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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김 Jul 10. 2024

[인터뷰] 24년 5월의 나연과 같이, 가치

내가 사랑에게 불을 지펴주면 사랑은 날 살게 하고

꽤 시간이 흘렀다. 인터뷰를 마음먹은 것은 지난 초 여름, 마음먹은 것을 블로그에 옮겨 적고 첫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지난 한 여름이니 일 년쯤 흘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인터뷰의 초고를 작성하고 수정하는 것도 참 오래 걸렸다. 휘황찬란하진 못하더라도 꽤 볼만할 글을 덧붙이고 싶었지만, 별말 없이 흘려보내려 한다.

나연은 작년 1월부터 7월 전까지 약 6개월을 나의 본가에서 함께 지낸 가까운 친구이며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우리의 관계는 그 어떤 문장으로도 단언할 수 없지만 세상 대부분의 문장을 붙일 수 있으리라.








자림 나연




*모든 질문엔 시선의 검열을 거친 답보다는 가장 개인적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을 위주로 답해주세요.




-(메모하며) 인터뷰 답변자 나연이시고요. 오늘 24년 5월 30일, 갑자기 인터뷰를 오늘 하면 안 되냐고 하셔서,


-맞아요. 전부터 너무 하고 싶었거든요. 샘났어요. 샘난다기보다는 부러웠어요.


-아까 처음으로 설문을 진행했는데 그건 따로 보고 질문부터 시작을 할게요. 지금 하고 계신 작업이나 활동들, 어떻게 살고 계신 분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어제부터 자림 씨와 유튜브, 팟캐스트 등을 개설하기로 해서 오늘 아침에 계정을 개설했고, 녹음을 하나 끝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시나 글쓰기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고요. 돈벌이로 이쪽(레즈비언 커뮤니티) 바, 술집에서 일하고 있어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의 전체적인 방향성이 있나요?


-정확한 특정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방향성은 딱히 없는 것 같아요.


-그럼 특정 단어 말고 어떤 것으로 표현이 가능할까요?


-지금은 ‘살아남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그럼 말씀 그대로 ‘살아남기’에 초점을 맞춘 방향성이라고 할 수 있나요?


-맞아요.


-이 방향은 나연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그냥 살아있는 상태보다는 조금 더 고차원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내가 나로서 살아야 해요.


-‘살아남기’라는 말은 단어적으로 봤을 때 ‘생존’이라는 단어의 이미지와 더 가깝잖아요.


-맞아요. ‘서바이벌’처럼 들리죠.


-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살아만 있어도 된다”라고 느낄 수 있을 텐데 나연에겐 그 의미가 아니라는 것 같네요.


-저에겐 그래요.


-나로서 생존하는 것이 나연에게 ‘살아남기’라는 걸까요?


-저한테는 그렇죠. 갑자기 제가 좋아하는 드라마의 대사가 떠올랐는데요. “삶은 생존 그 이상의 것이다.”라는 대사가 있는데 간단하게 배경을 설명하자면, 아포칼립스인 거예요. 다들 살아남기 급급하고 내 식량 챙기기 바쁜 상황에 “진짜 사는 것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 대사였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아포칼립스는 아니지만, 어떻게 보면 몇 년 전 전염병이 크게 돌면서 아포칼립스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었잖아요. 삶을 연명하기에 급급하고 각자 밥그릇 챙기는 우리의 세상에도 직접 빗대어볼 수 있는 문장인 것 같아요.


-그쵸. 그런 것 같아요.


-그럼, 지금은 이런 생활을 하고 계신데 추후에 하고 싶은 작업이나 원하는 방향들이 있으실까요?


-저는 제 애인과 이쪽 가게를 차리고 싶다는 말을 나눴었는데요, 식당 하고 싶어요. 술집이나 카페보다 밥집이요. 밥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원하는 시기가 있나요? 이유도 궁금해요.


-서른 전후요. 그때쯤이면 할 수 있겠거니, 생각해요.


-그때쯤이면 할 수 있겠다는 게, 어떤 것이 준비되어 있는 상태를 원하는 건가요?


-그쵸. 정말 포괄적으로 금전적인 독립, 정신적인 독립에 마음적인 여유, 안정적인 동거 생활… 이런 것들이요.


-그런 이유들로 그 시기에 기대를 걸고 계신 건가요?


-맞아요. 근데 기대를 걸었다기보다는 믿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되게 막연한데 그때쯤이면 그렇게 살고 있겠거니, 하는 생각이 있어요.


-지금은 만족할 만한, 원하는 상태는 아니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금전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그렇죠.


