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냥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 하라는 것을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 않고.
이 쉬운 걸 왜 다들 못하는 거지?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왜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친구들보다 항상 앞서있던 나는 다른 친구들이 훌쩍 자랄 때 멈췄다. 점점 친구들은 나를 따라잡았고 결국 나는 중간, 중간보다 조금 뒤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그걸 견디기가 참 힘들었다. 나는 원래 남들보다 앞에 있던 사람인데 왜 점점 뒤로 밀려나고 있을까 생각하며 나를 참 미워했던 것 같다.
지금은 많이 내려놓고 나 스스로를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지금도 가끔 괴로울 때가 있다.
그 시절 나는 30대쯤 되면 그저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직업적으로 성공한, 워커홀릭, 뭐든 척척해내고 감정 조절도 필요 없는 프로 인간. 누구나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긴 하다.
지금의 나는 내 나이가 믿기지 않는, 겉으론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은 아직도 철없는 겉만 어른인 사람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지금 내 나이에서 ‘어른’은 이미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 나이의 분들을 어른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 할머니 나이의 분들은 본인을 어른이라고 생각하실까? 갑자기 궁금하다.
지금 생각하는 어른은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책임질 줄 아는 사람, 나를 올바르게 사랑하는 법을 알고 또 그만큼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어른인 것 같다. 그 모습에 가기 위해 나도 매일매일 공부하고 책도 읽으며 감사일기도 쓰고 좋은 사람들과 인생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