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과의 전쟁에서 아들이 이겼다.
어젯밤까지도 40도 가까이 넘나들던 무시무시한 열이 아침이 되자 사그라들었다.
'감사합니다.'
열이 안 난다는 것 하나 만으로 너무나 감사한 아침을 맞이했다.
"아들, 오늘 하루 더 쉬자."
"안돼, 너무 오래 쉬었어. 학교 가는 게 낫겠어."
"진짜? 그럼 학원이라도 쉬어."
"봐서. 열나면 집에 올게."
어젯밤까지 불덩이였던지라, 학교 간다는 아이가 내심 불안했다. 어떻게 떨어진 열인데, 하루 푹 쉬고 완전히 감기를 떨쳐버리길 바랐지만 내 맘대로 안된다.
그렇게 아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혹시 열이 난나고 전화가 올까 봐 걱정했다. 다행히 학교에서 연락이 없다. 불안한 마음을 접어두고 일을 했다. 어제 하루 쉬었다고 일이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한참 일을 하는데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00이 열나나요?"
"네? 00이 괜찮아요. 결석하는 동안 못했던 거랑 오늘 수학 시간에 못한 거 남아서 하고 가라 했더니 학원 가야 한다고 해서요. 학원에 조금 늦게 보내도 되나요?"
오늘 수학시간에 선생님이 문제 풀고 검사받으라고 했는데 딴짓하다 못했다고 한다.
"네, 천천히 보내주셔도 됩니다. 그런데 00 이가 어젯밤까지 많이 아팠어서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어요."
나도 모르게 아이 대변인이 되어 있었다. 아직 아픈데 너무 무리할까 봐서 걱정된던 것일까? 그냥 "네"라고 대답하고 말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보니 벌써 3시. 학교에서 늦게 끝나고 학원까지 가면 시간이 많이 늦을 텐데. 늦게 학원에 가는 아들이 걱정돼서 학원에 연락을 드렸다.
"선생님 00 이가 어제까지 많이 아파서요. 오늘까지 학원 쉬라고 할게요."
남편에게도 전화를 했다.
"00이 오면 열나는지 체크 좀 해줘. 학원은 오늘 쉬라고 해줘."
그렇게 전화를 돌리고 퇴근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뛰어왔다. 집에 오니 소파에 누워있는 아들. '아 저 자세는, 정말 살아난 것 같은데.' 아주 여유롭게 책을 보는 아들을 보니 이젠 정말 괜찮아졌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다행이다."
"오늘 나 열도 안 나고 괜찮았어. 학교 수업도 받을만했어."
"아들 상태 정말 좋은데~"
남편도 거든다.
"그렇네, 엄마는 오랜만에 학교 가서 힘들 줄 알았지."
"엄마는 나를 과잉보호하는 것 같아. 나 그 정도까지 안 힘들었어. 학원 수업도 들으려고 했는데. "
내가 너무 아들을 과잉보호하나? 아침에 학교 보내면서는 아픈 애들 너무 안 챙기고 학교에 보내는 것 같아서 미안했는데, 멀쩡한 아들을 보니까 내가 너무 걱정했나 싶다.
"다음부턴 엄마가 안 나설게. 대신 아프면 네가 먼저 이야기해 줘"
아들이 아프고 나니 좀 더 자란 것 같다.
나도 아들이 성장하는 만큼 부모로서 한 발 더 나아가야겠다.
내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믿음을 굳게 다지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