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증가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뉴스1
자사주로 상여를 받은 뒤 불과 며칠 만에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직원들이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실제로 일어난 일이다.
최근 AI 반도체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두 기업의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사주 보상제도가 임직원들의 자산을 크게 불리고 있다.
현금보다 높은 수익률에 힘입어, 자사주 보상제의 효과가 재조명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증가 / 출처 : 뉴스1
SK하이닉스 임원 A씨는 올해 초 자사주 상여금 823주를 받은 뒤, 4월에는 431주, 10월 말에는 246주를 추가로 매입했다. 총 677주를 직접 매입한 그는 최근 8거래일간 2200만 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기록했다.
그가 자사주를 처음 받은 1월 24일, SK하이닉스 종가는 22만 1000원이었지만, 10월 12일 기준으로 61만 7000원까지 뛰었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약 5억 원 수준의 자산 증가가 이뤄진 셈이다.
이처럼 자사주 보유자의 수익이 급증하면서, 자사주 보상제의 효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SK하이닉스는 임원급 40명에게 자사주 상여를 지급했다.
지급 규모는 1인당 10주에서 60주 사이로, 지급일 종가 기준 568만~3400만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 출처 : 뉴스1
삼성전자도 최근 주가가 10만 원대를 넘어서면서, 자사주 매입 사례가 연이어 공개되고 있다.
지난 3일, B 상무가 1000주를, C 상무가 4일에 1632주를 매입했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자사주를 매입해온 D 상무도 4차례에 걸쳐 총 2256주를 확보한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보유 장려 차원에서 1년 이상 보유 시 매입 금액의 15%를 현금으로 추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4 / 출처 : 뉴스1
성과 기반 보상은 연구개발 인력에게도 적용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개발에 기여한 직원 30명에게 자사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해당 자사주는 총 4790주로, 지급일 기준 약 5억 1492만 원 규모다. 1인당 평균 약 1700만 원 수준이다. 이들은 10나노급 1c D램을 개발한 팀원들로, HBM4의 고성능과 저전력 구현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성과 달성 기여도를 기준으로 지급 대상을 정했고, 별도로 자사주 보유 의무는 부과하지 않았다.
기업 내부에서는 자사주 중심 보상이 기술 인력의 동기부여와 기업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 효과를 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주요 기업 주식보장제도 도입 현황 / 출처 : 뉴스1
기업의 주가 상승은 단순한 재무 지표를 넘어, 직원들의 행동을 바꾸고 있다. 자사주 보상제는 직원들이 회사의 성장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도록 유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성과연동 주식보상제(PSU)를 도입하고, 일정 기간 후 주가 상승률에 따라 보상 수준을 결정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성과에 따른 보상과 기업 가치 상승이 연결되면서 임직원의 몰입도와 성과 의지가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17만 5000원, SK하이닉스를 85만 원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이런 전망 속에 자사주 매입은 단기 수익을 넘어서 장기 투자 관점으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책임 경영 차원에서 자사주를 사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실질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매입에 나서는 임직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 출처 : 뉴스1
또 다른 관계자는 “자사주 보유가 기업 성과를 끌어올리고, 이는 다시 직원의 보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국내에서도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라고 했다.
성과에 따라 주식을 나눠주는 방식은 이미 글로벌 기업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다.
주식 기반 보상 덕분에 직원들의 이직률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고,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서는 데도 기여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자사주를 중심으로 한 보상 구조를 강화하면서, 인재 확보와 기술 경쟁력 제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사주 보상은 일시적인 보상 방식을 넘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