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서평
인문교양 /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 정민호 / 한국출판인회의 / 2025. 9. 10
‘트랜드 코리아’ 시리즈는 연말 행사처럼 매해 10월 말을 기점으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곤 한다. 마케터를 지망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직 한 번도 트랜드 서적을 읽어본 적이 없다. 언급되는 트렌드들이 뻔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며, 주류와 엇나가고 싶은 유치한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필자의 마음을 대변하듯, 브랜드 컨설팅 회사 프리퍼드는 지속되는 탈표준화 현상에 주목하며 전 사회가 특정 시기에 공유하는 경향인 ‘트렌드’ 대신, 특정 집단이나 계층이 공유하는 규칙인 ‘코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2026년의 코드는 베타 테스트처럼 경험을 통해 삶을 개선해 나가는 ‘베타 라이프’라고 한다.) 코드를 잘 읽는 것, 코드에 발 맞춰 빠르게 변하는 것이 마케터로서 가장 중요한 자질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질 역시 언제 변할지 알 수 없다.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의 저자이자 문학동네 마케팅 국장 정민호가 강조하는 부분도 같다. 그는 “전략이 잘못됐고 변경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독자들이 몰라줘서 아쉽다고 말하며 전략 수정없이 그냥 포기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66)”. 라고 말할 만큼, 마케터는 업무에 관해서는 가장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영업이나 다름없던 초기 출판 마케팅 환경에서 <작별하지 않는다>, <바깥은 여름>등의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만들어 내기까지. 20년 간 마케터로 활동하며 활동하며 터득한 모든 전략이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에 담겨있다.
‘마케터’
이 책은 정직하게 제목의 모든 키워드에 방점을 찍고 있다. 마케팅 업무의 변천사부터 연차가 쌓이며 체득한 노하우, 그리고 그가 직업을 대하며 끝까지 지켜온 신념들이 책의 초반부에 담겨 있다. 저자는 입사 후 첫 한 달 동안 광화문과 종로의 오프라인 서점 구조를 외울 수 있을 정도로 서점을 분석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문학동네 지원서에 적혀 있던 ‘가장 자주 가는 오프라인 서점과 방문 시 유의 깊게 보는 매대를 적으시오’라는 문항이 떠올랐다. 당시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질문이었지만, 마케터에게는 작은 구석까지 살피는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 문항은 결국 마케터 정민호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콘텐츠에 대한 정의가 변화하고, 그에 따라 책의 가치나 니즈 역시 변화한다. 저자는 그 흐름에 발 맞추되, 어떻게든 책의 장점을 찾아 그 장점을 필요로 하는 곳에 닿게 하는 것이 마케터의 가장 중요한 본질이라고 이야기한다. 출판 스터디를 하며 편집자와 마케터 사이의 모호함을 느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경계가 명확해짐을 느꼈다. 작가의 글을 모아 책으로 윤택하게 다듬는 것이 편집자의 일, 그 책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고, 그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해 책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케터의 일이다.
‘팔리는’
책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팔리는’ 콘텐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박이 날 것 같던 영화가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넘기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영화는 입소문을 타며 재개봉을 거듭하기도 한다. 책 역시 마찬가지로, 늘 예측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곤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긍정적일 때도 있지만, 부정적인 경우가 더 많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긍정적인 흐름으로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마케터의 글쓰기다.
저자는 마케팅 성과를 내는 좋은 글쓰기 방법으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니즈를 충족시킬 것. 둘째, 잊고 있던 니즈를 발견해 줄 것. 셋째, 안전 욕구에서 벗어날 것. 넷째, 어떻게든 장점을 찾아 강조할 것. 특히 ‘어떻게든 장점을 발굴하는 것이 마케터의 능력’이라는 지점이 인상 깊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내 입맛이 아닌’ 책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며 속으로 무시해왔던 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좋은 책’의 기준은 언제나 주관적이며, 대중이 좋아한다면 그것은 언제든 ‘좋은’ 책이 될 수 있다. 책에 대한 권위주의를 내려놓고, 비록 나의 취향이 아니더라도 장점을 발견해낼 수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글쓰기’
이 책의 마케팅 방식이 아쉬웠던 점은 바로 ‘글쓰기’에 있다. 책의 절반 이상은 ‘출판’ 마케터 뿐만 아닌 온라인 상에 글을 개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모든 이에게 도움될 내용으로 채워져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출판’에 치중된 책의 메인 카피나 띠지 등은 오히려 이 책의 장점을 가리고 있어 아쉽다. 자신의 분야 밖으로 시선을 돌릴 것, 필사를 해볼 것, 일단 쓰기 시작할 것. 이는 비단 출판을 넘어 글을 쓰는 모든 이들에게 유효한 조언이다. 물론 저자의 다양한 카피와 홍보 문구가 풍부하게 인용되어 있어 출판 마케터를 지망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는 ‘잘 쓰는 법’을 가르치는 책이라기보다, 마케터가 어떤 태도로 세상과 콘텐츠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묻는 책에 가깝다. 정답을 예측하기보다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틀리면 빠르게 수정하며, 독자의 움직임에 더 민감해질 것. 트렌드를 좇지 않겠다는 필자의 고집 또한 언젠가는 수정되어야 할 전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단은 시작하기를 권하는 책의 마지막 단락처럼, 빠르게 시도하고 수정하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베타 라이프 시대를 살아가는 마케터에게 가장 필요한 전략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