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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보나 Apr 21. 2024

바람 뽀뽀

사과나무에 꽃이 피었다. 복실이와 손을 잡고 사과 꽃구경을 나왔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아침부터 열이 나는 아이. 집 안에만 있으면 답답할까 봐 겉옷 두 개를 덧입혀 밭으로 데리고 나왔다. 풀이 올라오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풀들을 밟지 않게 살금살금 걸어 사과나무까지 도착했다.


순백의 사과꽃이 예쁘다. 특별히 복실이가 사진을 찍어 주었다. 자신도 사진을 잘 찍고 싶다고 한다. 눅눅하고 추운 날씨에도 꽃이 활짝 피었다. 요리조리 구경을 하고 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


노란 민들레가 꽃다발을 내미니 아이는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몇 걸음 더 옮기니 민들레 씨앗이 솜사탕 부푼 것처럼 서 있다. 자신을 불어 달라고 아이에게 손을 내민다. 아이가 줄기를 잡아 당기지만 끊어지지 않는다. 조심스레 줄기를 잘라 손에 쥐여주었다. 그러자 자연스레 입을 모아 후 분다.


후~~~분다.

후~~~분다.
후우우우우우




불면 날아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고 바람을 모아 후우우우우 분다. 민들레 홀씨가 안 날아간다. 이런 불상사가 있나. 민들레 녀석 오늘은 날아가기 싫은가 보다.


계속 불어대는 뾰족 입이 귀엽다. 복실이와 민들레 녀석의 씨름 놀이에 엄마 손가락만 신이 났다. 통통하게 바람 들어간 볼, 입을 내밀고 바람 뽀뽀를 하는 아이의 입술. 입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가 거센데도 민들레는 꿋꿋하다.


아침나절까지 비가 내렸다.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는 축축한 날씨가 민들레를 붙잡고 있나 보다. 그래도 민들레 홀씨 몇 가닥이 빙그르르  돌며 바람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 복실이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다. 더 힘을 내 불어 본다.


후우우우우!


민들레도 꾸물꾸물한 날을 싫어하나 보다. 민들레 홀씨가 날아가기 싫었던 날 그래도 복실이는 최선을 다해 바람 뽀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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