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의 첫 발! 그 준비 과정
애니메이터로 생활하던 시절 회사 근처 전봇대에 우연히 붙어 있던 유인물을 보고 막연히 디자이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디자인 업체가 많이 몰려있는 충무로를 나가봤다. 전봇대에도 구인광고가 붙어있고 어디든 취업하기 쉬워 보였다. 배우면서 일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봤다.
"직원 채용하시나요?"
"네. 프로그램은 뭐 다루시나요?"
"네?"
",,,"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컴퓨터 컷팅 가게에 붙어 있는 '직원 구함'이 내 눈에 들어왔다. 무작정 들어가 지원을 했고 컴퓨터 컷팅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내가 하는 일은 일러스트 파일로 글자를 크기에 맞춰 따서 간판에 쓸 수 있게 만들어 주거나 간판에 들어가는 로고를 일러스트로 한 땀 한 땀 따서 오브젝트 형식으로 만들어 색상별로 컷팅이 될 수 있게 하는 일이었다. 지금처럼 실사출력이 흔하던 때가 아니었다.
처음엔 일이 재미있었는데 점점 단조로워 졌다. 그전에 애니메이션, 텍스타일 디자인, 사진현상인화 등의 일도 했었던 터라 펜툴로 하루종이 누끼작업만 하는 것이 지루하기만 했다.
결국 처음 충무로에 나왔던 때 들었던 기억으로 디자인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고 회사를 나왔다.
그렇게 짧은 충무로 생활을 마치고 대학로에 있는 디자인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학원은 9시부터 4시까지 수업이었다. 수업이 끝나면 남은 작업을 마무리하거나 하면 되는데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대학로에 있는 샘터 건물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카페가 끝나면 호프집에서도 아르바이트도 하고 새벽 1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기를 10개월 동안 반복했던 것 같다.
지금은 디자인 학원이라고 하면 컴퓨터 툴을 가르쳐주는 학원들이 많은데 그때 다니던 학원은 디자인이론, 드로잉, 컬러, 타이포그래피 등을 기초로 하고 일러스트, 포토샵으로 포트폴리오 만드는 과정까지 했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로 멋진 작품을 만들고 나의 디자인학원 다니던 시절을 끝내고 다시 사회로 나왔다.
이제 취업을 해야 했다. 원래부터 가기로 했던 충무로로 나갔다. 그때는 주간마다 발행하던 인쇄마을, 편집&인쇄가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거기에 프리랜서 광고도 올리고 업체 정보도 찾던 충무로 매거진이었다. 그 인쇄마을을 보고 편집디자이너를 구인을 하는 회사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이력서를 내기 전에 또 거절당했다. 첫 질문이 이거였다.
"쿽, 포토샵, 일러스트 다룰 줄 알아요?"
"포토샵과 일러스트는 할 줄 알아요."
"그럼 안 되겠네요."
나는 내가 왜 면접의 기회조차 없는지 모르고 있었다.
전화를 계속 돌리다 보니 '쿽'이라는 프로그램을 다룰 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아까 안 되겠다고 한 회사에 전화를 걸어 혹시 쿽 프로그램을 못 다뤄 그렇냐니까 그렇다고 한다.
인쇄마을을 계속 넘기다 보니 편집디자인 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해서 쿽을 배울 수 있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시각디자인학원에서 배운 포토샵과 일러스트도 실무에서는 유용하지 않을 거라 했다. 그래서 4개월 과정을 다시 시작했다.
드디어 4개월이 지나고 나는 게임 관련 월간지 회사에 편집디자이너로서 기대를 가득 가지고 취직을 하게 되었다. 긴 시간 버텨낸 것이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이제 행복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