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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설탕이 아니라 흙에서 자란다

《부서지는 아이들》

by 싱긋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찾는다. 상담사,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그들의 해석은 진단이 되고, 진단은 곧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바로 그 ‘권위’를 의심한다.



"이는 섹스하는 방법에 대해

생물학자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과 비슷하다."

-259면




감정의 복잡함조차 병으로 해석하는 사회, 문제보다 진단이 먼저 나오는 구조가 우리 아이들이 그 어느 때보다 외롭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비관적이고, 무력하고, 겁 많은 세대로 만들었다.



"어째서 체벌 없는 양육법을 택한 첫 세대의 자녀들이 절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첫 세대가 되었을까?"

- 23면




금쪽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 ‘아이’가 아니라 ‘불안을 통제하려는 어른’이란 점이었다.



책을 읽으며 내 모습이 자꾸 소환됐다.

평소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고 수용하려 애쓰지만, 선을 넘어서는 순간에는 꼭 ‘혼내듯’ 말하게 된다. 감정이 상하고 나서야 행동을 제한하는 기준을 엄하게 내리는 것이다. ‘훈계가 아니라 분노 발산’처럼 느껴져 매번 후회하지만, 이미 습관으로 굳어버렸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기준이 일관되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떤 날은 허용하고, 어떤 날은 갑자기 화를 낸다. 감정의 진폭에 따라 부모의 태도가 달라지는 건 기준이 아니라 기분으로 작동하는 권위였다.



《부서지는 아이들》은 말한다.

좋은 권위는 감정을 억누르지 않으면서도, 행동에 선을 긋는 것이다.



사춘기 아이가 무례하게 말할 때,

“화날 수 있어. 하지만 그런 말은 어른에게 해서는 안 돼.” 가르쳐야 한다. 안 되라는 말은 써도 되는 말이었다.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은 제한하기.

이것이 진짜 권위였다.




"부모의 권위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역사적으로 부모의 권위는

"옛날 성서 시대부터 최근까지

모든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유일한 권위였다."

- 277면




부모의 임무에 대해서도 다시 묻는다.

올바른 가치관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

형편없는 최신 이론으로 무장한 이론가들에게 부모의 권위를 넘기지 말 것.

온 삶을 다해 아이와 부대끼며 사랑한 부모 자신을 믿을 것.



충분히 사랑할 것.

동시에 행동에는 높은 기준을 둘 것.

가족에 기여하길 기대하며,

잘못된 행동엔 주저 없이 제한을 가할 것.

그럴 때 아이는 가장 행복하게 자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이제는 혼내듯 말하지 않아도, 품위 있는 어른으로 감정을 조절하면서도 기준을 분명히 전달할 수 있도록 훈육을 연습하려 한다.



부드럽되 단호하게,

감정을 다루되 기준은 분명히.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때,

그 일관성이 신뢰로 작동하는 권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온화하고 부드럽게 양육하면

아이들이 잘 자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무 증거도 없이 말이다).

꽃이 달콤한 설탕 가루에서 핀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꽃은 흙에서 가장 잘 자란다."

- 256면



권위는 ‘무섭게 하는 것’도, ‘다 퍼주는 것’도 아니다. 적절한 저항과 어려움이 있는 현실의 흙 위에서, 사랑이라는 물을 주며 아이 곁에서 버티는 것.



진짜 권위는,

그 흙탕물 속에서도

아이와 함께 뒹굴 수 있는 부모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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