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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IST ICLAB May 29. 2024

논문 작성의 어려움과 즐거움

석사 1년차의 뒷이야기

들어가기에 앞서서 

  나는 올해 석사 과정 2년차에 들어선 헌내기 학생이다. 연구 경험 없이 석사 생활을 시작했던 나는, 지금까지 두분의 박사 과정 선배님들을 도와 총 3번의 논문 제출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읽는 것조차도 낯설었던 ‘논문’을 내 손으로 만드는 작업을 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느껴 속상할 때도 있었고, 조금씩 성장한다는 것을 느끼며 뿌듯할 때도 있었다. 이 글에선 석사 1년차 때 논문을 작성하면서 느꼈던 어려웠던 점, 배웠던 점 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던 조언이나 자료를 공유하고자 한다. 앞으로 첫 논문 작성을 시작할 모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시작한다.



석사 1년차의 논문 작성기


1. 논문 읽기 

  학부 때 논문에 가깝게 지내지 않았던 나는, 석사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논문을 한 편, 한 편 자세히 읽기 시작했다. 언제, 어떻게 논문을 찾아야하며, 찾은 논문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등 논문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연구자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논문을 찾고, 읽는 과정이 굉장히 오래 걸렸었다. 어느 날은 논문 keyword만 검색 하면서 하루를 보낸 적도 있었고, 하나의 논문을 5~6일 붙잡고 있었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나는 “어떻게 하면 빨리 읽을 수 있을까?”하며 선배들한테 조언도 요청하고, 논문 읽는법이나 찾는 법에 대한 자료나 특강도 들으러 다녔었다. 문제는 그 모든 방법을 적용해봐도 역시나 읽는 것이 오래걸렸고, 논문이 나랑 맞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들었었다. 한 예로, 석사 초반에 논문을 읽을 때 abstract과 figure를 파악하면 전체적인 내용을 대략적으로 이해 할 수 있다는 팁을 얻은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 방식으로 논문 내용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기에 처음부터 천천히 읽었었다.

  논문 읽는 과정이 오래 걸리니까 미루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선배들이 꼭 읽어야 한다고 추천해준 논문, 수업이나 연구실에서 발표할 논문, 같이 일하는 팀원들에게 공유해줘야 하는 논문 등 읽어야 하는 논문이 계속해서 쌓였기 때문에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한 두개씩 읽은 논문이 많아지니 읽는 시간이 조금씩 단축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전에 읽었던 내용과 연결 지을 수 있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기도 하였다. 특히, 교수님이나 선배님들이 추천해주신 논문을 읽을 때 가장 이것을 체감할 수 있었는데, 만약 어떤 것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혼자서 알아보려고 하지 말고, 연구 과정을 함께하는 선배님께서 추천하신 논문이나 교수님께서 주신 논문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은 언제나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반복하다보면 그 능력이 늘 수 밖에 없으니 일단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깨달았다.




2. 연구 수행하기

  연구 과정은 어떤 것이 문제인지도, 그리고 그렇게 문제를 찾았다면 어떻게 해결할지도 모두 다 정해야 하는 “막연함” 그 자체였다. 수학 문제를 풀 듯 100% 논리적인 확신이 드는 길을 찾아서 해결하고 싶었던 초반의 나는,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 “막연함”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익숙했던 이유를 내가 짐작하기로는, 통계학을 학부 전공으로 가졌던것도 있었고, 학부때까지는 대부분 정형화된 커리큘럼을 수행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나만 이렇게 “막연함”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인가 할 무렵 동기 및 선배님들과 얘기해보니 이것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심지어 숙련된 연구자이신 교수님께서도 한 세미나에서 “저는 지금까지도 실험 결과를 봄 일희일비 합니다. 아니, 일희일비가 말고 일희십비도 해요”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이를 보며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이 하는 연구가 100% 맞는 길임을 확신하기 어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에 나는 큰 위로를 얻고, 같이 연구하는 선배님, 교수님과 “왜 이것을 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연구에 대해 계속 토의하며 TO-DO를 정하고 하나씩 수행해갔다. 이때 교수님이 큰 방향을 잡아주시고, 선배님이 연구를 이끌어가셨는데, 이를 보며 연구의 position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어디까지 line을 그려놓고 연구 수행을 결정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나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느라 숲을 못볼 때가 있다는 것을 연구를 수행하면서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의식적으로 우선순위를 스스로 세우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또한, 내가 맡기로 한 연구를 수행할 때는 기존 연구를 기반으로 적용도 해보고, 동기나 선배님과 과정 및 결과에 대해 얘기해보며 연구 과정을 논리적으로 수행하는 법을 배웠다. 이 과정을 통해, “왜?”에 대한 질문을 차근차근 답 하다보면 본 연구가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이고 그걸 풀어나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좁혀나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다음 연구를 하게 됐을 때 “막연함”에 무너지지 않고,  같이 연구하는 팀원들과 함께 하나씩 수행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3. 논문 작성하기

