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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윤 Oct 27. 2024

많은 말속에 사는 우리

말들의 모양

우리는 많은 말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안녕하세요"로 하루의 시작을 하듯 우리의 하루에는 인사, 사랑의 말 등 많은 말들이 오고 간다. 그중엔 부정적인 단어와 문장들도 있다. 하루의 끝엔 많은 말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와 있고, 어떤 말은 한 곳에 자리를 잡아 버린 채 깊고 깊은 곳까지 뿌리는 내려버린다. 자리 잡혀버린 말은 가진 모양에 따라 가지각색 나에게 영향을 준다. 

다양한 모양의 말은 따뜻하고 동그란 모양으로 내 곁에 머물며 사랑의 따뜻함과 힘을 낼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지만, 차갑고 뾰족한 말들은 마음에 상처를 내고, 나를 억압하며 나를 잊게 만든다. 때로는 힘이 되지만 무리하게 만드는 말들은 좋은지 나쁜지 구분할 수 없는 모양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애매한 모양을 가진 말들이 나를 위한 말이라며, 다가오기 때문에 아무런 저항 없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형체가 잡혀있지 않은 말들에 아무렇지 않다가도 숨겨져 있던 가시에 찔려버리고 찢겨버리기도 한다. 상처가 되는 말들로 인해, 나는 자꾸 아프고 흔들거리며 눈물을 흘렸다.

 
  말의 가시에 상처를 입을 때마다,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말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을까? 딱 필요한 말만 하며 살아가도 되는 걸까? 말로 인해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상처받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인가? 이 모든 질문은 나에겐 숙제가 되어버렸고, 답을 찾으려 애썼다. 어느 날, 나보다 인생을 조금 더 살아간 지인과의 대화에서 세상 어디에서도 말은 타인과 나를 연결하는 수단이라는 사실만 가르쳐 주었지, 연결의 방법과 정답은 알려주지 않았냐는 깨달음의 말을 듣고, 흔들리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살아가려면 내가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어디에서도 가르쳐주지 않은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날을 시작으로 내 마음속에 박혀 있는 많은 말들을 나열해 정리하기를 시작했다.


1. 제일 기억에 남는 부모님의 말 

2. 상처가 됐던 말 

3. 타인에게 들었을 때, 예민해지거나 감정에 변화가 생기는 말

4. 발작버튼이 되는 말

5. 자주 쓰는 말


 하나씩 주제를 정해 곱씹으며, 생각하고 생각하며 정리해 간다. 정리가 되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기억의 상처들이 해 집어져 나와 혼란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차근차근 시간과 공간을 더듬 가며 정리해 나가다 보면 말들의 모양이 보이기 시작된다. 그 모양이 가진 말이 나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아들여지는지까지 알게 된다. 유난히도 뾰족하고 날카롭게 생긴 모양을 가진 말을 만나는 날이면, 아프고 흔들리며 무너지게 된다. 그렇게 말로 인해 '상처'를 갖게 된다. 말로 인한 상처는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 남게 되는 것이다. 상처는 말은 모양을 모른 채 만난 말로 인해 생긴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엔 퍼즐이 맞춰지듯이 깊은 고민이 해소 됐다. 또한 타인과 연결하는 방법을 타인을 이해하는 기준 중에 하나로써 기준이 생기게 됐다. 아직 정리할게 많은 말들이 세상에 존재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도 다양하다 내가 모든 것을 수용하기란 어렵겠지만, 경험으로 만들어낸 깨우침으로 말의 모양을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는 것. 


의도치 않게 만난 뾰족하고 날카로운 말로 인해 상처받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날들을 만나 흔들리고 아픈 날을 만날지라도 이제는 그 시간을 아파만 하지 않기로 한다. 나만의 이해의 방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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