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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than Mar 27. 2024

17. 미국 문화 그리고 직장 적응기

17. 다른 이들의 레이오프

회사가 사업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서 몇몇의 고객들을 잃기 시작했다. 몇 명의 사람들이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났다. 그리고 레이오프가 올 거라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다. '뭐 매 년 있는 거' 그렇게 난 또는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회사이고 작은 레이오프는 거의 매년 있었기에 그냥 또 지나가겠거니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은 조용하게 뒤로 몇 명의 레이오프 결과를 듣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슬랙(메신저) 메시지에 전체 공지로 글이 하나 떴다. CEO의 글이었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회사 사정이 많이 어려워서 힘든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너무나 소중한 동료들을 내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략 4분의 1의 인원이 나가게 될 것이고 해당되는 직원은 오늘 10시(11시? 기억이 정확지 않다.)에 관련 이메일을 받게 될 것입니다. 이메일에 퇴직 패키지와 관련한 서류가 들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해줘서 너무 감사합니다." 뭐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글이었다. 4분의 1이라니 거기다가 무슨 말도 안 되는 글을 쓰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정말 아무런 글도 올라오지 않았다. 슬랙 내에 수많은 채널이 있었고 각 팀별로 채널별로 매일 너무 많은 메시지가 올라와 다 확인하는 것조차 일이었던 메신저가 모두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 순간 아무도 일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도 그냥 데스크에 앉아 이것저것 검색이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요즘 잡 마켓이 어떤가 하며 링크드인을 뒤적였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내 내 매니저에게서 개인 메시지가 왔다. "네이선 공지 봤지? you are safe. 그런데 우리 팀에서 2명 누구하고 누가 나가게 됐어" "응 알려줘서 고마워" 그리고 그 시간이 왔다.


여전히 아무런 글도 올라오지 않는 중에 한 5분쯤 지났을까. 팀 슬랙 채널에 누군가 글을 계속 썼다 지웠다 하는 게 보인다. 나가게 된 그 친구다. 그리고 계속 우린 기다렸다. 마침내 그 친구의 글이 올라왔다. "그 메일 나 받게 됐어. 같이 일해서 즐거웠어" 그제야 우리도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같잖은 위로를 짧게 했다. 그리고 짧게 화상회의를 했다. 접근권한이 사라지기 전에. 통화에서 짧게 위로를 건네고 앞으로 추천인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말을 하고 다 같이 회사 욕을 했다. 싱글맘인 DS 멤버가 있었는데 그녀도 이번 명단에 포함되었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안쓰러웠다. 참 사람 쉽게 내보낸다. 다른 팀이 나가는 것은 좀 봤는데 같이 한 팀에서 매일 미팅하던 사람이 나가게 되니 맘이 더 쓰인다.


그리고 몇 개월 후 그 둘의 프로필을 찾아봤다. 다른 회사에서 DS로 다시 잘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보고 아내에게 농담으로 회사 옮기고 싶은데 차라리 레이오프 당하면 좋겠다. 그럼 그 돈으로 몇 달 좀 쉬다가 다른데 취직하면 되잖아. 사실 이 분야에서는 회사를 일이년마다 옮기는 것을 추천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게 몸 값을 키워나가야지 한 군데만 있으면 연봉이 잘 안 오른다. 물론 옮겼을 때 리스크가 있다. 옮기고 몸값을 증명하지 못하면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애가 생긴 나는 안정을 추구하기 위해 한 직장을 오래 다니고 있었다. 그런 쓸데없는 농담에 아내는 무표정의 싸한 눈빛을 보내고는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리고 말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닌 게  말이 씨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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