  논문 작성에서 내가 쓰면서 느낀 중요한 key point는 연구의 novelty가 무엇인지 드러나게 글을 써야 한다는점이었다. 연구의 novelty란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결과만을 제시하는 것이 아닌, 이전 연구나 문헌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연구가 어떤 새로운 시각이나 접근 방식을 제시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교수님과 논문 작성 관련 미팅을 하게 되면 이 novelty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보여줄 것 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갔고 이를 반영하여 논문을 쓰고자 했다. 예를 들어, related works는 기존 연구를 정리해나가며 우리의 연구가 어떤 점에서 다른지를 말했으며, discussion에서는 우리의 연구를 기존 연구로 부터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기술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novelty를 찾아내는 것이 연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앞으로 연구를 수행할 때 스스로에게 기존 연구와의 다른점은 무엇이고,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를 계속해서 되물어야겠음을 느꼈다.

  또한, 논문은 작성하기 쉬운 파트 (e.g., method: 단순히 내가 수행한 내용을 기술하면 되기 때문에)부터 중요한 파트(e.g., introduction: 독자들이 가장 집중해서 읽는 구간이므로) 순으로 기술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되었던 점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늘 처음부터 구조를 완벽하게 잡고 글을 썼어서 시작하기. 어렵고, 오래 걸렸었는데 이 방식으로 작성하면 논문을 쓰기가 수월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논문을 같이 작성할 때는 다른 사람과 공유해서 읽기 위해 줄글 보다는 불렛 형태로 구조화한 글을 전달하는 것이 가독성 측면에서 좋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처음 논문을 작성할 때 줄글로 선배께 내 작성 파트를 공유드린 적이 있었다. 그런데, 선배께서 글을 파악하시는데 어려워 하시던 것을 보며 내용도 중요하지만 알아보기 쉽게 구조화해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다.

  마지막으로, 늘 연구 과정 및 결과를 그림으로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림을 중간 중간 그리는 것은 내가 한 연구 내용을 정리하고 공유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미리 생각해 보고 그려보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다.





4. 번외편 - 시간관리하기

  석사 생활 가운데 내가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수십개씩 쌓이는 일들을 모두 관리하고 해내는 것이다. 

석사로 진학하기 전까지의 나는 사실 대학원에 들어와서 연구만 하면 되는 줄 알았었다. 하지만, 연구 외에도 석사 수업을 들어야 하거나, 연구 지원금을 따기 위해 제안서를 쓰거나, 연구실 일원으로 Lab duty를 수행하는. 등 정말 많은 일이 하루에도 몇 개씩 쏟아졌다. 실제로 나는 연구 외에도 지금까지 6개의 수업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5번의 연구 제안서 작성과 1번의 북챕터 작성, 홈커밍과 같은 연구실 행사 기획 등에 참여했었다.  

  문제는 그 모든 것들을 처음 해보기 때문에, 간단하게 수행하고 싶어도 하나하나가 적게는 2시간에서 많게는. 하루까지 시간을 쏟게 한다는 점이었다. 대학원 수업에서 하는 프로젝트는 단순 과제가 아닌, 연구를 연습해볼. 수 있도록 novelty있는 주제로 한학기동안 수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주제에 대한 기존 연구들이 어땠는지 논문을 읽어야 했고, 프로젝트 하나 당 매주 1번씩, 적어도 2일은 팀원들과 만나 프로그레스를 공유 했어야 했다. 연구 제안서 같은 경우 여러 문서를 읽고 내용을 파악하고, 기존 문헌 등의 논문을 찾아보며 자료를 채워둬야 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다양한 공문서들을 작성하고, 내부적인 미팅 및 다른 교수님들의 연구원분들과. 소통을 수행해야 했다 . 또한,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북챕터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기 위해 포토샵과 같은 디자인 툴을 이용해 본 것이 그 예시이다.

  연구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늘 노력하려고 하나, 사실 아직까지도 due가 확실한 연구 외적인 것을 우선으로 하다보니 연구를 밀어두는 경우가 생긴다.  한번은 Getting things done이라는 책에서 머릿속에 일들이 쌓이지 않도록 즉각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바로 하라는 조언을 참고하여, 메일 처리하기부터 특허나 논문 실적 정리 등과 같은 일들 바로 처리했었는데 그 역시도 1시간 이상은 소요하다보니 결국에는 밀리는 연구가 생겼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연구에만 오로지 집중하는 날을 매주 적어도 1.5일은 정해두고 수행하는 것이었다. 저녁 오후 시간과 하루 전체는 혼자서 연구하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다른 일들을 사전에 끝내도록 노력했다. 또한, 내가 어느 시간대, 어느 요일에 집중이 잘되고 안되는지를 파악하여 안되는 시간에는 쉼을 주거나 수동적으로 해도 되는 일들을 수행하고, 되는 시간에는 연구에만 몰입하였다. 

