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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Nov 11. 2016

한 번쯤 들려주고 싶은, 그런 음악들

겨울과 어울리는 쓸쓸하고 포근한 국내/외 8곡

 날씨가 춥다. 여름이 언제 지나가나, 목 빠지게 기다린 것이 허무할 만큼 급작스럽게 겨울이 찾아와 버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새도 없이 말이다. 겨울을 반기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 순간에 변해버린 많은 것들에 이질감을 느끼는 요즘이다.


 겨울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특유의 그 분위기가 떠오른다. 쓸쓸하고 고독한 거리의 앙상한 나뭇가지들. 이리저리 힘 없이 흩날리는 눈. 그러다가 겨울 명절인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땐 또 서서히 화려하게 달궈지는 풍경들이 멋스럽다. 개인적으로는 겨울이라는 계절을 참 좋아하는데, 텅 비고 고독한 느낌과 동시에 풍족하고 화려한 느낌이 모두 들기 때문이다.

 

 그런 겨울과 잘 어울리는 음악 몇 곡이 있다. 아직도 추운 날씨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면 겨울과 같은 음악을 들으며 받아들여보는 건 어떨까.




1. Room 306 - Enlighten Me


첫 번째 노래는 내가 요즘 가장 즐겨 듣는 곡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독특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밴드 <Room 306>. 곡만 접했을 때는 해외 밴드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국내 밴드라고. 재즈와 일렉트로닉의 결합이라고는 하지만 그 둘이 섞였다기보다 전혀 새로운 무언가가 탄생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몽환적이면서 한없이 쓸쓸하고, 묵직하면서도 가벼운 눈 같다. 그렇다고 또 마냥 쓸쓸한 것 같지도 않은 게, 주위 공기를 감싸는 포근한 공기가 느껴지는 매력적인 음악이다.



2. Room 306 - 총총


<Room 306>의 또 다른 곡. 위의 음악보다 한층 더 쓸쓸하고 게다가 고독하기까지 한 음악이다. Enlighten Me가 차갑고도 포근한 눈을 떠올리게 했다면 총총은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버린 앙상한 나뭇가지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처연하고도 투명한 목소리가 마음을 잔잔히 울리면 왠지 모르게 나도 눈물 한 방울 흘릴 것만 같은. 노래에서 감정이 고조될수록 함께 손이 시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마 당신도, 이 노래를 들으며 한 없이 사색에 잠기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3. 흐른 - 그렇습니까


2011년에 방영된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드라마에 나와 더욱더 유명해진 곡. 그 드라마의 배경이 겨울이었기 때문일까, 이 곡의 쓸쓸함이 겨울과 참 많이 닮아 보인다. 휑한 도시 위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 속의 혼자인 나. 끝없이 외롭고 또 모호한 그런 가사와 그런 곡이다. 약간은 텁텁한 그 목소리가 마치 겨울 목도리처럼 답답하지만 포근한 느낌을 준다.



4. SEOUL - White Morning


이번 곡은 캐나다 밴드임에도 불구하고 밴드 이름이 <서울>인 밴드의 곡이다. 아직 곡도 많이 없고, 멜론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나 곡을 들어보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밴드. 착착 맞아떨어지는 박자와, 몽환적인 멜로디와 약간은 잠긴듯한 목소리가 묘한 편안함을 만들어내는 곡이다. 가사도 시처럼 매우 서정적이어서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마음에 드는 음악.

우울하면서도 편안함이 몸을 나른하게 만들어준다.



5. Lianne La Havas - Wonderful


재즈를 기반으로 재즈와 팝을 넘나드는 브리티쉬 뮤지션 Lianne La Havas. 트렌디하면서도 개성 있는 뮤지션이라 인기가 상당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음악을 한 번 들어보면 알겠지만 목소리가 감미롭다 못해 귀에서 녹아내리는 듯하다. 뒤로 깔리는 잔잔한 기타와 피아노도 정말 아름답다. 쌀쌀한 날씨에 갑자기 들어간 카페가 너무 따듯했던 때가 생각나는 그런 느낌의 곡이다.



6. Savina & Drones - Stay


겨울의 햇살이 이런 느낌일까. 태양은 여전히 한없이 포근하고 따스하지만 공기는 너무도 차가워서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따듯하면서도 풍부하고 또 서럽고 시리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꼭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쓸쓸함이 느껴진다. 내가 정말 오랜 시간 좋아한 노래인데, 처음 들었을 땐 세상에 또 이런 노래가 있을까, 싶었을 정도로 많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다소 군데군데 뭉개진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음악을 한층 더 깊게 느낄 수 있도록 돕는다. 

나를 스쳐갔던 당신이 떠오르는 노래.



7. Goro Ito - Glashaus


일본 보사노바 듀오 <나오미 앤 고로>의 그 <고로>다. 이토록 쓸쓸하고도 아름다운 보사노바가 또 있을까. 서정적이고 잔잔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을 들쑤시는 무언가가 있는 곡이다. 여름에 이 곡을 들으며 한참 겨울을 떠올리곤 했는데, 꼭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따듯한 실내에 앉아 뜨겁다고는 하기 모호한 커피나 초콜릿 음료를 마시며 밖으로는 눈이 소복이 쌓여 가는 걸 지켜보는 듯한, 그런 음악이다.



8. 요조 - This means goodbye 


 요조가 불렀지만, 내가 좋아하는 남녀 공룡이라는 뮤지션의 곡이다. 음악엔 빈 부분이 별로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공허한 듯 한 느낌이 드는 음악이다. 이미 저 멀리 지나가버린 어떤 것들에 자꾸만 미련을 갖게 만드는 음악. 무언가를 추억하지는 않아도 기억하고 있는 그런 음악이다. 여리고 가는 요조의 목소리가 마음을 흩날리게 만든다.





 소개한 8곡 모두, 내가 정말 좋아하고 또 즐겨 듣는 음악들이다. 나는 계절별로 듣는 음악이 조금씩 달라지는 편인데, 유독 겨울엔 더 심한 것 같다. 소개한 곡들 말고도 꽤 많은 곡들이 내 플레이 리스트에 있지만, 모두 소개하기도 힘들기도 하고, 전부가 겨울과 어울리는 곡들은 아니기에 겨울과 가장 닮은 곡들만 꼽아 소개해본다.


과연 이 곡들이 마음에 들 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감상들 모두 너무 주관적이라 나에게만 느껴지는 무엇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곡들은 좋으니까. 너무 좋아서 혼자 가지고 있기엔 아까우니까. 많은 사람들의 귀를 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갑자기 찾아온 계절의 변덕에 어딘가 텅- 비어버린 것 같다면 그 빈 곳은 음악으로 채워 보자.

이불속, 따듯한 커피 한 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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