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아버지

지금은 편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나의 할아버지에게

by sereno

지금은 편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 나의 할아버지에게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이다.

갑자기 담임 선생님께서 교장실로 가보라고 하셨다.

나에겐 교장 선생님을 만날만한 이슈가 아무것도 없었기에

도대체 무슨일일까..? 궁금증을 안고 교장실 문을 열었다.

교장실안에는 나의 할어버지가

앉아계셨다.

인천에 사시는 할아버지는 우리 집 앞으로 지하철이 개통된 후

고구마, 밤, 나물 등이 가득 담김 백팩을 메고 자주 집으로 오셨다.

집으로 오시던 할아버지가

학교로 오신 이유는 그날따라 연락을 하지 않고 오셨고

엄마는 잠시 외출한 상태여서

내가 다니는 학교로 오신 거였다.

그래서 나는 종례를 면제받고

할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어색한 발걸음을

나란히 했던 기억이 있다.


어느덧 자라서 고등학교 3학년,

내가 수험생이 되었던 시절에 나의 할아버지는

멋진 필기체로 쓰신 편지와 초콜릿을 주시며

응원해 주셨다.

어느 하나 특별하지 않고 평범했던 나에게

특별한 마음가짐으로 시험에 임하게 해 주셨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가 성인이 되어서도

항상 거르지 않으셨던 행동이 있다.

내가 지하철을 타고

할아버지집에 오는 날이면

지하철을 탔다고 듣는 순간부터

지하철역 안에서 나를 기다리셨다.

밤이건 낮이건 상관없이

마중 나오셨던 나의 할아버지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손자손녀들을

마중 나오셨다.


밤중에 할머니가 급하게 아빠에게 전화를 하셨다.

할아버지가 사라지셨다고.

치매 증상이 시작된 할아버지는

밤중에 자주 사라지셨지만,

평소에는 대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시는 정도였고

30분 안으로 들어오셨다고 한다.

그날은 한참을 기다리시다가

시간이 너무 흘러

경찰에 신고를 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셨고

손자손녀들이 온다고 했다며

지하철역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셨다.

우리가 많이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점점 기력이 약해지시고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할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아빠를 알아보지 못하셨는데

나는 단번에 알아보셨다.


보건소에서 대여해 준

병원 침대가 할아버지 집에 설치되어 있었다.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계시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계속 바닥으로 내려오시려고 했다고 한다.

스스로 내려올 힘도 없으신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있으셨던 걸까?

할아버지가 되어 생각해 본다.


그날 아침 집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