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오후

1987년 12월

by 언덕 위의 건축가

방심한 문틈으로

황동빛 칼날이 새어 들어와

단식 중이던 뻐꾸기시계가

가슴을 베이었다


빛의 입자가 퇴적하는 수족관 속에서

청거북이 세 번째 하품을 연습한다


캔버스 위엔 수음의 자국만 검버섯으로 돋아나고

마지막 달력이 툭.

추락했다


쥐가 놀라 튀어나온 곳은

빈 라면박스

그 아래 비발디 한 장이 누워있고


한 사내가 그 곁에 앉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