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끄는 지금, 과거 이를 ‘도박’으로 단정했던 비판과 규제 시도가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2017년 말, 비트코인이 국내외에서 주목받던 시기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가상화폐 열풍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JTBC ‘썰전’에 출연해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진짜 손대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고 단언하며 비트코인을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도박으로 비유했다. “도박의 모든 요소를 다 가지고 있다”고 말한 그의 발언은 당시 2030세대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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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전 이사장은 화폐로서 비트코인의 가치를 부정하며, “화폐의 기본 조건은 가치의 안정성”이라 강조했다. 그는 “가치가 요동치는 자산은 화폐로서 기능을 잃는다”고 주장하며, 비트코인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했다.
그의 경고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8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는 비트코인을 “인류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 사건”이라 칭하며, 비트코인의 설계 구조상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99.999%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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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의 발언이 나오던 당시, 비트코인 시장은 각국 금융 당국의 규제 우려와 가격 변동으로 격랑을 겪고 있었다. 2018년 한 해 동안 비트코인 시세는 73% 하락했지만, 2019년부터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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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말, 비트코인이 1만 달러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열풍이 불자, 정부는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018년 초 기자간담회에서 “가상화폐는 사실상 도박에 가깝다”며 거래소 폐쇄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고, 비트코인 가격은 하루 만에 20% 가까이 폭락했다.
이 같은 강경한 규제 움직임은 젊은 투자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왔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상화폐 규제 반대, 정부는 국민들에게 단 한 번이라도 행복한 꿈을 꾸게 해본 적 있나”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청원인은 “정부는 국민의 꿈을 빼앗아간다”며 강한 어조로 규제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한발 물러서며 “가상화폐 거래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와 불투명성은 막고,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이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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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현재, 비트코인은 1억 3천만 원을 넘어서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2018년 비트코인을 비판했던 목소리와 규제 정책은 이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유시민 전 이사장이 비트코인을 “사기”로 칭했던 발언은 그의 의도와 상관없이 다시 평가받고 있다.
“그가 말한 ‘사기’는 매수의 의미였던 것이냐”라는 풍자 섞인 농담이 온라인상에서 확산되며, 그의 발언 당시 비트코인을 샀다면 900%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비트코인의 상승세는 단순한 투자 열풍을 넘어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자산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 경제 매체 CNBC는 “금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는 몰수될 수 없는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