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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PKU Nov 18. 2023

사랑을 위해 기꺼이 가면을 쓰는 그들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페르소나와 그림자 사이 관계 맺기


여러분, 나 지금 보고 있어요? 다 보여줄게요. 
나를 봐줘요! 나를 사랑해 줘요!


탁. 어두운 방 안에 현란한 조명이 켜진다. 빛바랜 핑크빛 마스크 너머로 물기 어린 눈동자가 반짝인다. 87년도의 댄스 히트곡이 흐른다. 리듬에 맞춰 그 춤을 선보이는 육감적인 신체에, 화면 가득 하트팡이 터지고 후원금도 터지고, 이윽고 손바닥보다 작은 노란 비키니마저 터진다. 불특정 다수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전라의 스트립쇼. 그런데 그녀에게 군중의 시선은 곧 사랑이란다. 사랑에 배신당한 그녀는 또 다른 사랑을 위해 마스크 뒤로 숨는다.



첫 공개 후 3일 만에 280만 뷰를 달성한 <마스크걸>은 광기 어린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다룬 작품이다. 8월 27일 기준 국내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문에서 여전히 1위에 올라 있는 <마스크걸>은 한국뿐만 아니라 홍콩, 대만, 일본, 태국 등 총 17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며 시작과 동시에 대성공을 거둔 <마스크걸>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들이 꼽는 한결같은 이유 중 하나는 쉽게 볼 수 없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등장인물이다. 김모미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 밤에는 마스크를 쓴 인기 벗방 BJ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 다니는 흔치 않은 주인공이다. 주오남은 그가 사랑이라 믿는 감정을 위해 살인까지 감행하는 음지에 있을 법한 불편한 오타쿠 캐릭터 그 자체다. 극 중반부터 휘몰아치는 김경자의 모성애는 아들 주오남에 대한 사랑을 넘어서 어딘가 뒤틀려 있다.



극 중 인물 간의 오묘한 관계 역시 감상의 키포인트 중 하나다. 사회적인 자리에서는 서로 웃으며 예의를 지키지만, 그 이면에서는 입에 담지 못할 욕으로 힐난하고, 겉으로는 세상 친절하고 상냥한데 음흉한 속내를 가진 캐릭터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포장지를 벗긴 선물 세트처럼 가득하다. 이처럼 <마스크걸>은 극 중 다양한 인물들의 양면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 '마스크걸' ⓒNetflix


세탁기에 돌리지 않는 그들의 사랑을 위한 악행


다채로운 <마스크걸>의 등장인물 중에는 마냥 착한 히어로나 마냥 악한 빌런이 없다. 겉보기에는 멀쩡하고 평범하지만, 실상 모두가 어느 정도 또라이 같다. 영화 <마더>의 엄마와 <나일강의 죽음> 속 연인 재클린처럼. 문제는 그들이 낯설지 않아서 불편하다는 점이다. 이 불편함은 세탁기를 돌리지 않는 데서 기인한다. 주인공도, 악당도 그들의 악행을 세탁기에 돌리지 않는다. 악행을 정당화하지 않아서 시청자는 감정이입을 할 수 없다. 이성적으로 변명하지 않고 감성적으로 동정심을 유발하지 않는 살인자는 진정한 주인공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불편하다. 꼭 이런 사람이 정말 우리 현실에 존재할 것 같아서. 기실 그렇다. 우리 주변엔 김모미도, 주오남도, 김경자도 존재한다. 그들의 행태가 극단적인 것은 현실의 우리가 가진 욕망과 이기심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스크걸>은 현대 사회의 병폐를 날것 그대로 묘사하며 외면하고픈 불편한 진실을 관객에게 들이민다. 일차적으로는 외모지상주의를 비꼬지만, 그 내면에는 원초적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적인 모습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사랑의 결핍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을 받기 위해, 사랑을 주기 위해 가면을 쓰는 그들은 어디에든 존재하지만 어디에서도 쉽게 보이지 않는다. 마스크걸을 연출한 김용훈 감독은 "모미만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아니"라며, "모두 하나 같이 시꺼먼 속내를 감추고 상대와 상황에 따라 새로운 가면을 쓰고 벗는다"라고 말했다. 사실 맞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옷을 갖춰 입듯이 우리는 다양한 ‘나’를 연기한다. 타인의 선망을 받는 ‘나’, 비호감보다는 호감을 얻는 ‘나’, 세상에 인정받는 ‘나’, 사랑받는 ‘나’. 어쩌면 우리는 수십 개의, 수백 개의 가면을 쓰고 벗으며 살아가고 있다.



동전의 양면, 페르소나와 그림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브 융은 명명한다. 인간의 페르소나와 그림자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그러니까 마스크는 곧 ‘페르소나’고 시꺼먼 속내는 바로 ‘그림자’란 소리다. 마스크를 쓴 모미와 마스크를 벗은 모미는 우리가 때에 따라 쓰는 가면, 그리고 가면 너머의 그림자와 다름없다. ‘페르소나’는 타인에게 보이기를 바라는 내 모습, 즉 사회적 자아다. 세간의 밈을 빌려 말하자면 “미라클 모닝으로 자기 계발하는 직장인인 나, 어떤데ㅋㅋ”에서 ‘자기 계발하는 직장인인 나’에 해당하는 것이 페르소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 마스크를 벗은 김모미, 그리고 지킬 박사의 하이드처럼,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과 아주 다른, 감춰진 자아가 바로 그림자다.



극 중 김모미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 역시 가지각색의 페르소나와 그림자를 보여준다. 각기 다른 애정을 갈구하는 이들의 가면무(假面舞)는 그야말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반영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현실의 우리가 가진 욕망과 단점을 극대화한 <마스크걸> 속 인물상. 나는 과연 누구의 페르소나, 그리고 그림자와 닮았을까? 그리고 이들의 페르소나는 무엇을 위한 가면일까.



☞ 전체 내용 보러 가기 https://www.ipku.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4


드라마 '마스크걸'  등장인물 김모미, 주오남, 김경자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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