-그럼 그 작업에 필요한 도움들이 있나요? 어떠한 도움이든지요.


-정말 현실적인 조언들도 필요하겠죠. 자영업에 대한 기초적인 조언부터 지속성에 대한 도움… 가게를 짓는 데에 건설업자의 도움도 필요할 테고, 근무자의 도움도 필요할 거고, 제가 가게 주인으로서의 삶뿐만이 아니라 내 삶도 같이 살아갈 수 있는 거에 대한 여러 친구들의 숨을 빚지는 도움도 필요할 거고요. 여러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 제일 필요한 도움은 뭐라고 생각해요?


-가장 마지막에 얘기한 거요. 어떤 삶을 살든 간에 아까 얘기했던 생존을 위해 나에게 필요한 도움이요.


-아까 말했던 ‘살아남기’, 생존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이 가장 중요하다는 거죠? 그럼 도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생각이 있을까요?


-완전 땡큐죠. 감사하죠. 근데 감사하다는 게 먼저 떠오르는 거 보니까 받은 적이 많나 봐요. 보통 도움이라고 하면 배려하는 이미지가 떠오를 수도 있는데, 그게 아니라 ‘땡큐’라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는 게, 정말 많은 도움을 아직도 받고 있나 봐요.


-나연에게 도움을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은 어떤 것 같아요?


-도움을 주는 마음은, 너무 도움이 됐으면 좋겠죠. 내가 도움이라고 줬는데 사실 그게 다른 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는 “이 도움이 정말 내 의도대로 갔으면 좋겠다”, “내가 준 도움이 받는 사람에게 편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생각해요. 무얼 더 열심히 할 수 있거나 편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아이템’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도움을 받는 마음은… 그건 진짜 땡큐인데요? 너무 감사하죠.


-나연의 삶에서 도움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방금 생각해 봤는데 도움은 저에게 돌봄이랑 좀 비슷한 것 같아요. 실제로도 그런 이미지가 강하고, 내가 필요한 도움은 뭘까 생각해 봤을 때 돌봄과 비슷한 행위들이 떠올랐어요.


-그럼 지금 돌봄이라는 도움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으신다는 이야기로 연결될 수 있을까요?


-그것도 맞지만, 보통 도움은 필요하다고 하잖아요. 없으니까 필요한 거겠죠. 근데 저에게는 돌봄의 부재가 있었기 때문에 도움을 돌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연이 생각하는 나연의 삶은 어때요?


-제 삶이요? 음… 나름 짜릿하고 (웃음) 나름 재밌고 꽤 고된, 그러나 계속하고 싶은 게 삶인 것 같습니다.


-살아가면서 불만이 있었던 일들은 어떤 게 있었을까요?


-살아가면서 불만이었던 일들… 크고 작게 너무 많은데요? 진짜 너무 많아요… 지금 딱 생각나는 거는 지난번에 같이 있을 때 아침이 될 때까지 제가 못 잤잖아요. 못 자다가 이 정도면 안 되겠다 싶어서 소파에서 잤는데, 햇빛이 너무 뜨겁고 밝은 거예요. 난 자야 하는데… 그게 너무 불만이었어요.


-그럼 그 불만인 일들을 향한 마음들을 어떻게 다뤘나요? 예시로든 일 말고 평소 이야기도 괜찮아요.


-정말 ‘불만by불만’인 것 같은데, 바꾸려고 시도하거나 노력할 수 있는 불만들이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햇빛이 뜨거운 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예로는 어디가 아플 때 병원에 갈 순 있어도 당장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객관적으로 봤을 땐 어떨지 모르겠는데 제 불만의 허들이 아주 낮은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웬만한 건 “그럴 수 있지, 짜증 나” 이렇게 넘기는 편인데… 이것도 불만인 걸까요?


-스스로가 판단하는 거죠.


-그런가요? ADHD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겠어요? 질문이 뭐였죠?


-살아가면서 불만인 마음들을 어떻게 다뤘는지 궁금해요.


-잘 다루지 못한 것 같아요. 잘못된 방식으로 다뤘다기보다는 ‘핸들(handle)’하지 못한 것 같아요.


-핸들하지 못했다는 건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하고 그럼에도 불만인 것들은 그냥 느꼈어요. 불만 그대로요.


-살아가면서 감사했던 일들은 또 어떤 게 있을까요?


-바로 떠오르는 건 자림의 집에서 몇 개월 간 지냈던 거요. 그리고 너무 많죠…


-어떤 부분들이 나연에게 감사한 마음을 주었던 것 같아요?


-그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감사했던 것 같아요.


-살아가면서 뿌듯했던 일이 있어요?


