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걱정 반, 학부모 공개수업
내 눈엔 너만 보여~
아이 교실에 공식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없다.
매 학기 상담주간, 운동회, 학교 축제, 그리고 공개수업.
그중 공개수업은 선생님의 스타일, 아이의 수업태도, 참여도, 학업성취도, 교우관계까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엄마 아빠가 같이 수업을 보러 오는 경우도 많다.
나도 공개수업엔 웬만하면 남편이랑 같이 동행한다. 서로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수업을 보고 나면 우리 아이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또 서로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내적 친밀감과 동지애가 끈끈해진다.
오늘 공개수업은 다행히 딸이 2교시, 아들이 3교시. 아침부터 서둘러서 수업시간 5분 전 교실에 도착했더니 벌써 교실에 학부모님들이 가득하다. 다들 이렇게 부지런하다니.
아빠들도 4~5명 정도 보인다. 참관록은 벌써 동이 났다. 우리 딸한테 눈인사라도 하려면 교실에 들어가야 한다. 뒤편에 자리가 없어서 교실 안쪽 옆 벽면에 붙었다.
눈을 감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는 딸. 엄마 아빠가 왔는지 보고 싶지만 눈을 감으라는 선생님의 지시를 따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유혹을 뿌리치고 있었다. 눈 뜨고 수업 시작이라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눈을 돌려 우리를 찾아냈다. 집에서 볼 때는 완전 아기 같았는데 교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제법 언니 같다.
수업은 아이들의 발표로 채워진 40분이었다. 우리 딸은 발표를 안 하는 아이, 손을 전혀 들지 않는다. 모두 돌아가면서 말을 해야 할 때면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을 한다. '평소에는 목소리가 커서 문제인데, 수업시간에는 저렇게 작은 소리로 발표하는구나. 발표연습을 해야 하나?' 그래도 친구들의 발표를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는 모습을 보니 수업을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딸의 친한 친구 엄마들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매번 애들끼리만 만나니 00이 엄마가 누구인지, ㅁㅁ엄마가 누구인지 알 기회가 없었는데 공개수업에 오니 서로 인사 나눌 기회가 생긴다. 이제 동네에서 보면 알아보고 인사할 수 있겠다~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은 자기 엄마 아빠에게 모여들었다. 우리 딸은 오더니 새침하게 인사를 한다. 분명 반가운 것 같은데 별로 티를 내지 않는 듯한 인사. 그러곤 친구 손을 잡고 교실을 돌아다니는 딸.
'다행이다. 학교에 친구가 있어서. 엄마 아빠 없어도 잘 지내는 걸 보니 안심이다.'
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아들교실로 올라갔다. 우리 아들이 출입문에 고개를 내밀고 엄마 아빠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고학년 교실이라 그런지 느낌이 다르다. 애들도 크고 뒷게시판 작품들도 수준이 높다. 집에서 볼 때는 아들이 꽤 커 보였는데 교실에서 보니 왜소하다.
"요즘 애들 진짜 크다. 우리 아들이 작아 보여."
나름 자기의 큰 키에 자부심이 있는 남편은 아들이 작아 보이는 것이 내심 속상한 것 같았다.
아들반 공개수업은 고학년답게 토론수업. '7명의 사람 중 누구에게 먼저 심장이식수술을 해야 할까?'라는 문제를 가지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모둠친구들과 논의해 보는 나름 수준이 높은 수업.
과연 우리 아들은 어떤 사람을 1순위로 뽑았을까 궁금했는데, 자기와 비슷한 나이의 인물을 선정했다.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어요. 심장이식 수술을 통해서 친구가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1순위로 선정한 이유를 발표하는 아들을 보니 흐뭇했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마음에 공감해 줄 수 있다니 많이 컸구나 싶다.
그리고 이어진 모둠활동. 아들은 모둠에서 조용히 가만히 있었다. 자기 의견을 말하지도 않고, 친구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활발한 아이들의 의견을 듣고만 있었다. 딱히 친구들이 아들에게도 말을 시키거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 것을 보니 아들은 모둠에서 아웃사이더?;;
친구들의 농담과 장난들에 같이 동참하지 못하고 묘하게 겉도는 아들을 보니 맘이 아프다. 친구들이 아들을 제외시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아들을 챙겨주지 않으면 스스로 모둠활동에 참여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그래도 수업시간 끝까지 집중해서 다른 친구들 이야기 듣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업이 끝나자 아들교실은 들썩였다. 다들 엄마아빠에게 자기 작품들 소개해주고 친구들이랑 오늘 수업 어땠는지 이야기하고 장난치고 신이 났다. 그런데 아들은 혼자서 교실을 부유한다.
"아들~ 오늘 수업 잘 봤어. 발표내용에 감동했어! 근데 쉬는 시간엔 보통 뭐 하고 놀아?"
"나는 보통 책 읽지."
"모둠 친구들이랑은 어때?"
"뭐 그냥. 이번 모둠친구들이랑은 잘 안 맞아."
'그렇구나. 보통은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구나. 그래 그럴 수 있지.' 친구들이랑 즐겁게 지내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국어 수학 공부보다 어려운 아들인가 보다.
'엄마가 살아보니 친구관계, 인간관계가 정말 어렵더라. 그래도 인생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으니, 아들이 천천히 조금씩 배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
차마 말은 못 하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더디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길, 너만의 속도로 성장해 나가길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