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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새미 아빠 고삼석 Sep 18. 2024

난향천리(蘭香千里) ...

고박사의 사진에세이


"난에 꽃이 피었어요."


아내가 반갑게 소리칩니다. 베란다에 놓아둔 난에서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보통 봄과 여름 사이에 꽃을 피웠는데 올 해는 뜻밖에 추석 연휴를 앞두고 피기 시작했습니다. 난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애정을 갖고 돌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도,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닙니다. 겨울에는 추위에 얼지 않도록  거실에 들여놓고, 봄이 되면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도록 베란다에 내어놓고 시시때때로 물을 주는 정도의 관심이 전부입니다.



유난히 덥고 길었던 2024년의 여름. 긴 폭염을 잘 견디고 여름의 끄트머리에서 꽃을 피웠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폭염 속에서 꽃을 피울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아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더운 여름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름에서 추수의 계절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추석을 앞두고 활짝 난꽃이 큰 복(福)을 몰고 온 것처럼 반갑습니다.


인고의 시간을 보내면서 단단해지고, 단단해졌기 때문일까요?   것도, 뺄 것도 없는 단아한 모습이 단연 돋보입니다. 약간은 도도해 보입니다. 기록적 폭염을 뚫고 활짝 핀 난꽃 그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도, 나도 난향(蘭香)을 참 좋아합니다. "난향천리, 난초의 향은 바람을 타고 천리를 간다"는 말도 있듯이 예로부터 동양에서 난향은 향기 중 으뜸으로 꼽혔습니다.  자극적이지 않되 은은함과 깊이가 있는 난향은 샤넬 향수도, 에르메스 향수도 넘볼 수 없는 품격이 있습니다. 함께 난향을 맡으면서 서로에게 그런 향기를 품어내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서 서로서로 노력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닮아갑니다.


인공이 아닌 자연의 향기는 머리를 맑게 해 줍니다. 마음을 진정시켜 줍니다. 난꽃 바라보고, 난꽃 느끼는 순간만큼은 평화롭습니다. 가정에도 평화로운 기운이 가득합니다.


난꽃이 가져온 행운입니다.

난꽃이 가져온 행복입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난꽃매력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시선(詩仙)으로 불리는 중국의 시인 이백(李白)은 '난향'에 대한 시를 남겼습니다.

꽃이 되려거든 난초가 되고,
나무가 되려거든 솔이 되려무나
난초는 그윽하여 향풍이 멀리 가고,
솔은 추워도 그 모습 아니 바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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