-뿌듯은 저에게 약간 ‘상쾌-사랑스러운’ 느낌인데 그런 느낌은 지금 생각이 안 나서, 좀 잘한 일이라고 바꿔서 이야기하면요. 쉼터 간 일이에요. 저에게 너무 큰 터닝 포인트고 용기였어요.


-혹시 어떤 일로 어떤 쉼터에 가게 되신 건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버지의 가정 폭력과 어머니의 방임으로 여성 청소년 쉼터에서 2-3개월 지냈어요.


-그곳에 갔던 일이 굉장히 큰 용기였다는 거죠? 그럼 개인적으로 쉼터에 감으로써 바뀌었던 게 있나요?


-깨달음이 너무 컸어요. “내가 나갈 수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요.


-어떤 것에서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물리적으로 보면 집이라는 공간에서 나갈 수 있었고, 조금 더 크게 보면 집이라는 공간은 매일 돌아와야 하는 공간이잖아요. 근데 그곳이 저에겐 너무 고통스러운 공간이었는데 굳이 매일 돌아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내가 나올 수 있었구나”


-고통스러운 곳에 매번 돌아가지 않고 내 발로 나올 수 있는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된 걸까요?


-맞아요.


-개인적으로 삶을 살면서 가장 소중한 의미를 띠는 건 무엇일까요?


-너무 진부한데, 사랑이요.


-이유는요?


-제가 그거 없으면 못 살아요.


-그럼 사랑과의 관계에서 나연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연료 주기’ 요. 약간 돌아가요. 내가 사랑에게 불을 지펴주면 사랑은 날 살게 하고, 그럼 제가 사랑에게 연료를 주고, 그럼 또 저에게 연료를 주고…


-완전 상호작용하는 관계네요. 그럼 어떤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저는 끼리끼리 상호작용하고 있어요. 적어도 내가 싫어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들이요. 물론 불가피한 혈연도 있지만 그 외에 제가 선택한 관계들은 그렇습니다.


-지금 서울에서 자취한 지 만 1년이 되어가는데, 지금 시점에서 서울 살이는 어때요?


-간단히 ‘개꿀’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만큼 뭐든 많아요. 소음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버스도 지하철도 많고 범죄도 많고 사람도, 집도…


-뭐든 많은 게 ‘개꿀’인가요?


-그렇죠. 제가 좋아하는 것도 그만큼 많아지니까요.


-혼자 하는 자취는 어떤 모습이에요?


-굉장히 아늑하고요, 폐쇄적인데 여러 사람이 와요.


-‘열린 교회 닫힘’이네요.


-제 생각엔 ‘닫힌 교회 열림’ 같아요.


-그런 생활에 고충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청소를 자주 못해요. 자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청소를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청소를 할 힘이 자주 생기지 않아요.


-혼자 하는 자취 생활은 어떤 의미예요?


-저한테는 의미가 너무 크죠. 혼자 하는 생활은, 초창기에는 “내가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의미였고 지금은 그냥 ‘나로 사는 의미’인 것 같아요.


-초창기에는 반복되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의미였는데 지금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 나로서 생존하는 느낌인 걸까요?


-맞습니다.


-나연의 삶에서 사랑은 어떤 의미인가요?


-사랑이란… 없으면 죽어요. 죽고 말 거야. 말라죽고 말 거야…


-나연의 삶에서 사랑, 혹은 애정의 중요도가 거의 100%에 도달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나연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랑은 무엇인가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랑은 그렇게까지 건강하지 않아도 돼요. 나를 챙기면서 사랑하고, 나 자신도 사랑하면서 할 일도 하는 사랑이라기보단 저를 연료로 쓰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후회를 안 남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속성보다는 폭죽처럼 같이 타오르는, 일단 현재에 충실한 모습인가요?


-맞아요. 그때 내 마음을 다해야 해요.


-미디어 속에서 그려진 관계 중에 사랑의 표본이라고 생각되는 관계가 있나요?


-음… 제가 좋아하는 영화 중에 <터미네이터:다크페이트>라고 있거든요. AI가 세상을 지배해서 인간들을 다 죽이는 설정인데, 인간 생존자들의 사령관인 a와 그 a가 살린 인간 b가 있어요. AI로 인해서 사령관 a가 위험해지고 그 미래를 막고자 b가 시간 여행을 해서 a를 살리려는 줄거리의 영화인데요. 영화 속 b가 a를 사랑하는 방식, 사령관 a가 b를 사랑하는 방식이 제 기준 속 사랑의 표본에 넣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방식들은 어떤 모습인가요?


