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현대 의학에 보내는 찬사
실행
신고
라이킷
26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박아리
Jun 25. 2024
현대의학 만만세
현대의학이 신이라면 난 그의 충실한 신도가 되리
이건 내가 현대의학에게 보내는 찬사이며 동시에 나의 우울증 투병 일기이다.
현대의학을 신으로 추대하자.
현대의학 만만세 영원히 찬양하라~
현대의학은 나를 많은 시점에서 구해냈다.
아마 가장 먼저는 내가 8살 때, 뇌수막염에 걸렸을 때.
현대의학이 없었다면 난 아마 그때 죽었겠지.
그다음은 11살 때 수두에 걸렸을 때.
그다음은 21살 때 결핵에 걸렸을 때.
그리고 바로 지금.
나의 우울증에서 날 건져내고 있다.
난 운이 좋게도 우울증 약이 매우 잘 맞는다.
가장 먼저 소개할 나의 약
은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이다.
세로토닌은 우리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하나인데,
이 세로토닌이 세포 내로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세로토닌 혈중 농도를 높여준다.
그러면 이 세로토닌은 무사히 뇌까지 도달해 나의 우울을 막아준다.
진짜 훌륭한 약이다.
이 약은 먹지 않았을 때는 모른다.
그냥 약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약을 까먹고 안 먹은 날 우울의 폭풍 속에 휘감기며 느낀다.
아,
나 오늘 약 까먹었다.
우울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온다.
끝없는 무기력증일 때도 있고,
거대한 슬픔일 때도 있고,
인생의 리셋버튼을 찾아 헤매는 리셋 증후군일 때도 있다.
펑펑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아무것도 못하고 누워있기도 하고,
끝없이
과거의 어느 시점 인가로
돌아가는
상상을
하며
멍 때리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나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
세로토닌이 뇌 속에 충분해지면 난 멋진 사람이 된다.
일을 열심히 하고, 아이도 웃으며 돌보고, 공부도 의욕적으로 한다.
하루하루의 삶이 충만해진다.
자책과 괴로움에 몸부림치지 않으며, 안정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
호르몬은 역시 위대하고
그 호르몬을 조절해 주는 현대의학은 더더욱 위대하다.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만세~!
keyword
현대의학
세로토닌
우울증
박아리
싱글맘의 육아하고 일하고 공부하는 현재와 과거의 기록
구독자
277
제안하기
구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