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정답은 결국 살아내며 깨닫는 것

양귀자 <모순> 서평

by 유영

국내소설 / 모순 / 양귀자 / 쓰다 / 2013. 4. 1.


나는 줄곧 삶의 목표를 ‘사랑하는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 인생의 부피를 넓히는 것’이라 여겨왔다. 그렇기에 도입부의 “내 삶의 부피는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라는 문장은 곧 나를 향한 질문처럼 다가왔다. 안진진의 탄식은 단숨에 나를 소설 속으로 이끌었고, 단 한 문장으로 독자를 붙잡는 힘, 바로 그것이 양귀자의 문체이자 《모순》의 서사적 매력이라고 느꼈다.

<모순>은 주인공 안진진이 삶을 다르게 가꾸어 나가기로 결심하며 치열하게 고민하고, 완전한 삶을 살아내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어머니와 이모, 그리고 두 남자 사이에서 흔들리며 인생의 정답을 찾아 나선다. 한 남자는 ‘정답’처럼 안정적이고 명확해 보이지만, 또 다른 남자는 ‘오답’일지라도 강렬한 매혹을 지니고 있다. 종내 진진은 결정을 내리지만, 그것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알 수없다. 중요한 것은 답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선택 그 자체가 인생을 구성한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그 결정이 정답인지 아닌지는 끝내 살아보지 않고는 알 수 없으며, 혹은 애초에 정답이 없는 질문일지도 모른다.


《모순》이 꾸준히 읽히는 고전으로 자리 잡고,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품은 독자가 쉽게 ‘진진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거나 ‘옳다’라고 단정하지 못하도록 이끌며, 선택 이후에도 여전히 남아 있는 삶의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특히 어머니와 이모사이의 모순, 그리고 불행조차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힘이라는 역설적인 깨달음은, “삶은 모순을 안고도 계속 흘러간다”는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을 강조한다.

양귀자의 문체는 화려하지 않고 차분하다. 그러나 바로 그 담백함이 인물들의 내면을 더 선명하게 비춘다. 그녀는 거대한 사건으로 드라마를 만들지 않는다. 대신 인물들의 대화와 고민, 일상의 갈등을 통해 심리를 차근차근 쌓아 올린다. 덕분에 독자는 자신 역시 모순 속에 살고 있음을 발견하며, 진진의 고백을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나 자신의 기록’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모순》은 답을 제시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답을 찾으려는 과정 자체가 삶의 의미임을 보여준다. 진진의 흔들림은 곧 우리의 흔들림이며, 그녀가 내린 결정은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삶의 장면들이다. 그래서 《모순》은 단순한 청춘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성찰의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덮으며 나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삶을 이해한다는 것은 모순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 그것이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더라도, 그 안에서 우리는 성장하며 결국 자기만의 삶을 완성해 간다. 바로 이 깨달음 때문에 나는 언젠가 다시 이 책을 꺼내 들고 또 한 번 나의 모순을 마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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