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길목에서 다시 마주친 문학 선생님의 안부
<2004년 4월 21일>
스무 살의 나는 인생이라는 길목에서 자주 방향을 잃곤 했었다. 마치 미로호소인처럼.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음 둘 곳 없어 방황하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던 길.
가장 익숙하고 편안해야 할 집 근처 길목에서 거짓말처럼 나의 은사를 마주쳤다.
오랜만에 마주친 선생님은 여전히 문학 그 자체였다.
고등학교 2학년, 내게 문학을 가르치셨던 분. 20대 중반의 싱그러움과 범접할 수 없는 지성을 동시에 지니셨던 선생님은 학교에서 인기가 많으셨다.
쉬는 시간마다 선생님의 책상은 아이들이 바친 존경과 사랑의 징표들로 가득 찰 정도였으니까.
가장 잊을 수 없었던 건 선생님이 내 보잘것없었던 밴드 활동의 '매니저'가 되어주셨던 시간이다.
고작 고등학생들의 어설픈 기획이었고 제대로 된 공연 한 번 올리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활동이었지만 선생님은 매번 진심으로 우리를 대해주셨다.
힘든 일이 있으면 다 들어주셨으며 서툰 우리의 꿈을 있는 그대로 긍정해 주셨던 멋진 분이셨다.
스무 살의 길목에서 우연히 재회한 선생님은 그때 그 시절 매니저의 눈빛으로 내게 물으셨다.
"요즘은 어때? 음악 할만하니?"
순수한 다정함은 때로는 날카로운 한마디가 되어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던데 그 질문 앞에서 나는 확실히 작아져있었다.
멋지게 해내고 있다고, 선생님 덕분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으니까.
마음 깊은 곳에서 정체 모를 부끄러움이 올라왔다.
아직은 죄송함이 앞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말.
하지만 언젠가는 떳떳하게 선생님의 눈을 보며 말하고 싶다고 다짐했었다.
선생님의 응원이 헛되지 않았노라고.
나의 영원한 매니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