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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상식

Jailbreak

by Jimmy Park

“Absolute freedom mocks at justice. Absolute justice denies freedom.” (Albert Camus)


차라리 특혜를 바라라고 떳떳이 말하는 걸 보며 어이가 없었다.


"소고기 사주는 사람을 주의하세요.

댓가없는 소고기는 없습니다. 순수한 마음은 돼지고기까지에요."


하남돼지집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고 뿜었다.

이런 문장은 도대체 누가 만드는 걸까? 특별한 수업을 받나 보다.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도서관에서 함께 일하던 헝가리 친구가 갑자기 떠올랐다.

한 번은 그 친구가 어떻게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더 비쌀 수 있냐고 물었다.

당연히 소고기가 돼지고기보다 비싼 거 아닌가?
질문이 좀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헝가리에서는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비싸다고 했다.

그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미국은 좀 이상하지 않냐고 했다.
나는 말 문이 막혔다.
상식이라고 믿었는데 반대로 의견을 물으니 난감했다.

그때 알았다.
국가와 문화만 달라져도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을 수 있구나.


어렸을 때는 좌측통행을 하는 것이 예의라 배웠고 모범생일수록 잘 지켰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측통행을 하는 것이 상식으로 바뀌어 있었다.

맞춤법도 신경 써서 외웠고 틀리지 않게 쓰려고 노력해 왔는데

바뀐 문법을 모르고 내가 계속 틀린 맞춤법을 써왔다는 것을 얼마 전 알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깨어있지 않으면
도퇘된 상식에 집착하다가 나도 모르게 비상식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영화 "로비"를 보았다.

최신 충전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대표 하정우가

국책과제에 채택받기 위한 로비를 위해 골프장에 갔다.

기술력으로만 승부한다면 자신 있었던 그가 해당 부서 국장에게 말했다.


"압도적인 기술력이 필드에 나갈 기회조차 갖지 못할까 봐 걱정입니다.

특혜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카트에만 태워 주십시오."


그러자 국장은 말했다.


"차라리 특혜를 바라세요.

특혜라는 건 누구 하나 편들어 주면 됩니다. 간단해요.

그런데 공정이라는 건 그렇지 않아요.

이건 뭐, 룰 만들어야지. 심판 정해야지...

그런데 그 과정에서 또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들이 나와요.

생각보다 간단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세상은 항상 누군가에겐 불공정하다는 거예요."


순간의 풍자로 지나가는 대사였지만 깊은 잔상이 남았다.


공정과 상식.

어떻게든 철저히 지켜서 떳떳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알게 되었다.
우리가 믿어왔던 '공정과 상식'은 절대적인 진실이 아니었다.

국가와 문화가 바뀌고, 시대가 바뀌고, 입장이 바뀌게 되면
언제고 180도 바뀔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이었다.
무서운 말이다.
내가 몰상식하다고 비난했던 사람이 옳고, 내가 틀릴 수 있다.
공정하다고 믿고 일생을 지켜왔던 나의 기준이
누군가의 눈에는 최악의 불공정한 생각과 행동일 수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나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밖을 둘러봐야 한다.

멀리서 바라보는 보편적인 사회는 어떤지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나만의 잘못된 토끼굴(Rabbit Hall)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영원히 상식적인 것은 없다.
누구에게나 공정한 것도 없다.

영원히 상식적이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람은 못 되어도
상대적으로 누구에게나 유연한 사람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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