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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가람 Aug 07. 2024

입장차이 3

융통성

상황 1)


"무슨 일 있어?"

"어, 아니 별일은 아닌데."

"뭔데 그래?"

"이번 팀프로젝트 말이야. 아무래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할 거 같아서."

"그거? 3주 뒤 아니야?"

"맞아. 그런데 어머니가 며칠 전에 입원하셔서 병원에 있어야 하거든. 아무래도 옆에 있어드리려면 준비할 시간이 안 나올 거 같아."

"그렇겠네. 왔다 갔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자료는 대강 찾았고 편집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네."

"뭐 내가 도와줄 거라도 있어?"

"네가? 그래주면 고맙긴 한데 너도 너희 팀 거 해야 하잖아."

"그렇기는 한데 시간이 좀 날 거 같기도 해."

"그래? 네가 도와줄 수 있으면 정말 좋지."

"음, 그래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괜찮겠어?"

"아마 될 거 같은데 그때 가서 봐."

"알았어. 고마워."


1주일 뒤,

"전에 말 한 그거 말이야. 언제쯤 할 수 있겠어?"

"응? 뭐 말이야?"

"아니, 지난주에 내가 이야기했던 거 생각해 본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

"아! 그거. "

"생각났네. 언제쯤 가능해?"

"아니, 그게, 음. 내가 생각해 본다고 하지 않았어?"

"응?"

"생각해 본다고 했지 한다고는 안 했던 거 같은데?"

"그렇긴 한데 될 거 같다고 하지 않았어? 그리고 안된다는 이야기도 없었고 말이야."

"야, 너는 상황이 안되면 못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꼭 된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어떡해."

"뭐라고?"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대비책도 좀 마련해 놓고. 아무튼 미안한데 나 지금은 못 해. 여유가 안돼."

"그럼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나도 어제까지는 할 수 있을 줄 알았지. 근데 다른 일이 생겼는데 어떡해. 내가 꼭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하..... 알았어. 그럼 안된다는 거지. "

"그래."


상황 2)


"이번 행사는 어떻게 준비하면 되나요?"

"전년도 자료가 여기 있어요. 참고해서 해보세요."

"포인트 제공이랑 부스 설치에 대해 자료가 부족합니다.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전년도에 포인트를 10점 줬네요. 이번에는 15점으로 하고 부스는 여기 단체들에 연락해서 참여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고 합류시키세요."

"포인트는 그냥 올려도 되는 건가요?"

"그럼요. 우리가 주는 건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요."

"알겠습니다."


"단체들 중  네 곳은 참여가능하다고 하고 두 곳은 참여가 힘들다고 합니다. 참여가능한 곳에서 공문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어떤 절차로 보내면 되는지요?"

"아, 공문 보내달래요? 그럼 전년도 자료에서 해당 내용 찾아서 결재 올려요. 승인 나면 보내면 됩니다."

"공문은 어떤 방식으로 보내나요?"

"시스템에 보내는 방식이 있을 텐데 자료를 한번 더 찾아볼래요?"

"알겠습니다."


행사가 끝난 뒤,

"포인트를 부여하려고 하니까 규정에 10점 이상 못주게 되어있네요."

"어머, 그래요? 왜 그렇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미 공지가 나간 상황이라 방법을 찾아야 할 거 같은데요."

"글쎄요. 규정을 좀 찾아보면 안 될까요? 방법이 있을 거예요."

"규정은 어디서 찾아보면 되는지요?"

"아마 이 항목에서 찾아보면 될 거예요. 수고해요."

"(아아악! 당신이 포인트 올려도 된다고 했잖아!) 알겠습니다. 찾아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상황 3)


"이번 여름휴가는 언제 잡아야 해?"

"글쎄 애들 방학이랑 같이 잡으면 좋겠지."

"그러면 이때쯤으로 해볼까? 어디 계곡에라도 가게."

"괜찮은데 알고 있어? 사람들 너무 많으면 그것도 그런데."

"전에 보니까 저기 어디쯤이 괜찮더라고."

"그래? 그럼 당일치기로 갔다 올까?"

"그러지 뭐."


약속한 날 이틀 전,

"드디어 내일부터 휴가다!"

"좋겠네."

"그럼 당연히 좋지. 쉴 수 있잖아."

"그래, 내일은 쉬고 모레 계곡 가자."

"응? 뭔 계곡?"

"전에 휴가날짜 정할 때 계곡에서 하루 놀기로 했잖아."

"그랬나? 근데 왜 말 안 해줬어?"

"무슨 소리야. 그때 이야기했으니까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 아무 말 없길래 계획이 없나 보다 했지."

"뭐? 그때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다시 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 나는"

"에이, 말을 했어야지. 이야기가 없어서 다른 약속 잡았단 말이야."

"뭐라고?"

"사람이, 어, 상황이 이렇게 저렇게 변할 수도 있으니까 확인하고 했어야지. 어떻게 너는 한번 한다고 하면 그렇게 그것밖에 생각 안 하냐.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이게 융통성의 문제라고?"

"그래, 미리 말이라도 하던가."

"그러니까 모레 약속이 있단 말이지?"

"그래, 네가 말을 안 해서 일 없는 줄 알고 약속 잡았지."

"그럼 그다음 날은?"

"1박 2일로 잡았어."

"그럼 내일 하루만 시간이 있는 거네."

"내일은 늦잠 자고 쉬어야지. 뭐 오후에 잠깐 나가보던가."

"(하.... 말을 말자.) 그냥 쉬어. 다음에 보고 주말에 갔다 오지 뭐."

"그래? 그러던가 그럼. 다음부터는 미리 말해 줘."





융통성 

1.     명사) 금전, 물품 따위를 돌려쓸 수 있는 성질.   

2.     명사) 그때그때의 사정과 형편을 보아 일을 처리하는 재주. 또는 일의 형편에 따라 적절하게 처리하는 재주.   

제멋대로

  아무렇게나 마구또는 제가 하고 싶은대로.



누군가에게는 융통성, 누군가에게는 제멋대로

이 간격을 우리는 좁힐 수 있을까?

어쩌면 다른 많은 성품처럼 태생적 차이에서 기인한 것이라 영원히 평행선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다른 성품을 가진 이가 우리와 가까운 사람이라면 

소통을 위해, 관계를 위해, 서로의 마음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어떻게?

우리는 나와는 다른 성품을 가지고 있는 대상에게 달라서 생기는 불편감과 달라서 생기는 부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불편감보다는 부러움에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부럽다는 감정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상대의 장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면 아마도 심리적인 간격은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계획적이고 절차대로 일을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변수가 끼어드는 상황이 달갑지 않다. 

이럴 때 융통성 있게 대처해 나가는 상대의 모습은 장점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상황변화에 따른 적응과 유연성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절차대로 규정대로 일을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 계획대로 묵묵히 일을 진행해 나가는 상대의 모습이 장점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즉, 각자가 느끼는 불편감보다 나와 다른 상대가 가진 능력을 장점(나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가 아니라)으로 봐줄 수 있다면 적어도 심리적인 거리만큼은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핵심은 나와 다른 상대를 나의 기준이나 나의 편향으로 판단 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대 또한 나와 같은 노력을 기울여 준다면 서로 달라도 친밀감을 느끼며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독특성이 있기에 우리는 고유한 존재이고 자신의 세계를 가지고 당당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도 그러함을 인정해 보자.

나와 달라 불편할 수 있어도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대해보자

적어도 상대가 가까운 이라면 말이다.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09.7.28. [제주 비자림에 숨어 서 있어] 기사문. 연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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