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ilbreak
"It is useless to be a creative, original thinker unless you can also sell what you create.”
(David Ogilvy)
흑백 사진의 창업자들을 보며 그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LG에서 헬스케어, 시니어케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2017년에 'MedTrade' 헬스케어 전시회 참석을 위해 애틀란타에 갔다.
신기하게도 전시장 근처에 관광지들이 모여 있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을 기념하는 올림픽 파크가 있었고,
조지아 수족관도 있었으며, 대학 미식축구 명예의 전당 전시관도 있었다.
CNN 본사의 뉴스 스튜디오도 가서 실제 뉴스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신기했다.
그중 가장 가슴을 뛰게 만들었던 건 코카콜라 전시관이었다.
130년이 넘은 코카콜라의 역사가 한눈에 보였다.
코카콜라는 1886년 애틀란타의 약제사 존 펨버튼이
자신의 약국 구석에서 코카(Coca) 나뭇잎과 콜라(Cola) 열매를 조합하여 만들었다.
처음엔 자신의 통증 치료를 위해 진통제로 만들었는데
이후 대중화를 위해 음료수 타입으로 바꿔 팔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라는 이름도 처음 납품했던 약국의 경리가 편의상 붙인 거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발명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하루 평균 판매 6잔.
첫해 총수입은 $50 수준.
하지만 그의 동업자였던 아사 캔들러가 코카콜라 사업권을 $300에 산 후
이를 사업으로 키우며 모든 게 바뀌기 시작했다.
상표권을 특허청에 등록하고, 시음 쿠폰 발행 등 마케팅을 시작했다.
전환점은 1894년 죠셉 비에든한의 제안이었다.
그는 코카콜라 원액을 사다가 병에 넣는 보틀링 작업을 자신이 직접 하고
미시시피 지역에서 독점 판매를 해보겠다는 제안을 했고
아사 캔들러가 그 제안을 수락하면서
그 유명한 코카콜라 '보틀링 시스템'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되었다.
혁신적 사업 모델 덕분에 코카콜라는 세계 최고 음료가 될 수 있었고
지금은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하루 20억 잔을 팔고 있다.
전시관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격동의 그 시절로 들어간 것 같았다.
온몸으로 감동이 전해져 왔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영화를 한 편 보았다.
공교롭게도 맥도널드 창업자들의 이야기, 제목은 "파운더"였다.
지금은 전 세계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체인이 된 맥도널드.
시작은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에 있던 리처드 맥도널드 형제의 햄버거 가게였다.
주문 후 20분씩 걸리던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그들은 최초로 컨베이어벨트형 햄버거 공금 시스템을 고안해 냈다.
메뉴 종류와 서빙하는 수고는 줄이고
주문 즉시 받을 수 있는, 싸고 맛있는 햄버거를 만드는데만 집중했다.
사람들은 열광했지만, 그럴수록 햄버거가 잘 팔리는 동네 가게가 될 뿐
지금의 맥도널드는 아니었다.
하지만 믹서기 세일즈맨 레이 크록이 가게에 와서
노란 아치를 미국 전역에 퍼뜨리자며 프랜차이즈를 제안하고
고민 끝에 맥도널드 형제가 이에 사인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인테리어나 서비스 매뉴얼을 만들어 품질의 일관성을 지켰다.
별도의 부동산 지주 회사 설립했고,
본사가 토지 및 건물을 소유하고 가맹점주에게 리스해 주는 모델을 추진함으로써
프랜차이즈의 리스크를 통제하고 본사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렇게 맥도널드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햄버거 체인이 되었다.
레이 크록의 기회를 보는 눈과 과감한 도전이 없었다면
맥도널드는 캘리포니아의 작은 동네 가게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동안 감동에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 출장은 정말 특별했다.
코카콜라 박물관에서 본 역사와 맥도널드의 영화가 오버랩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코카콜라도, 맥도널드도 어설펐던 처음이 있었다.
헬스케어를 해보겠다고 뛰어다녔지만
정작 내부엔 아무것도 없다고 불평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다시 한번 깨달았다.
코카콜라와 맥도날드는 존 펨버튼과 맥도날드 형제가 발명했지만
결국 아사 캔들러와 레이 크록이 혁신해냈다.
대단한 것을 발명했다고 혁신이 되지 않는다.
누군가 비전을 가지고 담대하게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며
그걸 사람들에게 퍼뜨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혁신은 발명이 아니다.
혁신은 사업이다.
널리 퍼뜨려야 혁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