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퀸 Oct 27. 2024

면접관에게 이런 말까지 들어봤다.

나는 승무원이란 꿈에 제대로 미쳐있었다.

나는 승무원이란 꿈에 미쳐서 한 임원면접관에게 이런 말까지 들어봤다.



“지니퀸님. 지니퀸님은 승무원에 목을 매셨네요.”



나를 처음 본 면접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말을 듣자마자 “드디어 내 마음이 닿았다.” 라는 생각에 울컥하고 눈물이 날 뻔 했다. 나는 누가 봐도 그래 보였다. 왜냐면 미쳐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에 몰입해서 완전히.






그런데 이 면접관님,



나를 떨어뜨렸다.



"오 그래? 오케이! 될 때까지 한다!"

7번 넘어져도 일어나라. 이것은 내 이야기. 항공사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다.



나는 국내항공사 승무원이 목표였다. 메이저항공사가 목표였다. 타이틀이 중요했고 유니폼도 중요했다. 일을 할 때 자부심이라 느낄 수 있을 만한 이런 요소들이 내 욕구를 끌어당겼고 충분히 매력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만한 일이 없었다. 음악을 전공한 나는 대학 졸업 후에 미국으로 유학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들 대부분의 모습을 보니 내가 원하던 삶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힘들어보였다. 내가 원하는 삶은 무대 위에 서서 노래하는 오페라 가수, 또는 뮤지컬 배우의 모습이였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본 그때의 나는 사실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한 그런 고생은 하기 싫었다. 빨리 취업해서 열심히 일하면 보상이 확실한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그게 나에게는 ‘승무원’이었다. 같은 전공을 한 사람으로써 내가 그 분들을 폄하하는 게 아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현실적으로 힘든 모든 것을 커버할 만큼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없다고 판단내렸다. 중요한 건 실력도.



여기서 난 중요한 걸 깨달았다. 꼭 최고가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산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그때 내가 본 그 분들의 고생하는 모습은 내 눈에만 그래 보였지. 그 분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행복했다는 것이다. 이걸 이제와서야 깨달았다. 최고의 승자.



그렇게 나는 호기롭게 도전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빨리 취업해서 돈도 모으고 싶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고 싶고, 청춘을 즐기고 싶었다. 한번은 뮤지컬 주인공 캐스팅이 들어왔다. 정말 고민했지만, 과감하게 포기했다. 모든 것을 접고 다 끊어냈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때는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유혹이 있는 것은 다 뿌리쳐냈다. 친구들과의 연락도. 아무에게나 올 수 없는 기회들도. 어쩌면 인생이 바꼈을 지도 몰랐을 기회들도. 최대한 빨리 승무원이 되서 다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그 철부지 소녀는 몰랐다. 10년이 걸릴 줄은.



나는 그 사이에 많은 것을 잃었다. 친구, 전공교수님, 새롭게 들어왔던 기회들. 후회하냐고?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 같다. 왜냐면 나는 미쳐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토익부터 시작했다. 기본 자격을 갖추기 위해. 이것도 나는 힘들었다. 음악공부만 하고 연습만 하고 지냈던 나는 토익 공부라는게 쉽지 않았다. 엉덩이 싸움이었다. 이때 새로운 사람들도 정말 많이 알게 됐다. 모든 것은 그렇다. 잃는 게 있으면 얻게 되는 것도 있다는 것.

그렇게 목표했던 토익 점수를 위해 몇번이고 시험을 봤다. 2년이 지나면, 갱신하기 위해 또 시험을 쳤다. 조금 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토익스피킹도 도전했다. 처음엔 레벨6이 목표였다. 면접에서 또 떨어졌다. 나이는 한살 두살 먹는다. 스펙을 확실히 해야겠다 싶어 레벨7을 목표로 공부했다. 정말 이때 매주마다 토익스피킹 시험을 쳤다. 10번 넘게. 그때 토익스피킹 응시료는 자그마치 7만원대.


Lev.6

Lev.6

Lev.6

Lev.6

Lev.6

Lev.6

Lev.6

Lev.6

Lev.6

Lev.6


결과는 이랬다. 돈을 갖다바쳤다. 모든 것의 초점은 승무원 최종합격. 어떻게서든 유리하게. 면접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귀했기에 내가 돌아봤을 때 "이거 때문에 떨어졌나?" 하는 게 없게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에서는 최선을 다했다.


Lev.6

Lev.6

Lev.6

Lev.7

드디어 레벨7.



됐다싶었다. 또 면접에서 떨어졌다.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HSK2급부터, 3급, 4급, 5급까지. 단기간에 쳐냈다. 2주만에 2급. 한달만에 3급. 한달만에 4급. 한달만에 5급. 5급 공부를 할 땐 울면서 공부했다. 이 알 수 없는 한자들을 하루종일 붙들고 정복하자니 미칠 지경이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중국어를 전공한 친구도 5급에서 계속 떨어졌었다. 나는 미친 몰입력이 발휘됐다. 그렇게 스펙에서는 소위 말하는 꿀릴 게 없게끔 만들어 면접을 봤다.


그렇게 매번 최종면접까지는 잘 치고 올라갔던 나였다. 한 항공사 최종면접 전, 증빙서류를 내는 시간이었다. 서류를 보자마자 눈이 동그래진 인사과 직원분이 놀래서 말씀하셨다.

“어머~ 레벨 8은 어떻게 해서 받은거에요?”

“운이 좋았습니다."

나는 토익스피킹 최고 점수 레벨8을 찍어 갔다. 물론 운도 좋았다. 하지만 내 노력이 8할이였다. 정말 노력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면접 분위기, 면접관 운, 면접 질문, 같이 들어가는 면접자들과의 분위기 등은 내려놓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스펙적인 부분, 누가 들어도 '아 멋지다!' 할만한 면접 답변, 기업 분석과 공부, 미소 연습, 내면을 다지기 위한 책읽기, 서비스 경력 만들기 등. 뭐 하나 마음 속에 '이것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없을 정도로 준비했다.



“탈락입니다.”



나는 목놓아 울었다. 감히 누가 옆에서 말리지도 못할 만큼. 태어나서 이만큼 울어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숨이 넘어가도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