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PKU Nov 28. 2023

감정 일지 쓰는 법

하루 400개의 감정 중 하나 다루기 - 황진영 에디터

ⓒ〈The Diary of Anne Frank〉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되는 활동 중 '감정 일지 쓰기'가 있다. 일정 기간 기쁨, 슬픔, 화남, 짜증 등의 감정을 느꼈던 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면, 이번 주 과제는 '즐거웠던 순간'에 대해 다음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매일 기록해 보는 것이다.




- “어떤 경험이었나요?”

    What was the experience?


- “해당 경험 동안 내 몸엔 어떤 변화가 느껴졌나요?” 

    How did your body feel, in detail, during this experience?


- “그 순간 동반된 기분과 감정은 어떤 것이었나요?” 

    What moods and feelings accompanied this event?


- “그 순간 내가 했던 생각은 어떤 것이었나요?” 

    What thoughts accompanied this event?


- “일지를 쓰는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어떤 것이 있나요?” 

    What thoughts are in your mind now as you write this down?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느끼는 감정의 순간을 세어보면 약 400개가 된다고 한다. MBSR 감정일지는 한 주의 하나의 감정에 집중해 매일 특정 감정을 느꼈던 순간을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명상을 통해 감정을 인지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자주 쓰이는 용어는 Tara Brach의 저서 Radical Compassion에 언급된 RAIN이다. 인지(Recognize)하고, 허용(Allow)한 뒤, 살펴보고(Investigate), 스스로를 채워주는(Nurture) 활동을 거치면서 감정을 느끼는 순간의 나와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분리하려는 시도를 반복한다. 순간순간의 나를 각각 다르게 인식하려는 과정을 동일시하지 않기(Non-Identify)라 부르며 RAIN의 한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감정을 느꼈던 순간의 감정과 지금 이 일지를 쓰는 순간의 감정을 따로 적게 한 MBSR 감정일지 양식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그때 느낀 감정이 강하게 기억으로 각인되지 않을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세심한 배려가 담긴 질문일지도 모른다.


일주일 동안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고 모임에 참여하면 감정일지에 대한 소감을 나누게 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어떤 말이든 해도 괜찮다고 했던 인도자가 자꾸 “잠깐”이라며 말을 끊는 것이었다. 직장 내 마음챙김 인도자 과정을 들으며 오랫동안 갖고 있었던 의문이 조금은 해소되었다. 참여자들의 감정일지에 적힌 내용을 모임 시간 내에 모두 소화해 나가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보다 깊은 의도는 우리가 어떤 사건의 '이야기 서사'에 몰입되지 않도록, ‘그 순간의 내가 느낀 감정’에 대한 메타인지를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데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문득 감정일지를 다시 쓰고 싶어졌다.


☞ 전체 내용 보러 가기 https://www.ipku.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7

작가의 이전글 베이글과 허무주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