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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숙집 고양이 Apr 03. 2024

봄날의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초보집사의 꿈꾸는 고양이

이 제목이 영화 패러디라는 걸 안다면 훗

당신은 옛날 사람

물론 나도 옛날 사람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라는 영화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글이지만 빌려온 김에 조금 소개하면 배두나가 나온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도서관 책에 있는 메시지를 찾아가는 추리 형식의 연애스토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 무렵 도서관 책 메모와 추리가 연결된 소설이 히트를 쳤던 기억이 있는데  유행처럼 다양하게 변주된 작품들이 나왔던 시기였다.  이런 달달한 영화를 좋아한다면 거기다 배두나의 풋풋함을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용이 감독, 2003)



이상하게 봄이라고 하면  제목이 제일 먼저 입에 맴돈다. 그리고 이장희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다>라는 시가 떠오른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 입술에

포근한 봄졸음이 떠돌아라"

(이장희, -봄은 고양이로다-, <봄은 고양이로다>, 아인북스, 2017)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좋아서 그냥 붙여 보았다.

억지로 엮어보면 영화 제목에 나오는 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곰은 겨울잠을 자던 곰이 봄을 즐기러 나온다는 부분에서 붙여진 것 같다. 작품 안에서는 겨울잠이 덜 깬 미련한 곰이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못 알아보는 현채(배두나)를 상징한다. 로맨스 물은 역시 엇갈리는 맛이 있어야 보는 이가 애가 타지 않을까.


이렇게 길게 변명을 계단처럼 쌓아서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봄은 식곤증에 계절이기도 하다. 원래 새끼 고양이는 20시간가량 잔다고 한다. 성묘는 15에서 20시간 정도 자는 듯하다. 고양이는 인생에 거의 대부분을 잠에 투자한다.  

이 얼마나 슬프게 느껴지는가

근데 이게 다 숙면은 아니란다. 70%는 얕은 잠이라니  

자고 있는 고양이는 깨우지 않는 것이 좋다. 발을 땅에 대고 자고 있다면 얕은 잠.

 발바닥이 들린 자세라면 깊은 잠 상태니 더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

그런데 자고 있는 고양이는 유혹적이다. 만지거나 사진을 찍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사랑스럽다.  집사에게는 인내가 필요하다. 아무리 예뻐 보여도 꾹 참고 만지면 안 된다. 그 인내는 곧  빛을 본다. 곤히 잠든 특이한 자세의 녀석을 만날 수 있다.

제리는 마치 연체동물처럼 몸을 반으로 접을 수도 고무줄처럼 늘여 놓기도 한다. 더 깊이 자면 혀가 빼꼼 나오기도 다리가 점점 들리기도 한다. 집 곳곳에 잠든 제리를 찾는 재미도 있지만 매번 입가에 웃음을 머물게 하는 자세  덕에  선물상자를 여는 아이 같은 설렘을 주곤 한다.


봄날 오후의 최대 문제는 식곤증!

밥 먹고 나면 다 그렇듯 쏟아지는 잠과의 싸움이다. 낮잠으로 시간을 보내기에 너무 아까운 세월이다 생각은 하지만 잠깐 자는 그 달콤함이란 거부하기 어렵다.

아마 정신없이 낮잠에 빠졌던 모양이다. 뭔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짓눌렀다.

'이거 설마 가위인가 '

하는 순간 가슴에 올라온 그것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소름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간다. 한발 한 발씩 천천히  발을 옮기며 가슴을 밟아댄다.

'엥 제리'

제리의 묵직한 꾹꾹이였다. 넌 가슴에 오르기에 이제 좀 큰 것 같구나.  "미안해 내려와 줄래 죽을 것 같아 너 자려고 그러는구나." 제리는 꾹꾹이 후에는 늘 잔다. 그렇게 이내 제리는 내 건너편에서 잠들었다.

녀석의 곤한 잠을 보니  뭔가 가슴이 따뜻하게 데워지는 것 같다.


커피를 내려 눈꺼풀에 매달린 졸음을 털어볼 생각이었는데 침대에서 애절한 부름이 들렸다.

"어으마 어마"

제리가 날 불렀다. 얘는 거의 사람처럼 날 부른다. 고양이와 살면서 놀란 부분은 야옹 소리는 듣기 어렵다는 것과 제법 사람소리를 따라 한다는 것. 좀 전까지 자던 걸 봤는데 깬 거야? 날 보자 안심한 듯 토닥임을 받고는 다시 자러 간다. 악몽을 꾼 것인가?

고양이는 대체 어떤 꿈을 꾸는 걸까?

고양이도 사람처럼 꿈을 꾼다고 한다.  먹거나 사냥하거나 과거의 기억에 대한 꿈을 꾼단다. 가족에 대한 기억에 꿈.

넌 대체 어떤 꿈을 꾼 거니? 낯선 곳에 남겨지거나 다른 동물에게 쫓기기라도 한 거니 자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나는 웅크리고 자는 제리 옆에서 지켜준다. 나쁜 꿈 다 털고 제리야 아주 맛있는 거 먹는 행복한 꿈만 꿔. 네가 꼭 잡고 싶어 하는 초파리 꿈이라든가.

어떤 장난감 보다 초파리를 좋아한다. 한참 화장실 배수구를 바라보거나 창틀에 앉아있으면 무조건 초파리를 노리는 거다. 문제는 잘 못 잡는다는 거. 몇 시간이고 보기만 한다. 살생을 싫어하는 내 고양이.

제리 어릴 때 자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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