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위 가짜뉴스(Fake News)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사회 문제들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끝난 뮌헨안보회의(MSC)에서 20여 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가짜뉴스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였다.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40억 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크고 작은 선거에 참여하는 가운데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하여 만들어진 ‘진짜 같은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타인을 속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언론 보도 형태로 만들어진 거짓 정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가짜뉴스가 양적·질적으로 폭증 및 확장하면서 언론 보도 형태를 띠지 않더라도 앞에 제시된 조건을 충족한 콘텐츠라면 가짜뉴스로 분류하고 있다. 학계에서 많이 사용되는 ‘허위조작정보’라는 용어 또한 가짜뉴스와 동일한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 유언비어를 넘어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영상이나 음성, 이미지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AI 기술의 발전이 가짜뉴스 생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AI 기술을 사용하면 전문가는 물론 일반 이용자들도 쉽게 가짜뉴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유튜브, X, 틱톡 같은 소셜 미디어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가짜뉴스는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작동하고 이용자들의 ‘확증 편향’이 강화되면서 탈진실 현상이나 정치·이념적 양극화와 같은 심각한 사회 병리 현상이 나타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가짜뉴스가 정치·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이명박 정부를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그리고 현재 윤석열 정부까지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가짜뉴스는 권력을 매우 불편하게 만드는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존재였다. 때로는 정당한 비판도 가짜뉴스로 규정하여 억제하고 탄압하였다. 이를 위해 다양한 행정 및 입법 규제 수단을 동원했지만, 정부에 의한 가짜뉴스 규제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다수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가짜뉴스가 사회적으로 생산·유통·소비되는 현상의 이면에는 정치인과 시민, 시민 상호 간 ‘소통과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겉으로는 소셜 미디어 네트워크를 통해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촘촘하게 연결되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진정한 소통은 부재하고, 확증편향으로 인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각자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만 가려서 수용하는 행태가 고착되고, 공동체 내 불신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023 Legatum Prosperity Index
실제로 지난해 한국경제연구원이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지수’를 분석하여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 ‘사회 자본(Social Capital)’ 수준은 조사 대상 167개 국가 중 107위로 개인과 사회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 자본이란 사회 구성원 간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와 규범, 네트워크 등을 지칭하는 말로 사회 자본이 잘 구축된 사회일수록 시민 간 신뢰가 높게 나타난다.
이제 가짜뉴스 관련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규제 일변도의 대책보다는 사회 자본의 확충을 통해 정치인과 시민들, 시민 상호 간 소통의 양과 질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짜뉴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 처방이다. 또한 유튜브 나 네이버 등 국내외 인터넷 플랫폼 운영사업자들은 자율 규제를 통해 가짜뉴스가 유통되지 않도록 철저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기에 일반 시민 대상 미디어 교육을 활성화해서 가짜뉴스로부터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똑똑한 시민’이 되도록 돕는 ‘착한 정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