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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Jangs Nov 24. 2024

똑똑, 계세요? 청설몬데요 (2)

아니, 그래서 그 뒤로 계속 온다는 거야?

혹시라도 청설모가 열린 문 틈 사이로 들어오면 어쩌지 하며 엉거주춤 문을 열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문 앞에 꼭 붙어있던 청설모는 문이 열리자마자 호다닥 튀어나간다.

청설모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문 앞쪽에  한 움큼을 살포시 놔주고 문을 꼭 닫았다. 그랬더니 다시 쪼르르 와서 냄새를 맡더니 아몬드를 하나 집어 들고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열심히 먹더니 다 먹고는 다시 와서 또 섰다.

염치가.. 좀 없으신 편..

3번을 왔는데 마지막에는 괜찮을 것 같아서 아기 과자 (구운 오곡 쌀과자)를 하나 줘봤다.


와그작 옴뇸뇸뇸

왕 크니까 왕 귀엽다 ㅋㅋ

~ 먹는다.

아이고 웃겼다 ㅋㅋ

 

이런 일도 다 있네 하하

재밌는 에피소드가 생겨서 가족톡에도 올리고, 학교 다녀온 첫째, 둘째에게도 이야기해 줬다.


그렇게 재미있는 하루가 지나고 그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밤 사이 눈이 내렸다.

올해 첫눈 2024.11.21

우와!! 눈이다!

이제부터 한동안 지겹도록 보겠지만 첫눈은 또 다른 얘기쥐!

유튜브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Old Classic Christmas Songs All Time

얼른 찾아서 스피커로 듣고 있자니 발밑이 몽글몽글하다. 아기를 안고 왈츠 스텝을 밟아가며 한껏 신나는데

앗!


앙증맞은 발자국을 눈 위에 새기며 뽀득뽀득 토도도도

"오늘도 왔구나!"

뭐야 징짜.. 우리 무슨 사인데..!
아가랑 동물 조합은 무조건이지. 힐링하세요.

요 녀석이 어제 잘 먹고 가더니 오늘 또 왔네!

흐흐


네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알고 있다.

그래! 잘 왔어!!

너의 기대에 완전히 부응해 주겠어..!

자!

이 봉지를 기억해라! 

곧 견과류가 비처럼 쏟아질 것이다!!


오..! 인간이시여..!

공손히 두 손을 포개고 서서 얌전히 기다리는 저 모습.

눈앞에 쌓여있는 견과류를 바라보는 게슴츠레한 눈.

완전히 폭 빠진 것 같은 저 시선과 각도.

너무 완벽하다

[올해의 베스트샷]으로 손색이 없다.


암냠냠냠 옴뇸뇸뇸 행복한 식사시간

설모는 눈 밭에서 흩날리는 눈을 맞으며 견과류를 야무게 먹고 있다.

 내리는 날, 창밖에는 청설모가 있고 나는 창가에 앉아 캐럴을 들으며 무릎의 아기를 쓰다듬고 있으니 우리 아가 정수리 냄새처럼 세상이 다  달큰하다

추운 날씨여도 청설모는 괜찮을 거다.

어느샌가 등 전체를 다 덮은 꼬리를 보니  따뜻하겠다 싶어 안심이다.

우와. 꼬리를 저렇게도 쓰는구나. 대단해! 정말 지혜롭다.


그렇게 두어 번 더 문을 열어서 리필을 해주고 나니

만족스러웠는지 뒤뜰을 크게 한번 돌고는 총총 가버렸다.

내일도 오려나?

부지런히 다녀간 발자국이 눈밭 위에 다 찍혔다.

다녀간 자리도 너무나 귀여워.

이제 보니 내 마음에도 발자국이 찍혔네


는 정말 어떻게 나를 찾아왔담♡

내일도 오겠지?

청설모의 방명록

그 뒤로 오늘까지 5일째다.

한번 보고 다신 못 볼 줄 알았는데, 그때가 1일이었네!

세상에나 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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