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합뉴스
국내 기온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면서 전기차 소유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 커뮤니티에는 “갑자기 주행거리가 확 줄었다”, “히터 사용이 고민된다”는 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전기차의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추위에 취약하다는 점이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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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배터리의 겨울철 성능 저하는 화학적 특성에서 비롯된다.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통로인 액체 전해질이 낮은 기온에서 점성이 높아지면서 이온의 이동 속도가 느려진다.
이로 인해 배터리 내부 저항이 증가하고 출력이 감소한다. 노르웨이 자동차연맹의 실험 결과, 영하 20도 환경에서 대부분의 전기차가 20% 이상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끈 저가형 전기차들의 겨울나기가 관심을 모은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채택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일반 삼원계 배터리보다 추위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의 실험에서 일부 모델은 영하 1도에서 계기판 표시 대비 실제 주행거리가 최대 21%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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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로 인한 배터리 효율 저하에 실내 난방까지 더해지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고민은 깊어진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로 실내 난방이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구동용 배터리 전력을 직접 사용해야 한다. 이에 업계는 저전력 열선시트와 스티어링 휠 열선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충전 문제다. 배터리가 차가워진 상태에서는 충전 속도도 현저히 떨어질 뿐 아니라, 과충전으로 인한 배터리 손상 위험도 증가한다. 실제로 올해 초 미국 시카고에서는 한파로 인해 다수의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방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예열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도 겨울철 성능 저하가 65% 이상인 차량은 보조금 지급을 제한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실내 주차, 충전 계획 수립, 적절한 난방 조절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저온에 강한 신소재 배터리 개발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