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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ug 17. 2024

제목이 중요하다

반짝이를 달다

제목을 <반짝반짝>으로 했더니 반짝이는 것을 찾아다니는 눈을 하나 달게 되었다.


퇴근길 일직선 골목길 저만치 앞에서 쨍하게 번쩍이는 전조등이 눈에 확 와 박힌다. 출근길 김밥집의 전광판 ‘얌얌 김밥’이 빨간색으로 반짝반짝한다. 신호등을 기다리며 정지선에 멈춰 섰다. 태양빛을 하나씩 차량 앞 창문 머리에 달고 휙휙 옆으로 지나쳐 간다. 자동차 깜빡이도 오른쪽 왼쪽으로 깜빡깜빡한다. 좁은 길로 들어서니 정육점 전광판도 반짝인다.



반짝이는 것은 어두운 가운데 확연히 드러난다. 환한 대낮에 반짝이는 것이 없는 것이 아니라 대낮에는 모두 반짝이니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당분간 그래서 어둠을 더 많이 좋아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은은한 별빛의 반짝임도 좋고 아련한 달빛도 구경해야겠다. 그건 집으로 가는 길 늘 만나는 빛이다. 달빛 퇴근길, 별빛이 내리는 시골길을 달려가는 시간을 기다린다. 날이 더우니 안개 비 내리는 밤 가로등불 줄줄이 선 길도 달리고 싶다. 수증기 샤워기 물줄기를 내뿜는 듯 아련한 가로등 불빛 아래를 달린다. 곧 어둠에 들었다 다시 밝은 굴다리를 지나는 모험과 같은 빛과의 만남을 즐긴다.


지금은 저녁 빛이 거튼 사이로 비치어 들어온다. 한낮의 높은 태양은 창가에 잠시 머무른다. 저녁의 태양빛은 고도를 낮추며 창문을 지나 건물 끝까지 기다란 빛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나는 그것을 빛그림자라고 하고 싶은데 또 그런 말은 없단다. 빛이 비치어 들어온다? 영 마음에 안 든다. 빛의 음영? 건물의 그림자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만들어 내는 기다란 일직선의 ‘빛과 그림자의 조합’ 그것을 ‘빛그림자’라고 부르고 싶다. 저녁 빛도 참 좋다. 노을빛만 좋은 줄 알았더니.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 당분간 반짝이는 것들을 마구 수집할 것 같다. 틀이라는 것이 참 무섭다.


반짝이는 것은 빛난다. 빛이 있는 곳.

그곳이 <반짝반짝>

빛을 따라 움직이는 나의 반짝이는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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