-좀 맹목적이죠. 제멋대로고요. 근데 결국은 져요. 져 준다기보다는 져요, 사랑하는 상대에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맹목적으로 현재 감정에 충실하면서 표현을 다하는데 결국 상대에게 져버리는 형태의 사랑이 표본이자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아주 맞습니다.


-그 진정한 사랑을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요?


-마음. 마음이면… 사랑하는 마음과 한 가지 더, 용기요.


-사랑과 반대되는 개념은 무엇일까요?


-무관심. 사랑하는 상태를 100이라고 했을 때 0은 뭐지, 생각해 보니까 그 사랑이 없으면 0인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그 0의 상태, 아무것도 없는, 관심이 없는 상태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한 사람에 대해서 한 가지 감정만 생기는 건 아닐 테지만 그냥 사랑만 봤을 때요.


-함께하는 삶이란 뭐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거예요.


-함께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삶을 어떻게 느끼고 있어요?


-함께하는 삶을 어떻게 느끼는지… 온몸으로요. 공기 같은 거죠. 인식하면 존재하는 공기 같은 거요. 바람도 불고 뜨겁거나 춥고, 근데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면 잘 알 수 없는 그런 거요.


-함께하기에 불편한 점들은 뭐가 있어요?


-내가 기대했던, 예상했던 상황이 아닐 때요. 다시 공기에 빗대어서, 난 선선한 공기를 원했는데 갑자기 30도에 푹푹 찌는 기온인 거죠.


-그럼 그 불편한 점들을 극복하기 좀 어렵겠네요. 어쩔 수 없는 공기 같은 의미니까요.


-그렇죠. 그냥 적응해야죠. 에어컨을 틀 수도 있고요.


-함께하기에 근사한 점들은 뭐가 있을까요?


-너무 많아요. 일단 볼 수 있는 시야가 너무 넓어져요. 시선을 하나 빌리거나 공유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시야는 그냥 인간 시야였는데, 갑자기 말의 시야로 변한다거나, 각도가 넓어진다거나 차원이 달라지는 거 있잖아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런 근사함을 느꼈을 때 무엇을 하나요?


-감탄하고 칭찬하고 표현해요.


-함께 있다고 느끼게 되는 공간들이 있나요?


-아까 제가 설문에 적었던 공간들에서 살이 맞닿으면 더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 갖고 있는 고민이랑 평생 갖고 갈 고민은 뭐라고 생각해요?


-요즘 갖고 있는 고민은 ‘금전’이고요. 평생 갖고 갈 고민은 부리(애인)와 어떻게 교류할지, 인 것 같아요.


-그 고민에 대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끼나요?


-너무요.


-도움을 받게 된다면 그 도움들은 고민을 해결해 줄까요?


-도움이 크게 되겠죠. 그렇지만 해결은 저 혼자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가장 나다운 순간은 언제예요?


-늘인 것 같아요. 저는 늘 저로 있으니까요.


-일상 중에 특별히 아끼는 시간이 있나요?


-새벽에 포스타입 보는 시간이요. 너무 재밌거든요.


-새벽이 중요한가요, 포스타입을 보는 것이 중요한가요?


-새벽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새벽에 무슨 일을 하든요. 새벽은 일단 사람이 없고 조용하고요. 어느 공간이든 내가 전세 낸 것 같은 기분이 있어요.


-요즘 어떤 게 나연에게 웃음을 주거나 원동력이 되나요?


-자림이요.


-저요? 그 웃음들을 추억하는 나연의 방식이 있나요?


-기억하고요. 자기 전에 떠올려요. 길 걷다가도 떠올리고, 피식 웃다가 다시 할 일을 해요.


-10년 뒤 나연이 갖고 있었으면 하는 게 있나요?


-돈…


-10년 전의 나연은 무엇을 바랐던 것 같아요?


-10년 전이면 몇 살이죠? 5학년… 제가 그때 따를 당해서, 친구요.


-10년 뒤 지금의 나연은 바랐던 친구를 가지고 있나요?


-당연하죠. 그 정도는 뭐… (웃음)


-닮아가고 싶은 모양의 존재가 있어요?


-아니요. 전 제가 좋아요. 근데 싫어요. 근데 좋아요.


-좋든 싫든 나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걸까요?


-맞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고맙습니다. 재밌습니다.


-자림이가 말아주는 백문 백답.


-좋아요. 아주 좋아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추신. 서로의 건강을 바랐던 마음은 누구보다 진심이었지만 각자의 주체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그 섭리를 이번 인터뷰를 통해 나는 완전히 인지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나연을 바라보며 걱정이 앞서는 건 나의 욕심이겠지- 내 옷매무새부터 정돈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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