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담 02
평상시 생활하면서 공간에 애착을 가져 본 일이 없다. 공간이 지루해지면 이사를 다니는 편이었고 지금도 어디에 진득하게 머무르지 못한다. 특성상 좋아하는 공간이라는 곳도 따로 없고 애착하는 가구나 제품도 없다. 책상은 내 컴퓨터가 잘 올라가면 되고, 의자는 오래 앉아 있으니 비싸더라도 좋은 걸로 산다. 색상 디자인도 상관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집이 인테리어라는 것이 없이 무미건조한 가구와 집기들의 콜라보다.
예전부터 집이 사무실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는데 아이가 생기면서 집이 조금 집다워진 건지 요즘에는 그런 소리를 못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나의 밖으로 뻗쳐 있는 이 성향은 어릴 적부터 이루어져 있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무작정 걷고 걸어 그 끝에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온다던지(어릴 때는 시간도 많아 좋았겠다) 집 근처 돌산에 올라가 하루종일 개미를 잡는다던지 그런 일들로 하루를 보냈다. 당연히 집에 있는 시간은 매우 적었다. 잠을 자기 위한 공간이라고 할까?
그래서 상상을 한번 해봤다. 나는 어떤 공간을 가지고 싶을까? 늘 막연하게 상상하던 사무실의 이미지는 있다. 1층 사무실에 독립서점이면서 편집샵이면서 모임공간이면서 내 작업공간이 되는 그런 곳 말이다. 이 많은 것들을 모아도 1층의 임대료를 빼기에는 빠듯해 보이기에 시도를 못하고 있다.
내 건물이 있기 전에는 어림없겠다 싶지만 언젠가 그런 날이 오길 상상해 보기는 한다.
좋아하는 책방이 하나 있는데 미스터리 유니온이라고 추리소설 위주의 책을 주로 다루는 독립서점이다. 늘 그 공간 같은 곳을 꿈꾸었는데 아직 시도를 못하고 있다. 나는 고양이 전문 책방이면서 고양이 편집샵에 고양이 굿즈 공방까지 함께하는 것이 꿈이다. 오가는 길냥이들을 보살피기도 하고 고양이 관련 책을 보며 꺄~~ 꺄~~ 하는 귀여움에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많아지는 공간을 원한다. 물론 파티를 좋아하는 나는 이곳이 파티를 즐기는 공간도 되기를 소망한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을 공간. 그곳은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야 하고 노력하고 또 하나의 스펙을 위해 책을 읽고 시험을 보고 하는 공간이 아닌 위로를 받는 곳이자 쉼이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정작 나는 쉬는 것을 잘하지 못하지만 놀이를 일처럼 하고 싶은 마음에 담아보는 나의 애정하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