  대학원 생활에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 이외에도 쏟아지게 많은 일들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배움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수업 프로젝트는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게 했고, 박사님의 도움 없이 나랑 비슷한 수준의 동기들과 함께 주제를 정하고, 수행하는 경험을 통해 연구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게 했다.  연구 제안서 작성이나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과정들도 연구 뿐만 아니라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질 skill을 쌓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연구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현재는 내가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1.5일에서 3~4일로 늘리는 것이 목표이다.




도움이 됐던 자료나 팁


책 ‘대학원생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로부터 대학원생 ‘간이’ 체험하기.

우리 연구실은 교수님께서 석사 신입생들과 함께 1학기 동안 대학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나누는 북세미나를 여신다. 이 과정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많은 학생들이 궁금해하고, 또 공감하는 내용을 담은 책인 “대학원생 때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대학원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에서 부터 실무적으로 필요한 논문 작성법, 학회 참여 방법까지, 내가 느끼기에  대학원 생활을 간이로 체험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 중 논문을 근거하여 지식을 쌓고, 과학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 대학원 과정이라는 것이 가장 인상 깊었는데, 왜냐하면 이를 기점으로 대학원에서의 배움이 어떤 의미 인지를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부 때까지 논문을 많이 찾고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논문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읽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간단하게 숙지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처럼 연구 생활을 처음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논문 읽기

도움이된 사이트: scopus, google scholar, acm library

scopus: 처음 논문을 접해보고 찾는 사람이라면, 개인적으로 scopus를 추천한다. 그 이유는 구글 스칼라는 입력한 keyword와 관련 없는 많은 자료들도 같이 나오기 때문에 어떤 것을 봐야할지 헷갈리지만, scopus는 검색 결과가 관련 있는 것만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scopus는 학회, 인용수, 최신순 등 많은 필터링 조건들을 걸 수 있어서 검색이 용이하다. 실제로 도서관에서 열리는 논문 검색 프로그램에서는 논문 초보자는 scopus를 통한 검색을 추천하였다.

google scholar: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면, 구글 스칼라를 통해서 검색하는 것을 추천한다. 가장 업데이트가 빠르고, 사용하기 편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이용하고 있다.  

  acm library: 논문이 어디에 출판되는지에 따라서 읽고 말고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한 선배가 좋은 학회에서 낸 논문을 읽고 싶을 때는 이 사이트를 통해서 검색하는 것을 추천해주셨다. 특히, 이 사이트는 다양한 학회들에서 낸 논문을 보여주고 있는데, 타겟 학회가 만약 ACM community에 있다면 해당 년도에 그 학회에서 낸 최신 논문을 보며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  

키워드 찾기

Review, survey: 맨 처음 연구에 접하는 상황이라면, 이 keyword를 넣어서 그 분야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외에 keyword: review 논문이나 key 논문에서 자주 나오는 keyword를 위주로 검색해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논문을 작성하는데 필요했던 도구

Overleaf : 논문을 작성할 때 사용하는 사이트로 latex 문법으로 작성해야 한다. Learn latex in 30 minutes,  A simple guide to LaTex와 같은 사이트에서 latex를 사용하는 tutorial을 익혔고, 모르는 latex 문법은 ChatGPT에게 주로 물어봤다.

Figure: Adobe, PPT, figma 등이 편집할 수 있는 대표적인 tool이다. 이러한 tool로 만든 그림을 고해상도로 저장 하기 위해서는 300 dpi 이상의 해상도를 가진 PDF 혹은 EPS 형식의 파일로 저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figure 안에 들어갈 글꼴도 논문의 글의 일부임을 기억하며 “Linux Biolinum Font”로 작성하는 것을 추천한다.  

Table: 논문에서 테이블을 그리는 latex 코드는 매우 복잡한데, 이를 도와주는 create Latex tables라는 사이트가 있다. 여기서 기본 뼈대를 만들고 ChatGPT와 알고 있는 기존의 latex 문법으로 수정하는 방식으로 table을 만들었다.




작성 소감 및 본인소개


  힘들었지만 뿌듯한 논문 경험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연구를 어떻게 해나갈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내 경험들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모든 학생들의 첫 논문작성을 응원한다.

  그리고 본인은 Kaist IClab에서 석사 2년차를 지내고 있는 임희정이고, 메일은  hj.lim@kaist.ac.kr

이다. Affective computing 분야에서 ML/DL을 사용해 Affective state(감정, 스트레스 등)을 예측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현재는 Multimodal sensor로 수집된 데이터로 감정 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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