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반짝반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보나 Aug 17. 2024

감각 깨우기 연습

바람, 흔들거림

무엇을 쓸지 걱정하지 말라.


주제를 정하지 말라.  

글감을 정하지 말라.

오감을 모두 열어두고 받아들여라.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순간을 캐치하라.

틀에 끼워 맞추려고 하면 자칫 부자연스러울 수 있다.

온 감각을 깨워 모든 것을 흡수하라.

정체되어 있는 감각을 깨우는 것은 컴퓨터의 전원을 켜면 들리는 잔잔한 ’ 띠로리~~’의 소리와 함께 전원이 다시 켜지는 듯한 느낌의 각성이다.


천장 선풍기에 흔들리는 전등갓. 유독 창가의 전등갓 하나만 흔들리는 이유는 천장 선풍기가 거기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제 더 개방해 보자. 집중적으로 발산, 아니 흡수? 감각의 촉수를 펼치는 외계 생명체가 된 기분이다.


카페 안은 움직임이 없다. 에어컨에서 흘러나오는 냉기와 함께 나오는 찬 바람이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그건 아주 연약한 바람이라 물건을 움직이기는 힘들다. 그저 냉랭한 느낌으로 나온다는 걸 알 뿐이다. 바람을 강으로 해 두고 천장아래 에어컨이 나오는 바람구멍 아래 있으면 느낄 수도 있다. 중앙 홀에서 돌아가는 세 대의 선풍기가 실내의 바람을 만들어준다. 오른쪽 팔에 시원함을 가져다주고, 햇볕이 쬐는 창가 쪽으로 바람을 날라준다. 벽에 가로막힌 아늑한 공간은 천장 선풍기가 돌아간다. 휘몰아치는 팬의 움직임에 바람이 무거운 흰색 커튼을 살짝살짝 건든다.


무엇보다 좋은 건 인공의 바람 말고 저 창밖에 늘 한들거리는 첫 번째 비실한 나무의 초록 건들거림이다. 엉성한 잎을 매달고 흔들흔들 거린다. 바깥의 바람은 지금은 뜨겁지만 그는 즐기는 듯하다. 바람이 조금 더 불면 상하좌우로 가지와 잎을 흔들어댄다. 즐거운 나부낌, 춤사위, 혼자 신났다.


모든 것이 정지한 상태에서 움직임. 바람이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


바람의 느낌은 팔뚝에 날아오는 차가움으로 알아채고 흔들거리는 커튼자락, 나뭇잎의 흔들거림으로 알아챈다.


현관문까지 몇 발자국 걸으며 깨워낸 감각이 찾아낸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 혼미해질 무렵 눈에 확 띈 것은 출입구 쪽 거미줄이다. 장사하는 집에 거미줄이라니! 빗자루를 가져와 구석구석 흐릿한 거미의 둥지를 말끔히 걷어내었다. 거미에게 한 소리 듣겠다. 그건 모두 나의 예리한  오감 때문이란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고, 촉각을 곤두세우면 일거리가 보인다. 거미야 일은 조금 게으르게 하자.  



매거진의 이전글 반짝반짝 트윙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