마감을 한 사람은 나뿐이었다는 걸

다음날 매니저님이 나를 부르셨다.

혹시 어제 커피 머신 마감하면서 문제없었는지를 물으셨고,

내 표정이 아마 "문제 있었는데 말을 안 했어요."가 쓰여있었던 것 같다.

매니저님께서 다음부터 괜찮으니깐

문제가 생겼으면 말을 하면 된다고 해주셨다.

실수를 인정하는 방법을 배웠다.


할인 행사를 하는 날이었다.

홀은 손님들로 가득 찼고

평소보다 스테이크 주문이 많았다.

스테이크는 손님에게 나가기 전에

주방에서 어떤 종류의 스테이크인지 표시해 주는 픽이 꼽아져 있다.

내가 주문받은 스테이크가 다 준비됐다는 무전을 받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같이 일하는 오빠가 나를 도와주겠다며

이미 픽을 뽑아서 나를 건네주었고

나는 손님에게 서빙을 완료했다.

잠시 후

점장님이 부르셨다.

스테이크가 바뀌어서 나갔다고 한다.

나는 거기서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내가 한번 더 확인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장님께 한바탕 혼난 후

매니저님이 불렀다.

매니저님은 나의 실수가 아니었다고 점장님께 말해놨으니

너무 상처받지 않았으면 한다고 위로해 주셨다.


지금

내가 그 당시의 매니저님의 나이가 되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살의 방식을 가르쳐 줄 만한

사람이 되었을까?

생각해 보는 내 인생의 소중한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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